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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막실라팀
작성일 : 22-03-06 00:16     조회 : 78     추천 : 0     분량 : 7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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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멍!

 

 간댕이는 금정과 눈을 마주치자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금정은 무릎을 꿇고 쪼그려 앉아 간댕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간댕이는 그런 금정을 보며 좋다고 혀를 내밀고 헥헥거렸다. 금정은 간댕이를 보며 잠시 망설이다가 루베를 바라봤다.

 

 “루베 씨, 혹시 간댕이, 내가 데려가도 될까?”

 “데려가도 좋아. 금정 씨 홀로 타지에 있으면 외로울 테니까.”

 “고마워. 루베 씨.”

 

 금정은 루베의 허락을 받자마자 간댕이를 들어올렸다.

 

 “간댕아, 달구로 가자.”

 

 금정은 다시 일어나 출구로 고개를 돌렸다.

 

 “그럼 잘 지내고 있어. 루베 씨.”

 

 

 ***

 

 

 카쟝은 눈을 떴다. 햇살이 창문을 넘어 따스하게 이불을 덥혀주고 있었다.

 

 "하아암~."

 

 카쟝의 등으로는 푹신한 감촉이 들었다. 마치 구름 위에 누워있는 기분. 이런 느긋한 감정은 오랜만이었다. 이렇게 상쾌한 아침 뒤에는 예기치 못한 사건이 도사리는 경우가 많았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그 사건의 시작은 카쟝의 다리에서부터 발생했다.

 

 찰캉.

 

 카쟝의 다리가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카쟝은 시선을 내려 발을 봤다.

 

 "족쇄?"

 

 카쟝의 왼 다리에는 금속으로 된 족쇄가 묶여있었다. 그가 잠에 빠져있는 동안 누군가 족쇄를 채운 것이었다. 족쇄의 다른 한 쪽은 침대 다리에 걸려있었다. 다행히 두 손목을 질기게 감싸던 테이프는 제거되어있었다. 그러나 팔이 속박에서 풀린 대신 다리가 묶여, 행동의 부자유는 그대로였다. 카쟝은 현재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일단 어제의 일이 떠올랐다.

 

 '막실라 팀이 나를 여기로 데려왔지.'

 

 어젯밤 막실라팀 숙소에 도착할 즈음 소구치가 카쟝의 머리에 보따리를 씌웠다. 카쟝은 시각을 제거 당한 채 그들의 숙소까지 들어왔다. 그리고 지금의 방으로 옮겨졌고, 견치가 카쟝에게 알약 하나와 물을 강제로 먹인 것까지 기억났다. 정신을 차려보니 지금이었다. 즉, 카쟝의 현재 위치는 막실라팀의 숙소였다.

 

 “이게 무슨 냄새지?”

 

 고소한 냄새가 카쟝의 코를 부드럽게 건드렸다. 잘 구워진 빵의 향기.

 

 꼬르륵-

 

 달달한 냄새에 침샘보다 내장이 먼저 반응했다. 어제 점심 이후로 아무것도 먹지 못한 카쟝이었다. 어쩌면 이 보드라운 향기가 카쟝의 단잠을 깨운 것만 같았다.

 

 철컹.

 

 카쟝은 여전히 침대를 벗어날 수 없는 신세였다.

 

 "일어났어요? 침대가 불편하진 않았죠?"

 

 카쟝의 인기척을 느낀 측절치가 방으로 들어왔다. 카쟝은 측절치의 등장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덕분에 푹신한 침대에서 잘 잤어요. 고급 침대인가 봐요? 그나저나 밖에서 고소한 냄새가 나네요."

 "다들 거실에서 아침식사 중이거든요."

 

 카쟝이 침대에서 내려오지 않자 측절치는 그를 의아하게 쳐다봤다. 카쟝은 왼 다리를 흔들어 족쇄를 어필했다.

 

 "참, 내 정신 좀 봐. 잠깐만 기다리세요. 자물쇠 풀어드릴게요."

 

 측절치는 열쇠를 찾으러 서둘러 나갔다. 잠시 후 측절치는 견치와 함께 방으로 들어왔다. 견치는 아침에도 여전히 날이 선 눈초리로 카쟝을 노려봤다. 측절치는 혹시라도 카쟝이 도주할까봐 견치를 대동한 듯했다.

 

 "얼른 풀어드릴게요. 아침 먹으러 가시죠."

