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비의 얼굴을 보면서 건우도 웃어보인다. 그리고 서로의 눈빛을 바라보며 있는 그때 연우가 주위를 살피면서 입을 열었다.
"내가 왜 너를 여기에 데리고 왔는지 궁금해?"
"네... 하지만 말하기 싫으면 하지마세요"
"이제 이 집엔 내 편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 너라도 내 편이 되어서 내 곁을 지켜주길 바라며 널 데리고 왔어"
"결국 오빠의 예상이 맞았군요. 내가 곁에 있으니..."
"어느 순간 혼자가 된다는 것이 너무 힘들었어 외로웠고..."
"이제 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오빠 옆에 있을게요"
"고마워 슬비야"
하면서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한다. 그 모습을 보고 놀란 슬비가 같이 일어나서 연우를 부축하며 서 있다.
그때 문을 열고 들어오는 건우가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다가가 묻는다.
"어딜 가려고"
"내가 여기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아들 노릇하려면 똑바로 해"
"이제 내가 이 집의 아들이 아니라는 것을 부모님 입을 통해 들었으니까 난 이 집을 떠나야 할 때가 온 것 같아"
"그래서 지금 간다고"
"응. 이젠 편하지 않아 이 방이 낯설어"
"마음대로 해"
차갑게 돌아서서 나가는 건우의 뒷모습을 보고 슬비가 따라가려고 하다가 다시 연우를 부축하고 같이 걸으며 방을 나온다. 계단을 내려와 거실을 쭉 둘러보고 가족사진에 시선이 멈춘다. 그리고 다시 걸음을 옮긴다.
대문을 나온 연우와 슬비는 차를 타고 골목길을 빠져 나온다. 그런 두사람 뒷모습을 건우의 방 창문을 통해 바라보고 서 있는 건우가 고개를 숙인다.
차는 도로를 달려 슬비의 집이 있는 동네 입구에 도착했다.
"피곤할 테니까 저 여기서 내려주세요"
"그럴 수 없지"
하며 차에서 내린 연우는 슬비의 손을 잡고 골목길을 걷는다. 그러다 몸이 아직 아픈지 걷다가 걸음을 멈춘다. 슬비는 걱정이 되어 주위를 둘러보다 치훈의 카페가 보여서 그곳으로 데려간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오늘은 그냥 이 카페에서 좀 쉬고 내일 가요"
"치훈에게 전화 좀 해줘"
"알았어요. 잠시만 기대 서 있어요"
슬비가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었다. 카페 앞 가로등 불빛이 있었지만 어두웠다. 연우를 부축해 폰 불빛을 의지하며 방으로 들어간다. 연우를 그 침대에 눕혔다. 슬비는 방과 카페 부엌을 오고가며 연우가 필요한 것들을 챙겨준다.
"더 필요한 것은 없어요?"
"응"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슬비야"
"네"
"가지마"
"오빠..."
"오늘은 혼자 있기 싫어"
"아... 알았어요"
결국 슬비는 침대 옆에 앉아 있는다. 연우의 손이 슬비의 손을 잡는다. 그 느낌에 고개를 돌리면 연우의 얼굴이 점점 다가와 슬비의 입술에 포갠다.
키스를 하며 자연스레 슬비를 침대에 눕혔다. 미친듯 뛰고 있는 심장소리 연우의 귓가에 들릴까 노심초사하며 얼굴이 붉어졌다.
슬비를 눕히고 이마 코 입술로 입맞춤은 계속 되었고 연우의 손이 슬비의 옷을 더듬거리고 있다. 하나씩 벗겨지는 슬비 옷들은 바닥에 떨어져 있고 연우도 옷을 벗어서 바닥에 던졌다.
둘은 같이 하룻밤을 보내며 서로를 위로하고 사랑을 확인했다. 슬비에겐 첫 경험이라 많이 서툴렀지만 연우의 리드에 따라 둘은 하나가 되었다.
다음날 아침.
아직 잠든 슬비의 얼굴을 바라보며 누워있다. 뒤이어 슬비도 천천히 눈을 뜨고 옆으로 고개를 돌리면 연우는 자는 척 한다. 지금 자신의 모습을 파악하고 부끄러운 듯 이불을 끌어 당기며 침대에 반쯤 기대어 앉아있는 슬비 슬그머니 바닥에 떨어진 속옷을 손끝으로 겨우 당겨 입는다.
옷을 다 입고 방을 나간다. 연우는 그제서야 눈을 뜨고 옷을 입는다. 다시 방으로 들어오는 슬비를 뒤에서 안으며 말한다.
"슬비야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위로가 되고 싶었어요"
"이제 내 곁엔 정말 너밖에 없어..."
"부모님을 찾고 싶지 않아요?"
"나를 버린 부모님을 다시 찾는다고?"
"미안해요. 난 그냥..."
"기회가 된다면 찾고 싶어. 하지만 그 전에 할 일들이 너무 많아"
"나도 도울게요"
"그래? 고마워"
슬비가 뒤돌아서서 힘들어 하는 연우를 안아준다. 연우도 꼭 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