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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한밤의 불청객
작성일 : 22-03-10 01:24     조회 : 77     추천 : 0     분량 : 7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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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만 기다려. 복도 상황을 보고 움직일게."

 

 측절치가 화장실로 들어간 지 3분이 지나자 미세한 소리와 함께 옆방 창문이 열렸다.

 

 "2층엔 아무도 없나 봐. 어서 들어와."

 

 막실라팀이 들어간 방은 침실인 듯했다. 큰 침대와 구석에 있는 책상이 가구의 전부였다. 카쟝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벽에 걸린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이 사람이 하토 교수인가요?"

 

 중절치가 대답했다.

 

 "응. 맞아."

 

 사진 속 하토 교수는 흰머리와 검은 머리가 반절 씩 섞인 남성이었다. 그는 온화한 표정으로 막실라팀을 바라보고 있었다. 교수의 금테 안경에서는 고상함과 여유로움까지 느껴졌다.

 

 "지금 아무 소리도 안 나는 걸 보니까 집사도 자고 있는 것 같아. 우리는 이제부터 2층을 수색할 거야. 나랑 소구치, 대구치 형이 같이 움직이고, 측절치, 견치, 그리고 지치가 같이 이동할 거야. 이 방을 나가면 우리는 좌측으로 대구치형네는 우측으로 수색을 시작해줘."

 

 중절치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막실라팀은 방문을 열고 복도로 나갔다. 집안은 어두컴컴했다. 빛이라고는 1층에서 새어나오는 보조등 빛이 전부였다. 막실라팀은 양쪽으로 나뉘었다.

 

 카쟝은 측절치의 뒤를 따라 오른쪽 방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낡은 책 냄새가 풍기며 커다란 책상의 실루엣이 보였다.

 

 ‘여기는 서재구나.’

 

 벽에는 아무런 그림도 걸려있지 않았다. 카쟝은 주위를 둘러봤다.

 

 ‘이곳엔 그림이 숨겨졌을 만한 비밀 공간이 없어.’

 

 그때 측절치도 속삭였다.

 

 “이 곳엔 그림을 숨길만한 공간이 없어. 옆방으로 가자.”

 

 다음 방은 2층의 오른편 마지막 방이었다. 이번엔 대구치가 앞장섰다. 그는 문 앞에 서서 내부에서 인기척이 느껴지는 지 확인했다. 이내 그는 조용히 문을 열었다.

 

 "여긴 창고인가 본데?"

 

 벽마다 선반이 걸려있었고 구석에는 대걸레와 이름 모를 기구들이 벽에 기대어있었다.

 

 찰캉.

 

 느닷없는 금속음이 들렸다. 대구치의 다리가 기구 하나를 건드려 쓰러뜨린 것이었다.

 

 "이런."

 

 그들은 숨을 죽이고 기척을 숨겼다. 카쟝도 어정쩡한 자세로 눈동자만 굴려 주변을 살폈다.

 

 "...."

 

 다행히 밖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측절치는 조심스레 발을 뗐다.

 

 

 "여기도 '병원'은 고사하고 조그만한 그림 한 점 없어."

 

 그들이 창고를 나가자 반대편 방에서 나오던 중절치가 보였다. 측절치는 두 팔을 들어 X자를 만들었다. 중절치도 같은 제스처로 화실에 '병원'이 없음을 알렸다. 그들은 서로를 향해 다가갔다. 곧 막실라팀은 2층 중간에서 다시 모였다. 그들은 목소리를 최대한 줄인 채 대화했다.

 

 "이제 어쩌지?"

 "별 수 없지. 1층으로 내려가 보는 수밖에."

 

 그때 카쟝이 측절치의 어깨를 톡톡 쳤다. 그는 오른편을 가리켰다. 그곳엔 1층 거실이 보였다. 저택의 구조상 2층의 중앙에서 1층 거실이 보였다. 천장에 달린 보조등으로 인해 거실의 모습이 희미하게 드러났다. 거실에는 예상대로 커다란 벽난로가 있었다. 벽난로 속에 있던 장작에서는 실타래처럼 연기가 새어 나왔다. 불이 꺼진 지 얼마 안 된 듯했다.

 

 "저기 봐."

 

 벽난로 맞은편에는 막실라팀이 그토록 찾던 그림이 걸려있었다. 거실에 걸린 그림은 총 3장이었는데, 그 중앙을 '병원'이 차지하고 있었다.

