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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더 포저(The Pauser)
작가 : 송지음
작품등록일 : 2017.6.1

[범죄·추리·미스터리·판타지·로맨스]
일시 정지된 시공간, 멈춰진 세상에서 범죄의 비밀을 쫓는다.
시간을 일시 정지할 수 있는 현이우. 특수범죄사무국의 영업팀 김수호.
이우에게 도착하는 의문의 메시지로 인해 스치게 된 두 사람의 특별한 인연과 시즌별로 이어지는 크고 작은 범죄 사건들.
각 사건을 관통하고 있는 거대한 범죄조직의 최종 목표를 파헤치는 과정과, 이를 통해 발현되는 서로를 위한 헌신과 희생.
수호의 헌신을 통해 잠재된 능력을 깨워가는 이우의 성장을 중심으로 주인공들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시즌제 소설.

 
{ 더 포저 시즌 Ⅱ} 아담의 비밀 ... 1
작성일 : 17-06-13 20:18     조회 : 82     추천 : 5     분량 : 6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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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포저 시즌 Ⅱ : 아담의 비밀 }

 

 

 

 

 

 

 *

 수호는 아이스커피를 한 모금 넘기고 물었다.

 “정답 확인받았어? 그 이상한 퀴즈?”

 이우가 고개를 들었다. 검게 빛나는 수호의 눈동자를 잠시 바라보았다.

 “네.”

 짧은 대답을 한 이우는 다시 시선을 내렸다. 얼음이 떠 있는 녹차라테를 빨대로 휘저으며 슬며시 웃었다.

 아무리 보아도 수호는 메시지와 관계없었다. 단지 우연으로 수호와 같은 곳을 쫓고 있었다니, 이우는 기분이 묘했다. 우연이 아니라 필연일까.

 “강남순환고속도로 맞대?”

 “네.”

 틈 없이 뱉어진 대답에 수호는 흠, 괜한 소리를 흘렸다. 범죄가 예정된 장소와 이우의 퀴즈 정답이 우연히 일치하는 것이 말이 될까.

 수호는 턱을 괴어 받쳤다. 음료 위로 내리깔린 둥근 눈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미스터리로 남은 지난 영업을 떠올렸다.

 뒤로 다가오는 포커스를 먼저 본 건 수호였다. 포커스가 뻗는 손이 총이라는 짐작에 몸을 일으키던 순간 이유 모르게 몸의 중심이 흐트러졌다. 흩어진 정신을 다시 집중하며 퍼뜩 총을 뽑아 겨눴다.

 포커스 3번이 빼 든 것은 총이 아니었다. 빈주먹을 허공에 내지르고 서 있었다.

 “삼 팀 작업팀 요청. 이삼 번 확인. 위치 맵 확인 요청”

 어느새 총을 겨누고 선 기웅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름없이 무덤덤했다. 그제야 수호는 통증을 느꼈다. 온몸을 휘감는 격한 고통에 놀라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풀어헤쳐진 셔츠 속에서 정체불명의 통증이 심장박동과 함께 뛰고 있었다.

 기웅이 포커스를 차례로 엎어 수갑을 채우는 동안 수호는 총구만 세운 채 꼼짝하지 못하고 서 있었다. 왼손으로 심장께를 감싸 쥐고 고통에 떨리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요청한 지 삼 분만에 작업팀 전체 인원이 들이닥쳤다.

 컨테이너 수색작업을 구경하는 기웅을 두고 수호는 어두운 현장을 먼저 빠져나왔다. 차에 앉아 가슴팍을 헤집어 보자마자 얼이 빠졌다. 붉게 물든 반창고가 엉망으로 들러붙어있는 가슴을 넋 놓고 들여다보았다.

 특수범죄사무국을 전담하는 주치의도 처음 보는 상처는 손가락으로 파놓은 듯한 12밀리 지름의 구멍이었다. 3센티 남짓한 깊이로 심장 앞 갈비뼈 사이였다.

 총알이 파고든 모양과 흡사했지만 총상과는 달랐다. 만일 총상이라면 발사 추정 각도는 포커스 방향이었고 맞았다면 심장을 관통했을 거리였다.

