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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하나가 되지 못한 기록
작가 : wiin
작품등록일 : 2022.1.4

결국... 나는 끝을 볼 수가 없었다... ,

 
6.교수
작성일 : 22-01-04 22:13     조회 : 50     추천 : 0     분량 : 1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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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2021년 6월 19일 토요일

 

 방안으로 누군가 들어왔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 신발만 보였지만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단번에 알았다. 그는 자리에 앉아 켜져 있는 노트북을 잠시 바라보다 나를 쳐다보았다. (내 상상이지만 그의 눈빛이 어린양의 눈빛을 하고 있을 게 분명하다.)

 

 나는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기다리고 있었다는 티는 내지 않았다. 내가 보여주고자 한 나의 모습은 겁에 질린 내 표정이었다.

 

 “원장님… 아니, 박형원씨..”

 

 “전 잘못한 게 없어요…다 사고였다고…”

 

 표정만이 아니라 마찬가지로 목소리도 떨림을 넣어 효과적인 음성으로 말했다.

 

 “나는…나는…”

 

 “…”

 

 “…”

 

 “박형원 씨… 당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이야기해줄 수 있을까요…?”

 

 그의 목소리가 나와는 희미하게 다른 음성으로 떨리고 있었다. 나와는 다른 감정이겠지만 그의 목소리 만으로도 충분했다.

 

 나는 고개를 숙인 채 그의 얼굴을 보지 않으려고 했다. 그리고 불안함만이 담긴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려 댔다.

 

 “처음에는… 성적문의로 찾아온 줄 알았어요… 내가… 내가 실수했다면 당연히 성적을 고쳐야 하겠지만…”

 

 떨리는 목소리와 함께 목소리의 톤을 줄였다가 높였다를 반복하며 더욱더 확실하게 내 감정을 전달했다.

 

 “하지만요…?”

 

 그가 말끝을 흐리면서 침을 삼키는 소리가 내 왼쪽귀에 전해졌다.

 

 “하지만 나는 제대로 성적을 줬고 고쳐줄 필요가 없었어요... 그랬더니… 내 멱살을 잡고 성적을 올려주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죽겠다는 식으로 날 협박했다고…!”

 

 나는 격해진 나의 감정을 잠시 낮추어 말을 멈췄다. 그리고 설이를 보았다. 그의 존재를 이제야 알았다는 연기를 하며 그에게 물한잔을 부탁했다. 그가 방에서 나가 컵을 들고 다시 들어왔고 내앞에 놔주었다. 그가 책상 위에 물이 담긴 컵을 올려 놓자마자 나는 재빨리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더는 물이 없는 컵을 책상에 올려놓은 뒤 다시 감정을 끌어올리며 말을 이어갔다.

 

 “설아… 나는 불안했어. 그 눈빛은 진심이었거든. 내가 무슨 말을 해야 이 상황을 넘길 수 있을지 감이 전혀 잡히지 않았고 그렇게 몇 분이나 정적이 흘렀는지… 숨이 턱 막혀 왔어…!”

 

 “…”

 

 “그래… 그의 손에 들린 칼을 뺏기 위해서...!”

 

 “칼이요?”

 

 “그가 주머니에서 커터칼을 꺼내 집어 든 거야!”

 

 감정이 최고조에 이르면서 흥분한 나는 다급하게 그의 손을 붙잡았다. 내가 만들어 낸 감정이 나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좋은 흐름이다. 이대로 쭉 나아가야만 한다. (손의 떨림도 잊지 않았다.)

 

 “그 칼로 자기를 찌르거나… 나를 찌를 것만 같았어! 탁자에 부딪히고…! 벽에 부딪히고…! 온 방안을 들쑤시면서 몸싸움이 일어났고… 그러다 창문이 열린 창가로 몸이 기울었어. 하지만 그때는 이미 그의 손에는 칼은 없었지…!”

 

 최고조에 이른 감정이 이 이상은 올라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한 경고처럼 내 목소리는 갈라지면서 커져갔다.

 

 “손에 칼이 없는 그가 이번에는 날 밀치고는 뛰어내리겠다고 협박했어. 그리고 그가 순식간에 창가로 한 발을 올렸는데...!”

 

 나는 붙잡고 있던 설이의 손을 놓으며 엉망이 된 나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다.

 

 “설아… 나는 분명히 내려오라고 했어… 그런데… 그래. 하하… 창가에 두발이 다 올라가는 그 순간 그는 미끄러지듯이 떨어졌어! 나는…!”

 

 “나는…!”

 

 내 감정의 용량을 넘어선 지는 한참 오래전 이야기였다. 내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면서 동시에 온몸이 심하게 떨기 시작했다. 그러다 결국에 눈 앞이 흐려지더니 몸이 굳어진 상태로 나는 바닥에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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