 

 "어디 갔나 했더니 거실에 있었구나."

 

 그러나 거실에는 그림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중절치가 고개를 내밀어 거실을 내려다보니 벽난로 앞에는 덩치 좋은 남성 1명이 소파에 누워있었다. 그는 깊은 잠에 빠져 코를 고는 중이었다. 게다가 새까만 도베르만, 그레이하운드가 그의 곁을 지키며 자고 있었다.

 

 "예술품을 가장 잘 보이는 공간에다가 놓았군."

 "하토 교수가 생각보다 보관을 허술하게 했네."

 "다른 인사들처럼 예술품을 재물로 여기는 게 아니라, 예술을 즐기는 사람인 거지."

 

 어쩌면 막실라팀에겐 반가운 소식이었다. '병원'은 훤히 노출된 장소에 걸려있었다. 잠긴 문을 열기 위해 자물쇠를 따거나 금고를 열기 위해 비밀번호를 찾는 수고는 덜 수 있었다. 측절치는 가방에서 도시락통을 꺼냈다.

 

 "그럼 슬슬 수면제 먹인 고기를 꺼낼까?"

 

 사냥개를 따돌리기 위해 가장 단순하면서 효과 좋은 방법이었다. 중절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개들은 그렇게 재운다고 쳐도, 집사가 문제인데."

 

 견치도 한 마디 거들었다.

 

 "거실에 수면가스를 풀어버리는 건 어때?"

 

 숙소 지하실에서 견치를 눕혔던 그 가스를 말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중절치는 고개를 저었다.

 

 "거실이 생각보다 면적이 넓어. 지금도 피부로 공기의 흐름이 느껴지는 걸로 봐서 통풍과 환기도 잘 되고 있는 것 같고. 수면가스의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높아. 오히려 집사의 잠을 깨워서 곤란해질 수도 있고."

 "그럼 그냥 때려눕힐까?"

 

 견치는 권투 하는 시늉을 했다.

 

 "측절치, 저 집사는 무슨 운동을 하지?"

 "헬스로 몸을 만드는 것 같더라고. 1층에 구석에 운동실이 있어. 거기서 매일 오전마다 2시간씩 운동을 해."

 "근력이 강하겠어. 제압이 쉽진 않을 거야."

 

 중절치의 걱정에도 견치는 자신만만했다.

 

 "형, 걱정 마. 한 명 정도는 내가 제압할 수 있어. 정 힘들어지면 소구치 형이랑 대구치 형도 있고."

 "너의 실력을 못 믿는 건 아니야. 하지만 집사를 덮치다가 어떤 응급상황이 벌어질지 몰라서 그래. 조용히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방법부터 궁리해봐야겠어."

 

 중절치는 잠시 입술을 닫고 고민에 빠졌다. 카쟝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거실 천장에 뭔가가 설치된 것을 발견했다. 그는 뭔가 떠오른 듯 측절치에게 귓속말했다. 측절치는 카쟝의 말을 듣더니 도시락통을 도로 집어넣었다. 그는 중절치에게 접근했다.

 

 "형, 이번 경기는 지치에게 맡기자."

 "그게 무슨 말이야?"

 "지치가 그럴 듯한 계획을 세웠어."

 "계획이 뭔데? 우리가 뭘 하면 되지?"

 

 발언권을 얻은 카쟝이 입을 열었다.

 

 "아무 것도 안 하셔도 돼요. 수면제 넣은 고기도 필요 없고 집사와 싸울 필요도 없어요."

 "그래도 무슨 계획인지 말을 해. 모든 계획은 내 머릿속에 있어야 해."

 

 측절치가 중절치에게 다가가 카쟝의 계획을 속닥거렸다. 계획을 듣고 난 중절치는 카쟝에게 다가갔다.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카쟝을 바라봤다.

 

 "좋아. 이번 한 번만 지치를 믿어보자."

 

 중절치가 그런 태도를 취하자 다른 형제들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카쟝은 막실라팀을 향해 미소 지었다.

 

 "저만 믿고 밖에서 대기하고 계세요. 제가 곧 그림을 들고 주차된 장소로 가겠습니다."

 

 카쟝은 비장한 표정으로 모두를 침실 창문으로 나가도록 지시했다. 견치와 소구치는 구시렁거렸다.