 셔츠에 난 구멍으로 봐서는 총상 같기도 했다. 무소음 권총에 맞은 것 같다는 수호의 말에 기웅은 맨주먹 총질에 겁을 먹었다며 코웃음 쳤다. 맨몸으로 총알 튕겨내는 슈퍼맨이냐며 이죽거리기도 했지만 수호는 반박하지 못했다. 현장의 포커스들은 총 한 자루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수호는 귀신에라도 홀린 기분이었다. 갑자기 상처에 틀어박힌 거즈 뭉치며 반창고며, 기억도 없이 생긴 부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병원에 있던 내내 부상 순간을 되짚던 수호는 향기를 떠올렸다. 고통이 온몸으로 퍼지던 순간 이우의 향기를 느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입원 나흘간 매일 와서 하루 종일 병실을 지키고 있던 이우는 그날 집에 있었다고 했다.

 혼자 있었다니 알리바이는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우가 그날 현장에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있었다.

 향기를 느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면 작업팀이나 영업팀에게 발각되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수호는 그 순간의 향기가 너무 생생했다.

 고통에 뛰는 심장을 다독여주던 향기. 실제로 맡은 것이 아니라 맡고 싶은 마음에 향기가 떠올랐던 걸까.

 위험한 순간이 오니 이우가 보고 싶었던 걸까. 아무리 그렇다 해도 그렇게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까. 그 정도로 이우를 좋아하고 있는 걸까.

 물끄러미 이우를 뜯어보며 지난 현장을 되짚던 수호가 대화를 이었다.

 “전공이 뭐야?”

 “심리학이요. 범죄심리학 공부해보고 싶어서요.”

 수호는 미간을 찌푸렸다. 일반대학에서 범죄심리학도 가르치나. 뭘 하고 싶기에 그런 전공을 선택했을까.

 “설마 경찰 하려고? 프로파일러나 그런 거?”

 “아니요, 그냥. 재밌을 거 같아서요.”

 싱겁게 대답한 이우는 입술 사이에 빨대를 물어 음료를 쪽 빨아들였다. 투명한 빨대를 타고 올라가는 음료수를 따라 시선을 올리던 수호는 오므려진 입술에 시선이 닿자 고개를 돌렸다. 볼 거 없는 카페 실내를 훑어보며 말했다.

 “나 이제 진짜 이사 가.”

 이우가 수호를 고쳐보았다.

 “아침에 지하철 못 나간다고.”

 “아.”

 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요. 이제 갈 일 없어요.”

 “그래? 왜? 학교 도서관 매일 간다며.”

 “차로 다니려고요. 이제 형도 없고.”

 형도 없고. 수호는 기분이 좋아졌다. 바로 조금 우울해졌다. 지하철을 핑계로 매일 볼 수 있었는데 이제 무슨 핑계로 얼굴을 보나.

 “어디로 이사 가는데요?”

 “어, 글쎄, 고민 중. 서울 어디쯤.”

 얼버무리는 대답에 이우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수호는 이우의 표정을 살피며 말했다.

 “매일 보다가 못 보면 좀 그렇겠다? 섭섭하려나?”

 질문에 답이 있는 섭섭한 말투에 이우가 웃으며 대답했다.

 “매일 보면 되죠.”

 수호는 또 마음이 들떴다. 매일 보면 되죠. 정말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괜한 한숨이 흘러나왔다.

 “아직은 괜찮은데 형 바빠지기 시작하면 매일은 좀 힘들지.”

 “저도 바빠지면 시간 없어요. 둘 다 바빠지기 전에 매일 봐요.”

 이우는 수호의 손 하나를 잡아당겨 펼쳤다. 손가락을 세워 글자를 적는 동안 수호는 간질거리는 제 손바닥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매. 일.

 

 *

 “귀엽더라.”

 빨간 파스타면에 포크를 박아 둘둘 돌리며 기웅이 말했다. 접시 위로 얼굴을 박고 있던 수호가 눈동자만 올렸다.

 “어디서 주웠어?”

 더해진 소리를 듣고서야 수호는 말뜻을 알아들었다.

