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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너를 찾아서 (Looking For You)
작가 : 행복의시작
작품등록일 : 2016.9.12

10년 연애의 종지부를 찍고 하루하루를 무기력하게 보내는 채원 앞에 갑자기 나타난 남자 도준.
가뜩이나 마음 답답한데 믿을 수 없는 이야기만 늘어놔 채원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와 만난 후 멈춘 것 같던 시간이 다시 가는 것만 같다.
의문투성이인 이 남자 대체 정체가 뭘까?!
시련의 아픔을 극복하지 못해 우울한 채원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수상한 남자 도준이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

# 판타지 로맨스

 
5화. 믿을 수 없는 현실에 한 발짝 다가가다.
작성일 : 16-09-17 00:46     조회 : 270     추천 : 0     분량 : 5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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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채원의 물음에 남자는 대답 하지 않았다. 입을 꾹 다문 채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정적 속 두 사람은 서로를 응시한 채 말없이 서 있었다.

 

 - Only my shadow knows How I feel about you

  Only my shadow goes ♬

 

 두 사람 사이에 놓인 침묵에 어울리지 않는 부드러운 목소리와 멜로디가 무거운 정적을 깼다. 시끄럽게 울려대는 휴대폰 벨 소리에 그녀는 몸만 반응하듯 남자에게 시선은 고정한 채 전화를 받았다.

 

 "응."

 

 채원의 남동생 채훈이었다.

 

 "너 어디야?"

 

 쩌렁쩌렁하게 채훈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밖."

 "뭐, 뭐라고? 밖? 너 제정신이냐, 이 시간에? 지금 여기에 살인 용의자 있고, 바로 어제도 사건 났었다며! 그런데 지금 밖이라고?"

 "응."

 "응? 응? 그렇게 태연하게 대답할 때야 지금? 어디야? 내가 지금 갈게."

 "응."

 "응 이라니! 너 지금 어디냐고?"

 

 채원은 채훈의 말이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민채원! 내 말 듣고 있어? 너 지금 어디냐고."

 "........."

 "민채원! 야!"

 

 남자와 만났던 순간들이 비디오 영상을 빠른 재생하는 것처럼 눈앞으로 지나갔다.

 

 감정을 읽을 수 없는 눈빛. 차갑다.

 너무 차가워서 그 눈을 바라보고 있으면 심장마저 꽁꽁 얼어 멈추어 버릴 것 같다.

 

 채원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멀거니 바라보며 입을 열지 않고 있는 남자를 바라봤다.

 

 "당신, 대체 정체가 뭐야? 어떻게 그런 걸 다 알고 있었던 거예요? 그쪽이 어떻게.."

 "........"

 

 그녀는 남자의 눈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도대체."

 "........"

 "대체 당신 뭐냐고... 뭐냔 말이에요! 그쪽 정말 용의자.."

 "....용의자?"

 

 남자는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

 

 "........."

 "내가 용의자라면, 넌 이제 어떻게 될까?"

 

 남자의 물음에 채원은 속 깊은 곳에서부터 두려움이 올라왔다. 침착해보려고 노력했지만, 몸은 의지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따라와!"

 

 날카로운 눈빛으로 채원을 바라보던 남자는 갑자기 그녀의 손을 거칠게 잡아끌었다. 놀라서 동공이 커질 대로 커진 그녀를 잡은 채 남자는 풀숲 안쪽으로 깊숙이 몸을 숨겼다. 줄지어 서 있는 커다란 나무가 아무도 못 보게 해준다는 듯 두 사람을 가려주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남자의 행동에 그녀는 놀라서 어떤 말도, 어떤 행동도 할 수 없었다. 공포심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오히려 어떠한 저항도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채원은 남자를 떨리는 눈으로 바라봤다.

 

 "왜..."

 

 남자는 재빨리 그녀의 입을 막았다.

 

 "쉿!"

 

 남자는 채원을 바라보다 다른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녀는 긴장하며 남자의 시선을 따라 남자가 보는 곳을 바라봤다.

 

 아무도 없는 어두운 길. 가로등까지 고장 난 탓에 공원은 무척 어두웠다.

 

 -뚜벅. 뚜벅. 뚜벅. 뚜벅.

 

 바람 소리 사이로 점점 가까워져가고 있었다. 누군가의 거침없는 발자국 소리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는 공포가 그녀를 잡아 삼키고 있었다. 식은땀이 머리서부터 발끝까지 흘러내렸다.

