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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더 포저(The Pauser)
작가 : 송지음
작품등록일 : 2017.6.1

[범죄·추리·미스터리·판타지·로맨스]
일시 정지된 시공간, 멈춰진 세상에서 범죄의 비밀을 쫓는다.
시간을 일시 정지할 수 있는 현이우. 특수범죄사무국의 영업팀 김수호.
이우에게 도착하는 의문의 메시지로 인해 스치게 된 두 사람의 특별한 인연과 시즌별로 이어지는 크고 작은 범죄 사건들.
각 사건을 관통하고 있는 거대한 범죄조직의 최종 목표를 파헤치는 과정과, 이를 통해 발현되는 서로를 위한 헌신과 희생.
수호의 헌신을 통해 잠재된 능력을 깨워가는 이우의 성장을 중심으로 주인공들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시즌제 소설.

 
{ 더 포저 시즌 Ⅰ} 선바위 비밀거래 ... 7
작성일 : 17-06-09 12:03     조회 : 76     추천 : 5     분량 : 8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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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이 깔린 선암교 근방에는 개미 한 마리 지나가지 않았다. 수호는 다리 위를 달리는 차들의 소음만 듣고 있었다.

 이번 포커스는 꽤 굵직한 느낌이었다. 맞춰야 하는 포커스만 셋. 그것도 전체 중의 일부일 것이고 더 큰 대어들은 따로 움직이는 윗선이 있을 것이었다.

 김 실장에게 맡겨지는 포커스는 조직의 구멍일 가능성이 높다. 뭔가 냄새를 풍기고 다녀서 제 팀을 망치는 부류들. 그런 놈들에 대한 정보가 뜨면 찾아내서 조직의 중심으로 길을 트는 것이 영업실의 주된 역할이었다.

 수호는 뻑뻑한 눈을 길게 감았다 떴다. 자정 직전이었다. 어둠을 골라 걸음을 옮기며 내일 오전 동선을 궁리했다.

 야간영업을 마치고 지하철로 출근할 생각이었다. 이우와 밤을 보낸 뒤로 첫 대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대놓고 관심을 표현해야 할지, 여태 그런 것처럼 조금 거리를 두고 대해야 할지.

 허공에 대고 했던 고백을 듣고도 자는 척했던 건 아닐까. 애인 삼을지 아직 결정 못 한 걸까. 입술이나 맞추며 간만 보는 중일까. 혹시 이미 다른 애인이 있을까. 지난번 뱁새눈이 애인일까.

 애인이 있다면 집에 조금이라도 흔적이 있지 않았을까. 침실의 먼지까지 다 뒤져봤지만 흔한 콘돔 하나 발견하지 못했는데.

 수호의 입에서 한숨이 흘렀다. 자신이 도대체 왜 이러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사내놈한테 관심 가져서 뭘 어쩌겠다고.

 멍하게 걷던 수호는 순식간에 몸을 낮췄다. 허허벌판에 갑자기 나타난 형체를 피해 낮은 걸음을 서둘렀다. 이 시각에 이런 공간에 혼자 나타나는 놈.

 어두운 교각 아래로 몸을 숨긴 수호는 점점 가까워지는 형체를 숨죽이고 노려보았다. 귀신처럼 불쑥 나타난 검은색 옷차림, 뭔가 냄새가 난다.

 백칠십 미만, 왜소한 체구, 키에 비해 긴 팔다리, 반듯한 걸음걸이, 말간 피부, 달걀형 얼굴, 멀리서도 또렷한 이목구비, 인상은 나쁘지 않다.

 나쁜 게 아니라 곱게 느껴지는, 눈에 익는 외모. 이우다.

 수호는 얼떨떨해서 시각을 확인했다. 자정이 막 넘어 있었다.

 이우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수호는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다. 왜인지 나서기가 망설여졌다. 자신은 이 시각에 여기서 뭘 하고 있는지 설명할 길도 없었다.

 

 이우는 터덜터덜 걸었다. 자정에 시간을 세우고 선암 IC 일대를 부지런히 둘러봤지만 허탕이었다. 10분을 다 쓴 후에도 계속 주변을 돌아보았다.