 

 견치가 카쟝의 족쇄를 풀었고 카쟝은 자유로운 몸이 되었다. 드디어 속박에서 풀린 몸이었다. 금방이라도 견치를 자빠뜨리고 도망치고 싶었다. 그 마음을 알 리 없는 측절치는 카쟝에게 밖으로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갈 땐 가더라도 배는 채워볼까?'

 

 카쟝은 빵 내음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 거실로 보이는 공간에는 다른 형제들도 모두 나와 있었다.

 

 "다들 일어나셨구나."

 

 카쟝은 도망가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겼다. 설령 카쟝이 도주를 시도했어도 그 자리에서 붙잡혔을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카쟝은 억지스런 미소와 함께 그들에게 인사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하지만 그들에게선 아무 대꾸도 돌아오지 않았다. 카쟝의 뒤에 있던 측절치가 대신 답했다.

 

 "저 세 사람은 어젯밤에 알케일까지 다녀오느라 잠도 한숨 못 잤을 거예요."

 "어제요? 다들 여기서 잔 거 아니었어요?"

 "숙소로 돌아온 사람은 나랑 견치뿐이에요. 나머지는 어제 가져온 '순백의 여인'을 제출해야 해서 알케일을 다녀왔고요."

 

 지금 보니 말끔한 측절치, 견치와 달리 나머지 삼형제는 머리도 제대로 감지 않은 몰골이었다.

 

 "그러셨구나."

 

 카쟝은 시선을 돌려 거실 중앙을 봤다. 중앙에는 큰 테이블이 놓여있었다. 그 위에는 갓 구운 빵이 바구니에 수북이 쌓여있었다. 막실라팀은 그 주위에 앉아 빵을 하나씩 먹고 있었다. 카쟝의 침샘이 침을 마구 분비하기 시작했다. 카쟝은 자신에게 가장 상냥한 측절치를 공략했다.

 

 "혹시... 저 빵, 저도 먹어도 될까요?"

 "당연하죠. 어차피 우리끼리 다 못 먹는 양이에요."

 

 측절치는 카쟝을 이끌고 테이블로 갔다. 카쟝은 선생님을 따라 교무실로 가는 학생처럼 측절치를 졸졸 쫓아갔다. 측절치는 카쟝을 테이블 가장 구석까지 안내했다. 카쟝이 자리에 앉자 나머지 네 형제가 동시에 카쟝을 쳐다봤다. 8개의 눈동자가 강렬한 빛을 뿜으며 자신을 향하자, 카쟝은 신속하게 고개를 내렸다. 측절치는 집게로 빵을 집어 카쟝의 접시에 올려주었다.

 

 "또 드시고 싶으면 이 집게로 집어가시면 돼요. 그럼 전 우편함 좀 확인해보고 올게요."

 

 측절치가 자리를 뜨자 거실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카쟝은 시선을 내린 채 어렵사리 빵을 한입 물었다. 그는 혹여나 소리가 날까 입을 다문 채 오물오물 빵을 씹었다. 빵은 생각보다 텁텁했다.

 

 '목 말라!'

 

 카쟝은 우유도 달라고 하고 싶었으나 모든 이목이 자신에게 집중된 상황에서 부탁하기란 참 어려웠다. 다행히 측절치 말고도 눈치가 빠른 사람은 존재했다.

 

 "목 막힐 텐데 이것도 같이 마셔."

 

 중절치가 우유병을 카쟝에게 밀었다.

 

 "고마워요."

 

 카쟝은 테이블에 흘리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우유를 컵에 따랐다. 그는 우유로 목을 적시면서도 머리가 복잡했다.

 

 '이 팀은 원래 대화가 없는 건가? 아니면 나 때문에 말을 안 하는 건가?'

 

 "이거 봐. 협회에서 편지 왔어!"

 

 측절치가 편지 한 장을 손에 들고 돌아왔다. 갑작스런 소리에 카쟝은 사레가 들려 기침했다. 하지만 캑캑대는 카쟝에게 신경 쓰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막실라팀은 측절치의 주위로 모이기 바빴다.

 

 "편지가 왔다는 건 2차전이 완전히 끝났단 뜻이네."

 

 Speed-T1에서는 분기가 끝날 때마다 각 팀에게 편지를 보내서 순위를 공지했다. 어제가 2분기의 마지막 날이었다. 따라서 Speed-T1협회는 경기 참가자들에게 점수에 따른 등수를 알려주고 그에 따른 보상을 줘야 했다.

 

 막실라팀은 측절치를 빙 둘러쌌다.