 

 "형, 꼭 얘 말을 들어야 돼?"

 "아직 못 미더운데, 지치가 무슨 짓을 저지를 줄 알고 이러는 거야?"

 "이번만 믿어보자."

 

 막실라팀은 중절치를 따라 차례차례 창밖으로 나갔다. 견치는 밖으로 나설 때까지 의심의 눈빛을 풀지 않았다. 막실라팀이 모두 나가자 카쟝은 침실 창문을 잠갔다.

 

 "여기는 원래대로 돌려놨고."

 

 막실라팀은 카쟝을 저택에 홀로 남겨둔 채 1층으로 내려가 담장을 넘었다. 그들은 저택 뒤편에 주차시켰던 자동차에 탑승했다. 견치는 자동차 문이 닫히고 나서야 마음껏 소리 낼 수 있었다.

 

 "중절치 형, 그 녀석이 무슨 방법을 쓴다고 했길래 이러는 거야? 이러다가 '병원'까지 놓치면 어떡해?"

 

 평소 중절치의 명령에는 고분고분하던 견치였다. 하지만 카쟝이 막실라팀에 들어오고 난 후부터는 중절치의 명령에도 이따금 인상을 찌푸렸다. 그도 쌓이고 쌓인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닌 모양이었다. 중절치는 견치를 다독였다.

 

 "걱정 마. 이번에 놓치면 지치에게 다음 기회는 없어. 본인도 함부로 말을 못 꺼내겠지. 그리고,"

 

 중절치는 저택을 바라봤다.

 

 "지치의 능력을 테스트해볼 좋은 기회야."

 

 땡땡땡땡땡-

 

 중절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저택에 경보가 울렸다. 역시나 견치는 혀를 찼다.

 

 "아오, 쟤 때문에 이번 건도 망했네."

 

 중절치는 말없이 시동을 걸었다. 소구치가 중절치를 불렀다.

 

 "형, 지치 두고 그냥 가려고?"

 "제 시간에 못 나오면 어쩔 수 없지."

 

 땡땡땡땡땡-

 

 경보음은 사그라지지 않고 옆집까지 쩌렁쩌렁 울렸다. 그 소리가 시작된 지 3분이 넘도록 카쟝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견치는 중절치를 재촉했다.

 

 "안 되겠어. 이제 곧 경찰이 올 거야. 지치도 사냥개들한테 물어뜯기고 있을 거라고. 우리라도 출발하자."

 

 차 문이 열린 것은 그때였다.

 

 "많이 안 늦었죠?"

 

 카쟝이었다.

 

 "이거 받으세요."

 

 카쟝의 손에는 '병원'이 들려있었다. 견치는 '병원'을 보고는 입이 쩍 벌어졌다.

 

 "뭐야. 집사랑 사냥개는 어떻게 처리하고 이걸 가지고 나온 거야?"

 "제가 가지고 나온 게 아니에요. 집사가 가지고 나왔지."

 "뭐? 집사가?"

 "남은 설명은 돌아가면서 하고 어서 타. 빨리 출발해야 하니까."

 

 카쟝이 좌석에 앉자 중절치는 빠르게 현장을 빠져나갔다.

 

 "이제 차근차근 설명해봐. 우리를 내보내고 무슨 짓을 한 건지."

 

 카쟝은 '병원'을 측절치에게 건네주고 설명을 시작했다.

 

 "별다른 건 없고, 이거 하나로 끝냈죠."

 

 카쟝은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견치는 그 물건을 홱 낚아챘다.

 

 "뭐야. 평범한 라이터잖아?"

 "맞아요. 라이터로 해결했죠."

 

 카쟝의 방법은 간단했다. 그는 종이 한 장을 꺼내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카쟝은 불붙은 종이를 복도 천장에 설치된 화재경보기 근처에서 휘휘 저었다. 그러자 연기를 감지한 경보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막실라팀이 들은 경보음은 화재경보기의 소리였다.

 

 "천장에 있던 스프링클러도 정상적으로 작동했고요."