 공사장 근처에는 컨테이너가 많았다. 지난번 메시지 때 컨테이너에 놀란 경험이 있는 이우는 두려움을 참으며 컨테이너 내부도 일일이 들여다보았다. 인부들이 쉬는 사무실이거나 자재 창고일 뿐 특별한 건 없었다.

 아무 수확 없이 집으로 돌아가려니 앞으로가 고민이었다.

 계속 선바위역으로 생각해야 할지, 선암교 부근 공사장으로 방향을 바꿀 것인지 판단이 쉽지 않았다.

 강남순환을 수호가 어떻게 알게 된 걸지 궁금했다. 지나가다 우연히 본 건지, 아니면 다 알면서 에둘러서 정답을 알려준 건지.

 운전석에 오르며 이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답답하게 눈치만 볼 게 아니라 그냥 물어보는 게 낫지 싶었다.

 물어보면 안 되는 일이라 한들, 수호가 자신에게 해를 가하진 않을 거라는 근거 없는 확신이 들었다.

 

 

 *

 늘 그렇듯 6-2 승강구에서 만난 수호와 이우는 열차에 오를 때까지 인사 외에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수호는 자정에 보았던 이우를 되짚었다. 어두운 밤 인적 없는 벌판에서 마주친 검은 옷의 이우는 낯설었었다. 지하철에서 만나는 하얀 이우와는 느낌이 달랐다.

 정말 이우가 맞긴 했을지, 수호는 이우의 얼굴을 연신 힐끗거리며 제 눈을 의심하고 있었다.

 이우는 어떻게 말을 꺼낼까 고민하고 있었다. 메시지를 보내는 발신자인지 단도직입적으로 물어야 할지, 메시지의 정답만 에둘러 묻는 게 나을지.

 혹시 물으면 안 되는 것이라 하더라도 수호가 자신에게 위험한 행동을 할 거 같지는 않다. 만에 하나 급하면 시간을 쓰면 된다.

 혹시 시간을 써야할 상황을 대비해서 이우는 오전 탐색도 하지 않았다. 8시 12분에 멈춰지지 않은 시간이 3분 더 흐른 뒤 열차가 들어왔다.

 좌석에 먼저 앉은 이우는 옆으로 앉는 수호의 얼굴을 살폈다. 바짝 붙어 앉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형.”

 “응?”

 수호는 괜히 깜짝 놀랐다. 무게를 잡는 목소리에 초조해졌다. 불러놓고 뜸을 들이는 둥근 눈과 물끄러미 시선을 맞췄다.

 어젯밤의 이야기를 하려는 건지, 왜인지 수호는 듣고 싶지 않았다.

 이우는 메시지를 열어 수호에게 내밀었다.

 [선바위 강남순환 상 6-2 8..12]

 수호는 미간을 찌푸리고 핸드폰을 들여다보았다. 선바위, 강남순환, 상,… 아, 또 시작이구나. 이놈의 퀴즈.

 “이거 어디예요?”

 앞뒤 없는 질문에 수호는 얼떨떨해졌다.

 “이거 어딘지 형 알죠?”

 “어디? 이게 장소야?”

 이우는 입을 닫았다. 어리둥절한 표정을 잠시 뜯어보다가 말을 이었다.

 “아마, 장소일 거예요.”

 수호는 메시지를 다시 보았다. 선바위, 강남순환.

 수호의 인상이 구겨졌다. 선암교 인근 도로공사현장.

 “이거 왜 이렇게 열심히 푸는 건데?”

 “예? 아, 그냥…… 저한테 맡겨진 과제니까요.”

 “안 하면 안 되는 과제야? 뭐, 이거 풀어야 학점 줘?”

 “아…… 네.”

 수호는 실소를 흘렸다. 어이가 없었다. 학점이나 받자고 그 야밤에 벌판을 헤맨다는 게 말이 되는가 싶었다.

 “그래서, 너 어제 이거 확인하러 갔었어?”

 이우는 입술을 가만히 물었다. 수호가 따라붙었던 걸까.

 “어제 저 봤어요?”

 이번엔 수호가 말문이 막혔다.

 “아니, 보긴 뭘 봐. 갔었냐고 물어보는 거지.”