 입원 나흘간 매일 병실로 쫓아왔던 기웅은 수호의 구박에도 아랑곳없이 이우와 붙어 앉아 노닥거리다가 돌아갔던 터였다.

 수호는 입에 넣던 면발을 후룩 들이마시고 웅얼거렸다.

 “신경 끄세요.”

 “치사하다. 저 혼자만 귀여운 고양이 데려다 놀고.”

 수호의 눈이 쭉 찢어졌다.

 “이우가 또 언제부터 고양이야? 하여간 형은 그거 진짜 병이야. 자기보다 어린 남자애들은 다 애완동물 삼고 싶어 하는 병.”

 “삼고 싶으면 뭐하냐? 그런다고 니가 형 쳐다나 봐 주냐?”

 “내가 미쳤어? 형 쳐다보게?”

 “에이그 내 팔자. 어쩌다가 이렇게 성질 고약한 강아지를 만나서.”

 “강아지 아니거든?”

 기웅이 웃음을 흘리며 대꾸했다.

 “하긴, 니가 어디 강아지냐. 냄새 잘 맡는 개지. 맨몸으로 총알도 튕겨내는 슈퍼독.”

 “개가 뭐야, 사람한테.”

 “너 애인 생겨서 심심해 죽겠다.”

 기웅의 푸념에 수호는 슬며시 새는 웃음을 참아 물었다. 애인. 이우와 그런 사이일까. 이우와 애인이 된다는 건….

 수호의 입에서 한숨이 흘렀다. 왜 이우가 좋을까, 이게 도대체 무슨 조화일까. 게이가 될 생각은 꿈에도 없었는데, 이우와 자신은 어떤 사이여야 하는 걸까.

 “살다 살다 뻐꾸기가 다 기다려진다 야. 빨리 뻐꾸기라도 떠야 우리 쫄랑이랑 좀 붙어있지.”

 수호의 입에서 더 깊은 한숨이 흘렀다. 뻐꾸기가 제발 오래오래 쉬기를 바랄 뿐이었다.

 

 

 *

 영화관 건물을 빠져나온 이우가 뒤를 돌아보았다. 이우의 뒷덜미를 쳐다보며 따라 걷던 수호는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이제 또 뭐하고 노나. 뭐 하고 싶은 거, 아.”

 수호는 말을 하다 말고 손목시계를 힐끗 보았다. 벌써 자정이 다 된 시각.

 “집에 가긴 가야지? 너무 늦긴 했지?”

 수호는 이우 옆으로 나란히 걸음을 맞추며 말을 이었다.

 “내일 꼭 병원 가봐. 그 병원 진짜 괜찮대. 수면클리닉 중에 실력 최고라더라.”

 “다른 사람들은 뭐 하고 놀아요?”

 엉뚱한 대꾸에 수호는 무슨 소린가 잠시 생각했다.

 “아. 노는 거. 노는 건 니가 더 잘 알지. 노는 대학생이.”

 “저도 잘 몰라요.”

 “그래도 친구들이랑 놀 거 아니야. 놀아봐야 다들 술이나 퍼먹지?”

 “그래요? 술 많이 마셔요?”

 수호는 자신의 통찰력에 감탄했다.

 그럴 줄 알았다. 지하철에서 훔쳐볼 때부터 어쩐지, 놀 줄도 모르고 술도 모르고 여자도 모를 것 같았다.

 어쩌자고 이렇게 사람 보는 눈이 정확한 걸까 탄복하며 수호는 운전석으로 올랐다.

 

 “지금 내려주셔도 돼요.”

 이우가 전방 도로를 내다보며 말했다.

 “집 앞까지 들어 가.”

 “다 왔잖아요. 형 피곤한데.”

 “아유, 하나도 안 피곤해. 요새 한가해서.”

 과한 목청으로 대꾸한 수호가 도로변으로 차선을 변경했다.

 사이드미러를 흘낏거리느라 쭉 째지는 눈을 이우는 물끄러미 보았다. 가까워지면 결국 드러나게 될까. 알고 나면 멀어질 텐데. 적당한 거리는 어느 정도일까.

 차가 세워졌다. 이우는 가방을 챙겨 들었다.

 “고마워요. 형.”