 

 "우리는 몇 등이야?"

 

 그들이 알고 싶은 가장 주요한 내용이었다.

 

 "기다려봐. 봉투 여는 중이니까."

 "마지막에 '순백의 여인'까지 우리가 차지했으니까 이번엔 1등도 노려볼 만한데."

 "맞아. 심지어 제이의 기회도 날린 셈이니 우리가 상대적으로 유리해."

 

 측절치는 편지봉투 속에서 하얀 종이를 꺼냈다. 유난히 희고 빳빳한 종이였다. 그들의 결과가 담긴 편지지였다.

 

 "자~ 한 번 보겠습니다. 우리 팀은~."

 "그래, 몇 등이야?"

 

 측절치의 표정이 굳었다.

 

 "응?"

 "왜? 뭔데?"

 

 측절치는 다른 이들의 눈치를 보다가 말했다.

 

 "3등...이야."

 "뭐? 또?"

 "말도 안 돼!"

 

 견치는 측절치가 들고 있는 종이를 뺏어 들었다. 하지만 그 종이에는 또박또박 정확히 적혀있었다.

 

 [3등 막실라팀 45000점]

 

 "그럼 1등은 어느 팀이야? 이번에도 제이인가?"

 "아니야. 이번엔 게적그룹이야."

 

 [1등 게적그룹 57000점]

 

 게적그룹은 이번이 첫 1등이었다. 항상 2등에 머물러있던 게적그룹이었지만 엄청난 인력과 물량으로 결국 1등을 따낸 것이었다.

 

 "그럼 2등은 당연히 제이겠군."

 "응."

 

 [2등 제이 53000점]

 

 제이는 6분기 연속 1등 자리를 지켜내는 데 실패한 셈이었다.

 

 "'순백의 여인'이 5000점짜리였으니 그 작품을 가로챘다면 1등을 할 수 있었겠네. 아쉬워서 어쩌나?"

 "뭘 아쉬워. 그래봤자 우리가 3등인 건 변함없어."

 

 소구치의 시니컬한 말투에서 실망한 감정이 묻어있었다. 끝까지 최선을 다했음에도 결과는 저번과 똑같은 3등이라는 사실이 모두의 힘을 빠지게 만들었다. 어떤 일이든 간에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만사가 귀찮아졌다.

 

 "난 좀 쉴게."

 

 소구치는 뒤도 안 돌아보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소구치를 시작으로 막실라팀은 각자의 시간을 갖기 위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중절치만 남아 아직도 그 편지지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어젯밤 졸음을 버텨가며 '순백의 여인'을 제출하고 왔는데도 3등에 머무른 것이 허탈할 뿐이었다.

 

 중절치는 리더였다. 그는 본인 나름대로 막실라팀을 잘 지휘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큰 변화를 만들지 못했다는 사실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나도 한숨 자고 나올게."

 

 중절치도 이내 피곤을 이기지 못하고 방으로 향했다. 카쟝은 그들의 퇴장을 보며 심장이 두근거렸다.

 

 '다들 들어가면 탈출할 기회가 생기겠어.'

 

 그럴 일은 없었다. 측절치와 견치는 끝까지 거실에 남아있었다. 게다가 견치는 어디서 가져왔는지 또다시 족쇄를 들고 카쟝에게 접근했다. 그는 테이블 다리와 카쟝의 다리를 족쇄로 연결했다.

 

 "이제 여기 앉아서 가만히 있어. 사람 피곤하게 만들지 말고."

 

 견치는 족쇄를 이리저리 흔들어 단단하게 고정시킨 뒤 TV 앞으로 갔다. 그는 채널을 돌려 그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틀었다. 강아지 캐릭터가 나와 악당 고양이를 무찌르는 애니메이션이 나왔다.

 

 '만화를 좋아하는구나?'

 

 견치는 거친 생김새와 다르게 만화 채널을 보며 30초 간격으로 낄낄거렸다. 그 덕분에 카쟝은 그의 매서운 눈초리를 받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그와 같은 공간을 공유한다는 게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카쟝이 조금만 의자를 끌어도 견치는 "뭐야? 왜 움직여?"라며 카쟝을 노려봤다. 정말이지 교도소가 더 자유로웠다고 느낄 정도의 갑갑한 분위기였다.

 

 '측절치 씨는 왜 하필 지금 자는 거야?'