 “형 저한테 뭐 숨기는 거 있죠.”

 수호는 괜한 헛기침을 했다. 이우의 손에 들린 핸드폰을 뺏어 들고 심각한 척 메시지를 노려보았다.

 “이거 딱 거기잖아. 선바위와 강남순환, 선암교 근처. 근데 상은 뭘까? 상행선 도로?”

 “상행선.”

 “응, 상행선이면 수서 방면일 거고. 자, 그럼 육 다시 이는 뭘까? 공사장 지번인가?”

 어리바리 말을 잇는 수호의 얼굴을 이우는 물끄러미 뜯어보았다. 알려주고 싶어도 대놓고는 말 못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누군가 듣고 있어서?

 이우는 수호의 귀를 들여다보았다. 오른쪽 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왼쪽 귀에 숨어있던 인이어를 떠올렸다. 마이크가 숨어있던 쇄골은 셔츠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수호의 쇄골 아래 가슴팍을 이우가 슬쩍 쓸어내렸다. 갑작스러운 손길에 수호는 흠칫 놀랐다.

 “왜, 왜….”

 마이크는 없었다. 이우는 수호의 배로 팔을 감아 왼쪽 옆구리를 쓸어 만졌다. 전선도 만져지지 않았다.

 수호는 불타는 얼굴로 꼼짝 못 하고 굳어 있었다. 심장이 벌렁거리고 입술이 바짝바짝 말랐다. 힐끗거리는 맞은편 사람들의 시선을 애써 무시했다.

 사람 있는 지하철에서 이런 격한 스킨십을 당하고 보니 자신이 이우에게 얼마나 몹쓸 짓을 했었는지 뒤늦게 깨달았다.

 이우가 바로 앉은 후에도 수호는 진정이 안 되는 심장으로 주변 눈치를 살폈다.

 “형.”

 낮은 목소리에 수호는 또 흠칫 놀랐다. 분명히 듣고 있었던 것 같다. 허공에 대고 했던 고백을.

 “형 왜 온 거예요?”

 “응?”

 “제가 형 잡았던 날, 그날 저 처음 본 거 아니죠?”

 수호는 마른 입술을 씹었다. 솔직히 말하면, 정말 미친놈 취급을 받을 텐데.

 “대답 못 하는 일이에요?”

 “응? 아. 그게…, 딱히 뭐, 대답할 거리도 안 되고.”

 “그럼, 한 가지만 대답해 주세요.”

 수호는 괜히 떨리는 기분으로 이우와 시선을 맞췄다.

 “형 저 지켜주시려고 그래요?”

 수호는 어쩐지 멍해졌다. 지켜준다, 이우를.

 “혹시 저한테 위험한 일 생기면, 지켜주려고 근처에 있는 거 맞아요?”

 “응.”

 홀린 듯 대답이 뱉어졌다. 수호는 문득 가슴이 벅찼다. 지켜준다. 사람이 위험하면 당연히 지킬 수밖에 없지 않을까, 누구든지 그러지 않겠나.

 수호는 저절로 흘러나온 제 대답에 대한 명분을 찾고 있었다.

 수호의 대답에 이우는 가만히 웃었다. 수호가 메시지의 답을 아는지 모르는지 발신처의 사람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수호의 대답만큼은 진실로 들렸다. 해치려고 온 사람이 아니다. 그것만큼은 분명하게 느껴졌다.

 이우를 힐끗 쳐다본 수호는 비어져 나오는 웃음을 물고 말했다.

 “나중에 생각나면 또 말해줄게.”

 “네?”

 “퀴즈. 형이 은근 그런 거 잘하거든? 학점은 걱정 마, 알았지?”

 이우는 헛웃음을 흘렸다. 정말 몰라서 이런 소릴 하는 건지, 속을 알다가도 모르겠는 사람이다.

 

 -일 팀입니다. 포커스 삼 번 확인. 삼 번 확인. 송동 노인정에서 선암교 방면으로 도보 중. 위치 맵 확인 요망-

 동식의 목소리였다.

 “우리 신참 한 건 했네.”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기웅이 중얼거렸다. 수호와 기웅은 열공급 시설 보안실에 앉아 주변 폐쇄 회로를 확인하고 있었다.