 “그래. 별일 없으면 내일도 보자. 연락할게.”

 이우가 차에서 내려서자 수호는 고개를 바짝 꺾으며 시선을 맞췄다.

 “들어 가.”

 고개를 끄덕인 이우가 대문 앞으로 돌아섰다. 수호는 이우의 뒤통수를 물끄러미 내다보았다.

 이우는 숫자 네 개인 비밀번호를 잊어버린 듯 도어록을 느리게 눌렀다. 괜스레 심장이 콩닥거렸다. 잠금이 풀리고도 잠시 서 있다가 차를 다시 돌아보았다.

 시선이 맞자 수호가 눈을 환하게 떴다. 조수석 창문을 내리며 목소리를 키웠다.

 “왜? 뭐 두고 갔어?”

 수호가 조수석과 뒷좌석을 두리번거리는 동안 이우가 조수석 문을 다시 열었다.

 “형 그냥 자고 가면 안 돼요?”

 수호의 입이 멍하게 벌어졌다. 심박이 조금 급해진 걸까, 다친 가슴께가 둥둥거리며 울렸다.

 

 수호는 옷차림을 내려다보았다. 이우가 내준 잠옷은 다시 봐도 조금 어색했다.

 욕실에서 나와 드레스룸으로 들어갔다. 전신 거울 앞에 섰다.

 유치원 졸업 후로 입어본 적 없는 상하의 세트 잠옷을 앞뒤로 살폈다. 이우에게 처음 받아들고는 기가 찼지만 막상 입고 보니 어색하긴 해도 그럭저럭 봐줄만했다.

 낼모레 서른 치고 분홍 바탕의 헬로키티 패턴을 이 정도로 소화하기가 어디 쉽겠나. 주름 없는 얼굴이 가끔은 쓸모가 있구나 생각하며 드레스룸을 나섰다.

 “하하하!”

 이우가 박수를 짝짝 치며 웃음을 터뜨렸다.

 수호는 쑥스럽기도 하고 약이 오르기도 하고 희한하게 둥둥 뜨는 기분으로 실없는 웃음을 흘렸다.

 “니가 입혀놓고 웃어?”

 “아, 귀엽다 형.”

 “내가 어딜 봐서 귀엽냐? 귀엽다는 소리는 또 처음 들어보네.”

 “형 귀여워요. 원래부터 귀여웠는데.”

 귀엽다는 소리를 듣다니, 평소 같으면 짜증을 냈겠지만 수호는 기분이 썩 나쁘지 않았다. 잘생기고 똑똑하고 민첩한 것도 모자라 귀엽기까지 하면 어쩌자는 걸까 생각하며 침대에 걸터앉았다.

 이우는 누워있던 몸을 한쪽으로 옮겨 자리를 넓혀주며 말했다.

 “자요 얼른. 피곤할 텐데.”

 수호는 입을 다문 채 고개만 끄덕였다. 어정쩡하게 거리를 두고 똑바로 누웠다.

 “형.”

 수호는 괜히 철렁해서 이우를 돌아보았다.

 잠시 시선을 맞추던 이우는 쑥스러운 기분에 히 웃어 보였다. 떨리는 속을 누르며 낮게 말했다.

 “형이랑 알게 돼서 좋아요. 재밌고.”

 수호는 한숨을 실어 웃었다.

 “나도 재밌다. 너 알게 돼서, 너무 좋다.”

 “저 형 좋아하나 봐요. 아니, 좋아해요, 많이.”

 수호는 멍하게 입을 벌렸다.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지난번 저가 했던 말을 듣고 있었을까. 이제 대답해주기로 마음먹은 걸까.

 “그래서, 무서워요.”

 이어진 말에 수호는 문득 말문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심장의 울림에 덩달아 다친 가슴이 울렸다.

 우리가 서로 좋아해도 되는 걸까. 장난처럼 시작했던 관심이었는데. 몰래 훔쳐보기나 하고, 짓궂은 입맞춤을 하고 비겁하게 도망이나 쳤었는데.

 이제는 이우가 알아봐주고 좋아해준다.

 수호는 문득 두려웠다. 이우에게 후회로 남지 않을 수 있을까.

 “형이 나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나면.”