 

 집사는 경보기에 의해 잠에서 깨자마자 두리번거렸다. 사방에서 화재경보기가 울리며 천장에서는 소나기가 쏟아졌다. 우선 그는 가구들이 화재로 인해 탈까 봐 불이 난 곳을 찾아다녔다. 집사가 집안을 구석구석 뒤졌지만 당연하게도 화재의 원인은 나오지 않았다. 그는 다시 거실로 돌아왔다. 카쟝은 그 모습을 2층 화장실에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래서 스프링클러랑 이거랑 무슨 상관인데?"

 "잠깐 기다리니까 집사가 '병원'을 들고 알아서 나오던데요?"

 

 우왕좌왕하던 집사의 눈에 가장 먼저 보인 건 스프링클러에서 튀어나오는 물방울, 그리고 그 물방울을 맞고 있는 '병원'이었다. 그는 그림들이 물이 젖을까 두려웠다. 특히나 하토 교수가 아끼던 '병원'이 가장 마음에 걸렸다.

 

 "집사 입장에선 가만히 지켜볼 수 없는 상황이죠."

 

 저택 전체에 물이 쏟아졌기 때문에 서둘러 그림부터 집 밖으로 대피시킨 것이었다. 카쟝은 그의 움직임을 예상하고 곧바로 2층 화장실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 그는 밖으로 나오자마자 창문을 닫았다. 창문을 원상 복귀 시킨 카쟝은 현관 방향으로 슬금슬금 이동했다.

 

 "조금 기다리니까 역시 집사가 '병원'을 들고 나오더라고요."

 

 카쟝은 집사가 '병원'을 현관 밖에 내놓고 다른 그림을 가지러 들어가는 사이를 노렸다.

 

 "그리고 1층으로 내려와서 문 앞에 놓인 그림을 가져오면, 끝."

 

 그렇게 카쟝은 라이터 하나로 '병원'을 가져온 셈이었다. 견치는 카쟝의 작전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쳇, 족제비가 따로 없네."

 "그래도 제 작전 덕분에 누구 하나 다치지 않고 무사히 끝났잖아요. 그렇죠?"

 "맞아. 오늘 경기는 지치 덕분에 수월하게 끝났어."

 

 측절치가 카쟝을 향해 엄지를 들었다. 뒤에 있던 대구치도 덩달아 엄지를 들었다.

 

 "잘했어, 지치."

 

 중절치는 백미러를 통해 카쟝을 쳐다봤다. 카쟝이 시선을 느끼고 그를 바라보자 중절치는 재빨리 시선을 운전대 앞으로 옮겼다.

 

 

 ***

 

 

 "팀장님, 실험을 거듭해봐도 결과에는 오차가 하나도 안 생깁니다. 그저 단순한 실수였나 봅니다."

 

 한환기 팀장을 포함한 연구 1팀은 한시름 덜었다. 임상실험에서 나온 오차가 신약으로 인한 부작용이 아니었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었다. 환기는 단전에서부터 끌어 모은 안도의 한숨이 튀어나왔다.

 

 "후우, 좋아. 그럼 이제 문제될 건 없나?"

 "네. 문제됐던 부분은 전부 해결됐습니다. 저희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참 다행입니다."

 

 환기는 한순간 긴장이 풀렸다. 덤으로 소변도 마려워졌다.

 

 "난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오겠네."

 

 환기는 연구실을 나와 실험복을 벗고 탈의실로 들어갔다. 화장실은 탈의실 구석에 있었다. 그가 일을 보고 손을 씻는 도중에 팀원 한 명이 화장실로 들어왔다. 환기와 함께 신약 Never-A12를 개발하고 있는 최용식이었다. 용식은 환기를 보자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오늘 고심 많으셨어요. 무탈하게 끝나서 다행이에요."

 "고심은 무슨, 자네가 수고했지."

 "아침부터 연이어 실험하셔서 피곤하실 텐데 이만 들어가 보시는 게 어떠세요? 나머지는 저희한테 맡기세요. 마무리만 하면 되니까요."

 "나는 괜찮아. 내가 책임자인데 팀원들에게 떠넘길 수야 있나."

 

 환기는 물기를 털며 시간을 확인했다.

 

 "벌써 8시잖아?"

 

 고개를 돌려 거울을 보니 눈가에 스며든 거무죽죽한 다크서클이 보였다. 환기도 신입 연구원 시절엔 밤을 새도 피부에 생기가 돌았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잠을 자지 않으면 얼굴에 티가 났고 밥을 굶으면 온몸에 힘이 빠졌다.