 -노출 조심. 밟기만 해라.-

 “그냥 하나씩 잡지, 셋을 무슨 수로 한꺼번에 맞추겠다고 맨 날 밟기만 하래.”

 수호가 투덜거리자 기웅이 피식 웃었다.

 “그러게 말이다.”

 기웅의 맞장구에 수호는 괜히 혀를 쯧, 찼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니 작업 날짜가 정해져 있다는 걸 모르는 바 아니었지만 내막을 모르니 짜증은 났다.

 포커스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영업팀 직원들은 알지 못했다. 생김새 관련 자료를 들고 포커스를 찾아내 뒤를 밟거나 잡아서 작업팀에게 넘기면 되는 일이었다.

 이 년 전에도 이런 일망타진 영업을 한 적이 있긴 했다. 사건 종결 후 뒤늦게 기웅에게 들은 바로는 국제적인 대규모 마약 밀매단의 일부라고 했다.

 삼 개월이 넘게 고생을 해서 잡아냈었지만 밀매 조직 전체 중에 그저 손톱만 한 크기였다. 이번 포커스는 얼마나 큰 조직이기에 또 이렇게 감시만 붙이는 걸까.

 정해진 마감일에 한꺼번에 셋을 맞추는 게 가능한 일일까. 마감일에 셋이 한꺼번에 쫓아와서 잡아가 달라고 부탁한다면 또 모를까.

 생각 끝에 수호는 괜한 한숨을 내쉬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든, 영업직원은 영업만 잘하면 된다.

 

 “니들 요새 돌아가면서 왜 이래? 둘이 눈깔 네 개 가지고 포커스 한 놈 쳐다보는 게 그렇게 어려워? 그 눈깔로 무슨 영업질을 하겠다고! 엉!”

 김 실장은 성대가 찢어지게 고함을 쳐대고 있었다. 목청에 확성기를 달아둔 게 틀림없다 생각하며 수호는 모니터 안 포커스 사진만 보았다. 뒤통수가 따가웠지만 절대 돌아보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나란히 고개를 떨구고 서 있는 한나영 팀장과 동식은 같은 대답만 반복했다. 흐흥, 하는 낮은 웃음에 수호는 기웅을 힐끗 보았다.

 기웅은 의자를 아예 돌려두고 앉아 불구경을 하고 있었다. 뭐가 재미있는지 웃음까지 실실 흘렸다. 저러다 또 한소리 듣지 싶어 수호는 조바심이 났다.

 “우리 귀여운 신참 저러다 울겠다.”

 기웅이 수호에게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

 “꼭 다람쥐 같지 않냐? 우리 신참?”

 수호는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한 채 소곤거렸다.

 “똑바로 앉아 좀.”

 “진짜 귀신같지 않냐?”

 “뭐가.”

 “요번 놈들. 한나영 팀장 오늘 놓친 것도 그렇고, 주암교에서도 분명히 이상했다니까? 눈 밖에 난 시간 길어봐야 이 분? 잠깐 커브길 꺾은 게 단데 사라졌어, 펑!”

 “사라지긴, 눈치채고 어디로 숨은 거지.”

 “나를 눈치채? 에이.”

 “형 은근히 허술한 거 몰라?”

 “허술 좋아하네, 형 노출되는 거 봤냐?”

 수호는 골이 아파졌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잠행만큼은 따라갈 사람이 없는 기웅이 노출되었을 리가 없었다. 게다가 포착만 했다 하면 놓치는 법이 없는 물귀신 같은 한 팀장이 놓쳤다. 그것도 동식과 둘이 있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감쪽같이 숨어버릴 수 있을까.

 “혹시 초능력자 아니야? 아니면 외계인? 순간이동 해버린 거야?”

 기웅의 헛소리에 수호는 짜증스러운 한숨을 내쉬며 포커스 사진을 노려보았다. 이제 기한이 얼마 없다. 빠른 시일 안에 다시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이우는 벌떡 몸을 일으켜 앉았다. 침 흐른 입가를 손등으로 문질러 닦았다.

 시계를 힐끗 보고 깜짝 놀랐다. 도서관 열람실 책상에 엎드려 세 시간 반이나 자고 있었다.

