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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붓을 들 것이다.
작가 : 번트엄버
작품등록일 : 2020.9.29

평범했던 주인공이 한여자를 만나 화가를 꿈꾸며 겪는 인생 스토리 입니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대한민국에서 화가로 살아남기 위한 생존기 입니다.

 
15화. 작품을 하라.
작성일 : 20-09-29 14:12     조회 : 58     추천 : 2     분량 : 5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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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화. 작품을 하라.

 

 

 

  해가 넘어갔다. 입시는 올해도 성적이 좋았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제자들은 참 잘 따라와 줬다.

 

  공고에서 내신이 상위권에 있는 녀석들은 산업대학교에 특차로 진학을 많이 했다. 그렇다 보니 서울산업대와 남서울산업대는 우리 학원 하고는 친숙한 대학이 되어 있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많은 학생들이 합격을 하고 있다.

 

  안양에 있는 계원 조형대학도 우리 학원 출신들이 많이들 들어갔다.

 

  우리 학원에는 다소 수능 점수가 낮은 아이들이 많았다. 그러하였기에 실기 점수에 배점을 많이 주는 학교들 위주로 선택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취업률을 자랑하는 학교들이다 보니 졸업을 하면 취업 걱정이 없다는 말을 들었던 탓에 기분이 좋았다.

 

  이번 입시만 끝나면 이제 나는 정들었던 학원을 떠난다. 학생 시절을 포함하면 꼬박 4년을 보낸 곳이다. 이렇게 생각하니까 무슨 학교 졸업하는 기분이다. 다른 강사들이랑 원장님을 내가 그만두는 것을 반대해 오고 있었지만 올해 입대를 앞두고 있는 나로서는 그동안 미뤄놨던 작업을 원 없이 하다가 군대에 가고 싶었다.

 

 

 

  엄마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아들. 이번 설 명절 지나고 나면 아빠하고 남양 할아버지네 가야지.”

 

  남양 할아버지의 생신은 음력으로 설 다음날이다. 엄마의 목소리가 오랜만에 기분이 좋다. 할아버지는 남양에서 농사도 지으시고 소도 키우시는 분이다.

 

  할아버지와의 인연을 말하자면 친할아버지는 아니고 부모님과 세입자와 집주인으로 인연을 이어오신 분인데 그 세월은 20년이 넘는다. 친척보다 서로를 더 존중하는 사이다 보니 명절 때 꼭 부모님이 찾아뵙는 분들이다.

 

  내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버지는 무슨 이유에선지 모르지만 집을 나갔다. 아버지가 집에 돌아오지 않다 보니 내 이름도 할아버지께서 지어 주셨단다. 세입자에 불과했지만 핏 덩어리를 남겨두고 나간 아버지를 괘씸히 여겼으면서도 엄마의 대한 연민은 강하셨단다. 찢어지게 가난했을 시절. 나의 돌잔치를 열어 주신 분도 이 남양 할아버지셨다.

 

 

 

  할아버지의 부름을 받고 남양을 향하는 엄마의 발걸음은 언제나 가볍다. 큰 마트에 들러 할아버지 피우시는 담배도 한 보루 샀다. 애연가이신 할아버지를 위한 선물이다.

 

  남양 택시 사업소에 가서 할아버지 이름을 대면 기사님이 누구이건 간에 알아들으신다. 나름 남양에서는 유명인인가 보다.

 

  택시를 타고 15분 남짓 가면 할아버지네 집이 보인다. 커다란 감나무도 보인다. 작년에 새끼였던 녀석으로 보이는 백구가 멀리서부터 짖는 소리가 요란하다.

 

 “ 워워워워워워워워.”

 

  꼭 시골에서 자라는 녀석들은 저렇게 짖는다. 연속으로 짖는 소리에 웃음이 터져 나온다.

 

  택시에서 내려서 흙 땅을 밟는다. 이 얼마 만에 흙을 밟는 것인가? 지난 추석 때 서산에 큰 외삼촌 댁에 갔다 오고 나서 처음인 거 같다. 일단 시골에 왔다는 것을 발에 닿는 흙의 촉감보다 콧구멍으로 쑤시고 들어오는 소똥 냄새로 체감할 수 있다.

 

  “ 아. 고향의 냄새다.”

 

  아버지가 너스레를 떠신다.

 

  “ 오. 자네도 왔는가?”

 

  할아버지께서 마중을 나오셨다.