 

 몹시 가까워졌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때쯤 발자국 소리가 뚝 하고 멈췄다.

 

 '검은 가죽재킷? 후..드? 잘 보이지가 않아.'

 

 나무 사이로 조심스럽게 바라보던 채원의 눈에 한 남자의 모습이 들어왔다. 남자의 모습을 정확히 보기 위해 그녀는 두 눈을 잔뜩 찡그리며 집중했다.

 

 "피.... 피?!"

 

 채원은 자신도 모르게 놀라서 입 밖으로 소리를 내뱉었다. 남자는 재빨리 다시 한 번 손으로 그녀의 입을 막았다.

 

 멈춰선 남자의 옷은 지저분했다. 어두웠지만 피가 묻은 것을 알 수 있었다. 피범벅이 되어있었다. 눈빛과 얼굴을 전혀 볼 수 없음에도 직감적으로 용의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용의자로 추측되는 남자는 채원의 소리를 듣고, 얼굴을 천천히 돌리며 그녀가 있는 쪽을 돌아봤다.

 

 용의자는 말없이 그녀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그녀는 두려움과 극심한 떨림으로 속이 울렁거렸다. 이 두려움이 이 조금 더 이어진다면 머지않아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밖으로 쏟아낼 것만 같았다.

 

 남자는 그녀의 입을 막은 채 용의자가 걸어오는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용의자는 나무 사이를 둘러보았다. 아주 천천히 거침없는 움직임으로.

 

 용의자는 두 사람이 서 있는 곳에 멈춰 선 후 그녀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쓱 내밀었다.

 

 채원과 남자는 숨죽인 채 긴장했다.

 

 모든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짧은 몇 초간의 시간에 평생 느낄까 말까한 거대한 공포를 느꼈다. 채원은 정신을 잡고 있기가 무척이나 힘들었다. 울렁거림은 멈출지 몰랐고 온 몸이 조금도 움직일 수 없도록 석고로 발라 뻣뻣하게 굳어진 것 같았다. 눈에는 공포가 만들어 낸 눈물이 가득했다.

 

 용의자는 결국 두 사람을 보지 못하고 되돌아 나갔다. 용의자가 멀어질 때까지 남자는 채원의 입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그녀를 잡고 있는 손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

 

 용의자의 모습이 더는 눈에 들어오지 않자 남자는 그제야 손을 떼며 하얗게 질린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시... 신...고. 시....신고."

 

 그녀의 목소리는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공포가 잔득 깃든 표정으로 휴대폰을 꺼내 버튼을 누르려 했지만, 손이 덜덜 떨려 버튼을 제대로 누를 수 없었다.

 

 남자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다 휴대폰을 홱 가져가 버튼을 눌렀다. 남자의 도움으로 신고를 마친 채원은 여전히 떨고 있었다. 진동기계라도 차고 있나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그녀의 넋이 나간 표정도 그대로였다.

 

 "이제 나가자."

 

 그녀는 나가려고 일어나는 남자의 옷자락을 꽉 잡았다. 남자는 뒤돌아 그녀를 바라봤다.

 

 "나... 나... 너...너무 무,, 무서워서 한 발짝도... 못 움직...이겠어요."

 

 채원의 얼굴은 공포에 질려있었고, 추위에 떠는 것처럼 온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남자는 말없이 바라보다 다시 그녀 옆에 철퍼덕 앉았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어디선가 희미하게 여자의 흐느낌 소리가 들려왔다. 어두운 공원 안에서의 여자 울음소리는 공포영화에서나 나올만한 소리였다.

 

 흐느끼는 소리를 듣던 채원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잠깐 동안은 앉은 상태에서 꼼짝도 못할 것 같았던 그녀에게 일어날 힘이 이렇게나 빨리 생긴 것인지 신기했다. 남자는 일어선 그녀를 바라보았다.

 

 '설마 옆집 여자?'

 

 채원은 며칠 전 공원을 달릴 때 옆집 여자 선지와 마주쳤었다. 그날도 잠을 이룰 수 없어 공원에 나와 달리고 있었다. 그때 맞은편에서 달려오던 선지와 마주쳤다. 그녀는 슬프게 울고 있었다. 머리는 산발이었고, 입술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진호의 폭행에서 도망쳐 나왔다는 것을 그녀의 얼굴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분명 지금도 선지는 도망쳐 나오는 길일 거라고 채원은 생각했다. 공원을 가득 메우고 있었던 선지의 흐느낌 소리가 갑자기 뚝 끊겼다.