 잠이 쏟아지기 시작하면 불가항력이었다. 시간을 여러 번 멈춘 후에는 특히 심해져서 갑작스럽게 쓰러져 잠들기도 했다.

 기면증의 원인을 이우는 크면서 스스로 짐작하게 되었다.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는 것에 대한 부작용이 아닐까.

 열람실 안을 둘러보았다. 한창 축제 기간인 오월의 열람실은 비교적 한산했다.

 학교 분위기도 거리 분위기도 한껏 봄기운에 들떠 있었지만 이우는 풀지 못하고 있는 메시지 때문에 마음이 무겁기만 했다.

 수호의 말대로 강남순환 고속도로 공사장 주변의 어느 장소라면 숫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주소는 분명 아니었고, 6-2. 그냥 단순하게 4를 의미하는 것일까,

 4라고 가정해도 딱히 관련된 의미가 떠오르지 않았다. 8..12, 8과 12를 분리해서 생각해야할까.

 이우는 핸드폰을 열었다. 공사 중인 도로에 대한 정보를 검색했다.

 

 

 “맨날 이놈의 샌드위치나 씹으면서 어떻게 사냐, 사람이. 이게 저녁이냐? 간식이지.”

 샌드위치를 테이블에 펼치며 기웅이 구시렁댔다.

 “선바위, 강남순환.”

 수호가 중얼거렸다. 기웅이 수호를 힐끗 보았다.

 “그게 왜.”

 “뭔 거 같아?”

 기웅은 무슨 시답지 않은 소린가 생각하며 샌드위치를 베어 물었다.

 “육 다시 이, 팔, 십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퀴즈.”

 “퀴즈 같은 소리 한다. 애들 장난이지 그게 무슨 퀴즈냐?”

 수호의 눈이 커졌다.

 “뭔데? 생각나는 거 있어?”

 “생각나는 게 없으면 이상하지. 이번 포커스잖아.”

 수호는 어리둥절해서 눈을 깜빡였다.

 “포커스?”

 “이게 누굴 호주머니로 아나. 이 번은 주암교가 마지막이었고. 삼 번은 우면산로 근처, 일 번은 양재천. 그럼 뻔한 거 아냐, 포커스 출몰 예상구역. 선암인터체인지랑 강남순환 고속도로 교차지점.”

 수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영업범위와 이우의 퀴즈가 겹치는 게 우연일 확률은.

 “이 팔, 또 뭐라고?”

 “아, 숫자야. 육 다시 이.”

 “육 다시 이. 무슨 일련번호 같은데. 아니면 날짜? 유월 이일?”

 “아니, 장소 관련해서.”

 “장소? 그럼 뭐 어디 주소야?”

 수호는 코웃음을 흘렸다. 그럼 그렇지. 자신에게도 어려운 문제를 기웅이 단박에 풀 리가 없다. 잠행은 지상 최고인지 몰라도 지능 플레이는 자신보다 못한 게 분명하다고 수호는 생각했다.

 “아니면 공사구간 같은 거 아냐? 아까 팔 뭐라고?”

 “육 다시 이, 팔, 십이.”

 “육 공구부터 이 공구, 그건 왜 숫자가 거꾸로냐. 팔은 팔 공구. 십이는 없을 텐데. 거기 공사구간 아홉 갠가 그렇던데.”

 공사구간이라. 수호는 기웅의 말을 되새기며 샌드위치 포장을 벗겼다.

 “학점이 중요한가?”

 샌드위치를 씹으며 수호가 웅얼거렸다.

 “뭐?”

 “요즘 대학생들, 학점에 목숨 거나?”

 “당연히 중요하지, 요즘 애들 학점이며 스펙에 목숨 거는 거 모르냐?”

 수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용해진 수호를 힐끔 쳐다본 기웅이 말했다.

 “대학생이 왜? 너 요즘 대학생 만나냐?”

 “응? 아니 뭐…….”

 수호는 샌드위치를 한 입 가득 베어 물었다. 말없이 먹기만 하는 수호를 기웅이 빤히 쳐다보았다.

 “요거 수상하다.”

 “수상은 무슨. 아니야.”