 

 노화가 진행될수록 몸의 변화는 점점 뚜렷해졌다. 환기가 Never-A12 개발에 온 정성을 쏟는 이유 중 하나였다.

 

 "어쩐지 배가 허하더니. 난 아직 저녁 못 먹었는데, 자네는 저녁 먹었나?"

 "저도 점심 이후로 굶었죠."

 

 아직 연구실에는 진행할 업무가 쌓여있었다. 마무리하려면 최소 2시간은 필요했다. 빈속으로 진행하기에 환기는 점심도 굶은 터였다.

 

 "같이 저녁식사나 하고 오지."

 

 환기는 용식을 데리고 회사를 나와 근처 식당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간단히 식사를 마쳤고, 다시 회사로 향했다. 용식은 환기와 걸으며 대화의 창을 열었다.

 

 "이제 Never-A12 개발이 완료되면 이 생활도 끝이네요."

 "그래. 얼마 남지 않았어."

 

 용식은 몸이 뻐근했는지 목을 좌우로 꺾으며 하늘을 향해 허리를 쭉 폈다.

 

 "해가 떠있을 때 퇴근했던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나요."

 "나도 그래. 그래도 우리 연구 1팀이 오랜 기간 고생한 만큼 충분한 휴식과 보상이 돌아올 거야. 분명히."

 "연구 3팀처럼 말이죠?"

 "그래. 연구 3팀처럼 말이지. 그 팀은 아직도 푹 쉬고 있겠지."

 "하, 저도 그랬으면 소원이 없겠네요."

 "앞으로 길어야 한 달이야. 조금만 더 고생하자고."

 "한 달. 정말 꿈만 같네요. 어? 오늘은 웬일로 사장실 불이 꺼져있네요?"

 

 용식의 말에 환기도 고개를 들었다. 그의 말대로 30층 사장실의 불이 모두 꺼져있었다.

 

 "아직 9시도 채 안됐는데?"

 

 두 사람은 회사 건물로 들어갔다. 그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연구실이 있는 4층으로 올라갔다. 아까 끝내지 못한 실험을 마무리하기 위해서였다. 그들은 탈의실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그러던 도중 환기는 환복을 멈췄다. 그는 발길을 돌려 출구로 걸어갔다.

 

 "어? 팀장님 어디가십니까?"

 "잠깐 바람 좀 쐬고 올게."

 

 환기는 용식을 뒤로 하고 탈의실에서 나왔다. 그는 뒤도 보지 않고 곧장 승강기에 올라탔다.

 

 "내 눈으로 어떻게 된 건지 봐야겠어."

 

 환기는 30층 버튼을 눌렀다. 승강기는 아주 빠르고 조용하게 환기를 30층으로 데려갔다. 환기는 승강기에서 내리자마자 로비를 지나 사장실로 걸어갔다. 사장실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사장실을 노크했다.

 

 똑.똑.똑.

 

 "사장님."

 

 예상대로 안에선 아무 대답도 없었다. 환기는 문을 당겼다.

 

 철컥.

 

 문은 잠겨있었다.

 

 "한환기 팀장님, 어떻게 오셨죠?"

 

 갑작스런 호명에 환기는 깜짝 놀랐다. 왼편을 보니 경호원 한 명이 서있었다. 앳된 얼굴로 보아 이번에 새로 추가된 경호원인 듯했다. 환기는 당황한 모습을 숨기며 경호원과 마주했다.

 

 "사장님은 어디 가셨습니까?"

 "아까 퇴근하셨습니다."

 "아까 언제요?"

 "7시 30분 정도로 기억합니다."

 

 '역시 이상해.'

 

 백민관의 50년 넘게 이어졌던 워크홀릭이 그의 달라진 외모와 함께 사그라져있었다. 경호원은 환기를 빤히 쳐다봤다.

 

 "무슨 용무라도 있으십니까?"

 "아! 사장실에 중요한 문서 좀 놓고 왔어서요...."

 "그러십니까? 그러면 내일 오전에 다시 오시면 그때,"

 "그냥 열어드려. 한 팀장님이잖아.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니고."

 

 뒤에 멀찌감치 서있던 중년의 경호원이 신참을 나무랐다.

 

 "아, 네! 알겠습니다."

 

 신참 경호원은 사장실의 비밀번호를 누른 뒤,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문을 열었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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