 

 카쟝의 유일한 안식처인 측절치는 소파에 누워 잠들어있었다. 카쟝은 잠도 오지 않아 테이블에 앉아서 버틸 수밖에 없었다. 그 후 3시간이 넘도록 견치는 만화만 주구장창 시청했다.

 

 "견치야. 오늘도 만화만 보냐?"

 

 어느새 중절치가 방에서 나왔다. 산발인 머리와 달리 얼굴은 생생해 보였다.

 

 "어, 형. 오늘 재미있는 게 몰아서 하네. 잠은 잘 잤어?"

 "응. 혹시 뉴스 좀 봐도 될까?"

 

 견치는 움직이지 않는 손가락을 억지로 움직여 뉴스가 나오는 채널로 돌렸다. 뉴스에서 아나운서가 인사를 하고 있었다. 견치는 아나운서가 한 마디를 채 마치기도 전에 자리에서 엉덩이를 뗐다.

 

 "그럼 난 화장실이나 다녀와야겠다."

 

 견치는 뉴스를 뒤로 하고 3시간을 채워온 방광을 비우러 화장실로 향했다. 카쟝은 이제 중절치의 눈치를 봤다. 중절치는 소파에서 자고 있는 측절치를 쳐다보더니 뉴스 소리를 줄였다. 그러고는 팔짱을 끼고 묵묵히 뉴스를 시청했다. 카쟝이 움직여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견치와는 달리 뉴스에 완벽히 집중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뭐야! 이 녀석이?"

 

 카쟝은 어깨를 들썩일 만큼 화들짝 놀랐다. 그의 옆에 견치가 서있었다.

 

 "중절치 형! 이거 봐봐!"

 

 중절치도 그제야 카쟝을 쳐다봤다.

 

 "무슨 일인데?"

 "얘 지금 우리 얘기를 글로 쓰고 있어!"

 

 견치는 카쟝이 기록하던 종이를 빼앗아 중절치에게 가져갔다.

 

 "이거 봐. 탈옥할 때 얘기부터 호아티역에서 있었던 일까지 다 적고 있다니까?"

 

 카쟝은 손사래를 쳤다.

 

 "아니, 그게 아니라. 제가 원래 일기를 쓰는 습관이 있어서요. 그냥 있었던 일들을 쓴 거예요."

 

 견치가 동네방네 소리치고 다닌 탓에 측절치도 잠에서 깼다. 다른 형제들도 하나씩 거실로 나왔다. 소구치는 방에서 운동을 했는지 땀을 흘리며 한층 볼록해진 몸으로 나왔다.

 

 "견치야. 전쟁이라도 났어? 왜 이리 호들갑이야?"

 "아니, 형들 이거 보라니까? 얘가 우리가 했던 일들 다 기록하고 있었다니까?"

 

 중절치는 카쟝의 글을 쭉 읽더니 카쟝을 쳐다봤다.

 

 "이걸 무슨 목적으로 쓴 거지?"

 "별다른 목적은 없어요. 그냥 일기 쓰는 걸 좋아해서 쓴 거예요. 정말이에요."

 

 중절치는 카쟝의 글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일기를 쓴다는 건 맞는 말 같네. 한두 번 써본 솜씨가 아닌데?"

 

 중절치의 눈빛은 의심에서 흥미로 바뀌고 있었다. 그는 시선을 돌려 카쟝을 쳐다봤다. 카쟝의 눈은 결백했다.

 

 "일기는 교도소에 들어가기 전까지 매일 썼으니까요."

 "그래. 글을 많이 써본 티가 나."

 

 견치는 두 사람의 대화가 답답했다.

 

 "형, 얘 분명히 우리 경찰에 신고하려고 증거 모으는 거라니까? 우리를 위해서는 얘를 빨리 처리해야 돼."

 

 중절치는 카쟝의 일기를 내려놓고 담담하게 대화를 이어갔다.

 

 "그래. 그동안 경기를 마무리하느라 바빠서 강일호 씨를 어떻게 해야 할 지 판단을 못 내렸어. 이제 여유가 조금 생겼으니 다들 모여서 그 주제에 대해 토론해보자."

 

 때마침 오형제 모두 거실로 나와 있었다. 중절치는 다른 형제들을 거실 중앙으로 모았다.

 

 "다들 한 번씩은 생각해봤을 테니 바로 논의를 시작할게. 주제는, 대구치 형이 친구라고 데려온 이 '강일호'라는 사람을 지금부터 어떻게 해야 할 지야."

 

 주제가 떨어지기 무섭게 견치의 손이 높이 올라갔다.