 

  “ 안녕하셨어요. 할아버지.”

 

  나도 꾸벅 인사를 했다.

 

  “ 아이고. 주민이도 왔구만. 다 컸네. 다 컸어.”

 

  할머니도 나오셨다. 실은 우리가 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을 터다. 매년은 아니지만 설 명절이 지나면 한 번씩 들리는 곳이다. 엄마도 할아버지도 이쯤 되면 서로를 찾는다.

 

  “ 추운데 어서들 들어와. 들어와.”

 

  안방의 문을 열어 주신다. 이내 들어와 방 안에 앉으니 방바닥이 후끈후끈하다. 우리 온다고 군불을 많이도 때셨나 보다.

 

  일단, 나는 세배부터 했다.

 

  “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넙죽 절을 하며 새해 인사를 건넸다. 이내 세뱃돈을 주시며 덕담도 잊지 않으신다.

 

  “ 그래. 주민아. 이렇게 찾아 줘서 고맙다. 다른 건 필요 없고 건강이 제일이여. 알았지. 산해진미도 금은보화도 건강하지 않으면 더 헛 거 여. 헛 거. 알아 들었지.”

 

  “ 네. 잘 알겠어요.”

 

  나는 세뱃돈을 받아 들며 대답했다.

 

  “ 할아버지. 피우시는 담배 한 보루 사 왔어요.”

 

  매번 엄마가 샀는데 이번에는 내가 샀다. 내가 번 돈으로 할아버지께 뭔가를 드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나는 너무 어렸을 때여서 어떤 기억도 없었지만 자라면서 이곳을 찾아오면서 어리 부모님이 곤궁했던 시절 그가 베푼 온정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었다. 나는 엄마를 통해 전해 들은 은혜를 갚고 싶었다.

 

  “ 주민아. 이 할아비가 부탁이 있어.”

 

  내 손을 잡으시면서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 네? 저한테 부탁이요?”

 

  “ 그랴. 할아버지하고 할머니 결혼식 사진이 있어. 이것 좀 크게 확대해서 까꾸에 넣어가지고 오면 안 되겠냐?”

 

  이야기인즉슨 40여 년 전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혼인한 당일 날 찍어서 보관 중이었던 사진을 시내 사진관에 가서 확대 출력을 해서 액자에 넣어 와 달라는 것이었다.

 

 무슨 말씀인지 알 것 같았다. 우리 부모님 같은 경우에도 몇 해 전에 사진관에서 하는 이벤트에 당첨돼서 결혼사진을 확대해서 집에 걸어 놨었다. 아마도 이즈음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이 유행이었나 싶었다. 일단, 알았다고 하고 사진을 액자체로 받아왔다. 이날 나는 카메라를 들고 갔었다. 혹시 그림 그릴만한 것이 있나 싶어서였는데 이날 나는 여러 풍경과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필름에 담아 왔었다.

 

  며칠이 지났다. 화실에서 풍경 수채화를 그리고 있었다. 서산에서 찍어온 사진이랑 남양에서 찍어온 사진을 현상해 풍경 수채화를 그리고 있었다. 학원도 안 나가고 그리다 보니 하루에 세 장씩은 그려졌다.

 

  “ 주민아. 수채화 붓을 쓸 때는 붓의 무게만으로도 붓이 얼마만큼 물을 머금고 있는지. 느껴야 해.”

 

  선생님이 오랜만에 뒤에서 코치를 해 주신다. 몇 장 씩 그리다 보니 어느 정도 감은 오는데 완성도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 선생님. 켄트지에 그리니까 붓이 몇 번만 가도 종이가 우글거리고 더 만지면 종이가 일어나요.”

 

  소묘를 하듯이 면을 쌓으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 소묘 역시 종이를 달래 가면서 그려야 하지만 수채화가 더 한 거 같았다.

 

  “ 종이를 조금 더 좋을 걸로 써봐.”

 

  선생님의 말을 들은 나는 바로 지하상가 화방으로 향했다. 지하상가 화방 직원에게 물어보니 종이 종류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 와트 만지 한 장 주세요.”

 

  선생님이 가끔 가다가 와트 만 지를 사오는 걸 본 적이 있다.

 

  “ 종이 무게는 어떤 걸로 드릴까요?”

 

  “ 제일 무거운 걸로 주세요.”

 

  2절 크기로 샀는데 3000원이었다. 일반 켄트지가 장당 200원이니까 뭐가 달라도 다른가 보다 싶었다. 금 값 같은 종이를 사고 나니까 약간의 오기가 발동했다.