 

 "누.....누....누구세요..?"

 

 선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있었던 거야?'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용의자와 멀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채원은 상상하기조차 싫은 불길한 예감에 휩싸였다.

 

 "누...누구세요? 왜.....왜 이러세요?"

 

 선지의 목소리를 들은 채원은 마치 귀신에라도 홀린 듯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왜 그래?"

 

 남자는 나가려는 채원을 잡으며 물었다.

 

 "........"

 "왜 그러냐고."

 "나.... 나....나갸봐...야 되...될..것 같아요."

 "뭐?"

 "아...는 사...람인것...같아요."

 

 그녀는 심한 떨림으로 이가 서로 부딪혔다. 단어 하나하나를 연결하는 것도 힘겨워 보였다.

 

 "위험해. 그냥 있어."

 "그...래도.... 사..람 목숨....이 달....달린 문젠데."

 "너까지 위험해질 수 있어."

 "........."

 "그렇게 무서우면서 나가겠다고?"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는 그녀를 보며 남자가 말했다.

 

 "....그...그래도... 나가봐야."

 "그렇게 떨 고 있는 여자 하나 더 나타난다고 저놈이 무서워할 것 같아?"

 "........."

 "너 혼잔.. 절대 구할 수 없어."

 "호...혼자가 아니잖아. 그...그쪽도."

 "........."

 "사...람이 더 있다는 거 알면 멈..출...거예요."

 

 그 순간, 애원하는 선지의 목소리가 더 크게 공원에 울려 퍼졌다.

 

 "사...살려...주세요...제발 살려...주세요."

 

 두려움에 가득 찬 선지의 목소리가 다시 한 번 울려 퍼지자 외면할 수 없다고 생각한 채원은 남자를 잠시 바라보다 마음을 다잡고 땅에서 발을 떼었다.

 

 "나는 도와줄 수 없어. 그러니까 죽고 싶지 않으면 못 본 척 눈감아!"

 

 남자는 나가려는 채원을 다시 잡고 말했다. 남자의 눈빛은 단호했다.

 

 "사람... 죽을 수도 있는데 가...만히 있으라고요?"

 "사람 죽고 사는 문제 관심 없어."

 "........."

 "........."

 "그...그럼 그쪽은 가만히."

 "너 정말 죽고 싶은 거야? 너까지 죽을 수 있다고!"

 "나 죽을까 봐 눈 감아서 잘...잘못...되...기라도 하면?"

 

 그녀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남자를 쏘아보며 말했다.

 

 "네 잘못 아니야. 잘못된다 하더라도 죄책감 가질 필요 없어. 네 잘못 아니니까."

 "도..도울 수 있었는데 안도운거잖아. 그런데..."

 "그래서 같이 죽을래? 말했잖아. 너 혼자서는 구할 수 없다고! 같이 죽을 수 있다고! 같이 죽는 것보단 죄책감 가지고 사는 게 나! 그래도 살아 있는 거니까."

 "그쪽은.. 꼭 죽은 것처럼 말하네요?"

 "........"

 "도와줘요. 같이 도..우면."

 "도울 수 없어."

 

 채원은 남자를 원망스럽다는 듯 보았다. 남자는 마음 바뀌는 일 없다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놔요."

 "........"

 "놓으라고요."

 

 채원은 남자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빼내려고 힘을 주어 손을 비틀었다. 하지만 남자는 그녀가 빼지 못하게 더욱 세게 잡았다.

 

 "놓으라고요! 당신이나 눈 감아! 나 살려달라고 부탁 안 해. 어차피 당신은 남 죽든 말든 당신만 살면 되는 사람일 테니까! 그런데 나는 그렇게 못해. 눈 감을 수!"

 "시끄러워! 목소리 낮춰!"

 

 남자는 채원의 입을 막으며 소리쳤다. 그녀는 목소리 낮추라고 말하면서 더 크게 소리치는 남자를 어이없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남자는 그녀의 입을 막은 손을 천천히 떼었다. 그녀는 원망 섞인 눈빛으로 남자를 쳐다봤다. 남자는 그녀를 바라보다 시선을 땅에 떨구며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지었다.

 

 남자는 자신의 머리를 헝클며 아랫입술을 살짝 깨문 후 힘겹게 입을 열었다.

 

 “안...보여.”

 

 남자가 낮고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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