 “형 레이더에 걸렸다 너. 형 두고 딴 눈 파는 중이구만?”

 “아니라니까, 그리고 형이 뭐, 내 애인이냐? 웬 딴 눈?”

 “어쭈? 발끈하는 강아지 좀 보소? 바람피우다 내 눈에 걸리기만 해 그냥.”

 흥, 콧방귀를 뀐 수호는 이우의 집에 갔던 밤을 떠올렸다. 그런 밤 정도면 바람피우는 그림이 될까.

 불쑥 치미는 짜증에 이를 앙다물었다. 바람이라니, 이우와의 만남이 왜 바람이란 말인가.

 기웅을 슬쩍 째려본 수호는 남은 샌드위치를 입에 욱여넣으며 시계를 보았다. 오후 여덟 시 정각이었다.

 8은 여덟 시를 의미하는 걸까. 그게 장소가 무슨 상관이 있으려나. 8시 방향을 뜻하는 걸까. 아니면 기웅의 말대로 공사구간 번호일까. 이우는 지금 뭐 하고 있으려나.

 

 저녁 8시, 이우는 조금 이른 시각에 선바위역에 도착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하루 두 번 지하철역 확인도 계속하고 있었다. 6-2에 서서 6-3을 보았다. 서류가방을 든 남자가 수호의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우의 입에 웃음이 떴다. 김수호는 좋은 사람이다. 적어도 자신에게는 좋은 사람이다.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이상하리만큼 경계심을 느끼지 못했었다. 다른 누군가가 열차 안에서 그런 행동을 했다면 따라가기는커녕 무서워서 도망치기 바빴을 텐데. 소매치기로 오해하고 묶어두던 순간에도 무섭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었다.

 경계심을 못 느낀다는 건 일종의 호감일까. 수호에게 어떤 형태이든 호감이 있는 걸까.

 시간을 들키지 않기 위한 방법이긴 했지만 입을 맞추게 되는 상대라면, 그냥 친구로서의 호감은 아니지 않을까.

 이우는 새삼 뜨거워지는 얼굴을 문질렀다. 불쑥 울린 메시지 알림음에 눈이 반갑게 커졌다.

 ― 김수호 : 8공구. 혹시 그거 아니야?

 메시지를 곰곰이 보던 이우는 입력창을 두드렸다.

 ― 공구요? 공사구간?

 ― 김수호 : 아닐 수도 있는데, 공사현장에서 숫자랑 관련된 게 그거밖에 더 있나 싶어서.

 ―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고마워요 형.^^

 ― 김수호 : 지금 뭐 해?

 ― 집에 들어가는 길이에요.

 ― 김수호 : 그렇구나.

 ― 형은 뭐 해요?

 ― 김수호 : 난 그냥 집. 쉬는 중.

 이우는 대화 내용을 다시 훑었다. 뭐라고 대화를 이으면 좋을지 쓸데없는 고민에 빠졌다.

 잘 쉬라고 하면 될까, 잘 자라고 해야 할까, 안 바쁘면 집에 놀러 오라고 해볼까.

 이 시간에 오라고 하면 또 자고 가라는 소리가 되려나.

 더 가까워지고 친해지게 된다면, 당연히 곤란해지겠지.

 ― 김수호 : 내일 오전에 보자. 조심해서 들어가.

 이어 들어온 메시지를 이우는 물끄러미 들여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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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피 17-06-09 23:05
 
힝 폰이라 그런가요 추천이 안 되네요.
 초능력에 부작용이 있군요. 좀 위험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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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더 포저 시즌 Ⅰ} 선바위 비밀거래 ... 1 (1) 2017 / 6 / 4 97 6 4962   
4 { 더포저 에피소드 Ⅰ} 스토커의 최후 ... 3 / … (3) 2017 / 6 / 3 116 6 6569   
3 { 더포저 에피소드 Ⅰ} 스토커의 최후 ... 2 (2) 2017 / 6 / 2 114 7 5330   
2 { 더 포저 에피소드 Ⅰ } 스토커의 최후 ... 1 (4) 2017 / 6 / 2 234 6 4631   
1 더 포저(The Pauser) _ INTRO. (5) 2017 / 6 / 1 693 7 3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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