 

  그래서 길 건너 서점으로 갔다.

 

  ‘풍경 수채화 책을 하나 사자.’

 

  미술 서적 코너로 가서 책을 살핀다. 쭉 둘러보는데 [풍경 수채화의 세계]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표지를 보니 그림의 완성도가 내가 생각한 것 이상이었다. 이 책이다 싶었다.

 

  종이와 책까지 사게 됐는데 이제 책을 탐독하고 한 단계 올라서 보자라는 생각에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화실로 돌아와 비닐을 뜯고 책을 살펴본다. 기초적인 지식부터 고난도 단계까지 정리가 잘 된 책이었다. 이 중에서 마음에 드는 그림을 모사해 봐야겠다 싶었다.

 

 

 

  며칠째 그림 하나를 붙들고 그림 그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두꺼운 종이를 써보니 그림을 그리기에 훨씬 용의 하다. 마치 소묘를 하듯이 면을 쌓아 올려도 잘 올라갔다. 수채화를 처음 그릴 때 물맛을 내겠다고 물을 많이 썼는데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필요한 부분에서는 과감하게 써도 되지만 완성도 높은 그림을 그리려면 채도를 정확하게 내야 하기에 물 조절이 중요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내보지 못했던 완성도가 나왔다. 선생님도 연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그래 주민아. 소묘하듯이 형태를 하나하나 찾아가다 보면 결국 이런 완성도가 나오는 거야.”

 

  모든 것은 결국 기초에 있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이렇게 완성한 그림은 그냥 둘 수가 없어서 액자를 해서 엄마 미용실에 걸어 놓았다.

 

 

 

  며칠이 지났다. 남양 할아버지 집에 갔을 때 찍었던 사진들을 현상해서 하나하나 살피고 있었다. 이중에 마음에 드는 사진을 한 번 그려볼 참이다. 사진을 뒤적거리다가 보니 할아버지 집을 떠나기 전에 집 대문 앞에서 두 분을 찍어준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어쩜 이렇게 연세가 있으신대도 두 분은 사이가 저리도 좋을까 싶었다.

 

  그리고 갑자기 할아버지의 부탁이 떠올랐다.

 

  ‘맞아. 깜박하고 있었네. 사진관 알아봐야 하는데.’

 

  속으로 생각하고 있을 무렵, 할아버지가 부탁하며 액자체로 주신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할아버지가 주신 사진은 그간 화실에 보관하고 있었다. 안양 시내에 사진관이 많았기 때문이다. 두 개의 사진을 이렇게 보고 있자니 갑자기 영감 같은 것이 떠올랐다. 머리가 시원해지면서 풀지 못한 퍼즐이 머릿속에서 풀리는 거 같았다. 갑자기 떠오른 영감은 다름 아닌 작품에 관한 것이었다.

 

  인간은 유한한 삶을 산다. 사는 동안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행위는 무엇일까? 그것은 과연 그것은 무엇일까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사랑이 아닐까?

 

  두 분은 약관의 나이에 만나 사랑을 약속하고 지금까지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아오셨다. 물론 살아오신 인생이 우여곡절은 많았겠지만 서로에게 의지하며 모두 이겨냈다. 내 눈앞에 펼쳐진 두 장의 사진을 보고 있자니 두 사람의 인생역정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세월의 흔적은 오롯하게 얼굴과 몸에 남아 육신은 많이 늙었지만 두 사람의 사랑은 변함이 없었다.

 

  ‘그래. 이거야. 이 두 장의 사진을 한 화면에 담아서 그려보자. 예술가는 어떠한 순간에 갑자기 영감이 떠오른다고 하더니 나도 마찬가지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까지 한꺼번에 생각이 났다.

 

  ‘생. 생.’

 

  두 개의 삶. 약관의 나이에 사랑을 약속한 삶과 40여 년이 지난 또 하나의 삶을 뜻한다. 이 작품이 완성되면 제목을 이렇게 지어야겠다 싶었다. 작품 구상이 나오고 나니까 무슨 방학 숙제를 다 푼 학생처럼 홀가분해졌다. 작품 구상이 떠오르지 않아 그냥 닥치는 대로 그림을 그려왔는데 이제 제대로 된 작품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생각에 가슴이 뛰었다. 내일은 목공소에 가서 100호를 짤 합판을 사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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