 말을 이은 이우는 얕은 한숨을 흘렸다. 천장을 올려다보며 조용한 목소리를 이었다.

 “지금 같지 않을 거예요. 저 싫어지고 피하게 될 거고, 그래서 무서워요.”

 수호는 이우의 말을 가만히 곱씹었다.

 이우에 대해 아는 것이 얼마나 있을까. 어쩌면 이우에 대한 것보다 포커스에 대한 것을 더 많이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상관없다. 포커스에 대해 자세히 안다고 해서 그놈들이 좋아질 리 없지 않나. 아는 만큼 감정이 커지는 건 분명히 아니지 않나.

 “내가 비밀 하나 알려줄까?”

 수호가 말문을 열었다. 이우를 향해 돌아누우며 말을 이었다.

 “지하철에서 너한테 못된 짓하고 도망치던 날. 그날 너 처음 본 거 아니야.”

 이우는 덩달아 몸을 돌려 마주 누웠다.

 “그 한 달 전부터 계속 너 보고 있었어.”

 “한 달?”

 “응. 우연히 너 처음 본 다음부터 쭉. 승강장에서도 훔쳐보고 지하철 타서도 계속 훔쳐보고. 그러다 그날 그러고 도망친 거야.”

 수호는 헛웃음을 흘렸다. 돌이켜봐도 제정신은 아니었다.

 “내가 왜 그랬을까 생각해봤는데.”

 수호는 동그랗게 커진 눈에 시선을 고정했다. 지하철의 이우를 떠올리니 이렇게 가까이 마주 보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감격스러웠다.

 “내가 너한테, 어떤 의미로든 반한 거더라. 남자인데다가 이름도 모르고 몇 살인지 어떤 사람인지 그땐 아무것도 몰랐는데, 딱 하나는 알았지.”

 수호는 빙긋 웃고 말을 이었다.

 “내가 좋아할 만한 사람이라는 거.”

 이우의 눈동자가 내리깔렸다. 이유 모르게 뜨거워지는 시선을 수호의 가슴에 세웠다.

 “그거 하나만 알면 되지. 더 알게 뭐가 있어?”

 이우는 눈앞의 가슴팍에 손끝을 올렸다. 분홍색 잠옷 안으로 붕대가 만져졌다.

 수호는 벅찬 한숨을 조용히 흘렸다. 턱 가까이 숙여진 머리를 잠시 보다가 살며시 당겨 안았다. 두근거리는 기분에 실없는 웃음이 흘렀다. 따끈한 향이 풍기는 정수리에 코를 대고 소곤거렸다.

 “사실은, 형도 좀 무서워.”

 이우가 고개를 뒤로 빼 수호와 시선을 맞췄다. 어색하게 웃어 보인 수호가 어리바리 말을 이었다.

 “그 왜 있잖아, 형도 그, 남자랑 그, 좋아하긴 처음이라.”

 이우의 웃음이 터졌다.

 

 

 수호는 핸드폰 알람을 허겁지겁 끄며 옆자리를 쳐다보았다. 반듯하게 누운 이우는 낮은 호흡을 내쉬고 있었다.

 살짝 벌어진 입을 물끄러미 보던 수호는 손을 살며시 뻗다가 멈췄다.

 깨우고 싶지 않은 마음과 만져보고 싶은 마음이 엉켜 손이 허공을 맴돌았다.

 벽시계를 쳐다보았다. 오전 6시 10분. 살며시 침대 아래로 내려섰다.

 아침마다 쓸데없이 들뜨는 단전 아래를 슬쩍 내려다보았다. 얼굴이 하얀 키티 한 마리와 눈이 딱 마주쳤다. 비어져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살금살금 욕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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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피 17-06-14 09:32
 
새 시즌 시작이네요. 부지런한 작가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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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옥 17-06-15 08:39
 
비밀거래 끝이 아쉬웠는데  아담애서 이어져서 정말 다행입니다,
흥미 진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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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야빵야 17-06-18 18:58
 
덕분에 흥미를 가득 담고 잘 읽고는 있습니다만 하루 한편을 써야 하는 부담을 생각해보니 보다 감사함을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재밌게 잘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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