 

 "우리에 대해 너무 많은 걸 알고 있어. 혹시라도 살려서 보냈다간 언젠가 경찰서에 우리를 신고할 거야."

 

 측절치가 바로 반박했다.

 

 "저 사람도 경찰을 피해 도망치는 신세야. 굳이 경찰에 연락할 이유도 없고. 오히려 우리와 동일한 신세인데 어떻게 신고를 하겠어."

 

 이에 질 새라 소구치가 견치를 거들었다.

 

 "아직 솔코라인엔 우리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어. 그러니까 우리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거고. 근데 저 사람이 우리의 존재를 밝힌다? 그리고 그동안 우리가 무슨 일을 했는지 까발린다? 굳이 경찰이 아니어도 솔코라인 국민들에게 공개적으로 폭로하기만 하더라도 우리는 큰 타격을 입을 거야. 저 사람에게 우리의 정보가 있는 이상 그 내용을 밝히는 건 시간문제야. 어쩌면 경찰한테 우리를 팔아서 자기 형량을 줄일지 어떻게 알아?"

 

 막실라팀의 정보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강일호를 처리해야 한다는 쪽으로 토론이 기울었다. 상황이 그렇게 되자 가만히 있던 대구치도 입을 열었다.

 

 "절대 우리에게 해를 끼칠 사람이 아니야. 나도 도움을 받았어."

 "맞아. 강일호가 아니었다면 '순백의 여인'도 제이에게 빼앗겼을 거야."

 

 중절치는 그 당시의 상황을 떠올렸다.

 

 "그래. 그 때 저 사람의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았어. 음, 그럼 강일호 씨의 생각도 한 번 들어볼까?"

 

 중절치는 카쟝을 바라보았다. 카쟝은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저도 여기 말고 따로 살던 곳이 있고... 하던 일이 있어서... 거기로 가고 싶습니다... 여기에서 있었던 일은 죽을 때까지 함구하겠습니다...."

 "봤지? 저 녀석 저렇게 나올 줄 알았다니까?"

 

 견치는 신나서 더욱 쏘아붙였다. 칼만 쥐어주면 바로 칼춤을 출 기세였다. 하지만 측절치와 대구치는 견치의 의견에 완강히 반대했다.

 

 "아직 잘못하지도 않은 사람을 처벌부터 하려는 건 말도 안 돼."

 "자, 다들 좀 진정하고."

 

 중절치는 토론이 과열되기 전에 모두의 의견을 종합하려 했다.

 

 "견치와 소구치의 말도 일리는 있어. 저 사람은 우리에 대해 많은 걸 보고 들었어. 원래대로라면 처음 만났을 때 처리했어야 해. 단지 대구치 형 때문에 지금까지 숨이 붙어있는 거지. 근데 또 저 사람 덕분에 '순백의 여인'을 지켜낸 것도 사실이야. 그래서 난 이렇게 생각을 해봤어."

 "어떻게 할 건데?"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어차피 쫓기는 신세고 우리랑 비슷한 처지잖아? 그렇다면 우리와 함께 경기에 참여하는 게 어때?"

 

 중절치의 의견을 들은 견치의 눈썹이 이마 끝까지 올라갔다.

 

 "그, 그게 무슨 말이야, 형?"

 "말 그대로야. 교도소에서는 대구치 형을 도와줬고, '순백의 여인'을 도로 빼앗는데 일조했고 기차에서는 측절치가 제이에게 당하지 않게 막아줬어. 확실히 우리가 신세 진 부분도 있어. 그런 사람을 처벌하는 건 나도 내키지 않아. 그리고 변장하는 데도 능통한 것 같고. 우리 팀에 들어올 자격은 충분해."

 

 중절치의 결정에 견치는 할 말을 잃었다. 반면 중절치는 생글거리며 카쟝을 바라봤다.

 

 "이게 내 생각인데. 강일호 씨, 당신 의사는 어때?"

 "그래도... 고향으로 돌아가는 게... 제 입장에서는...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그건 불가능한데. 여기 견치의 말대로 강일호 씨는 우리에 대해 많은 걸 알고 있어. 당신은 아직 우리가 맘 편히 풀어줄 만큼 신뢰감을 주지 못했고. 당신을 여기서 내보내면 우리에겐 시한폭탄 같은 존재가 될 거야. 강일호 씨가 계속 그런 생각이라면 견치가 말한 방식으로 처리하는 게 맞겠어."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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