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식사를 마치고 집을 나온 건우는 학교로 가고 연우는 회사로 향한다. 사무실 안에 도착한 연우는 곧바로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연우입니다. 시간이 되면 한번 만나고 싶습니다"
"집으로 올 건가?"
"아니요 밖에서 만나고 싶습니다"
"그럼 저녁시간에 시간을 조정해보지"
"고맙습니다"
전화를 끊고 모두의 시선이 연우에게 향하지만 연우는 아무말이 없었다. 그 모습을 보고 치훈이 다가가 커피 한잔 하자며 사무실 밖으로 나간다.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복도 끝에 기대 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두 사람 모습을 사무실 문을 열고 바라보는 슬비
"뭐 좀 알아냈어?"
"아니 오늘 만나서 물어보려고"
"만약 두 집안끼리 그렇고 그런 계약이면 어떡할 거야?"
"글쎄... 그것도 생각해 놓고 있긴 하지만 머리가 아프다 정말"
"건우가 파란그룹 딸과 결혼한단 전제로 계약이 이루어지면 다른 방법을 택하면 되지만 건우가 거절하면 슬비에게 되돌아 올 텐데 그럼 연우 네가 힘들어지잖아"
"정말 일과 사랑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순간이 오는 건가?"
"네가 이 회사를 만든 이유도 결국 아버지에게 인정 받고 싶어 만든 건데 일이 꼬여버렸으니..."
"휴...."
답은 없고 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리는 연우가 사무실 문틈으로 둘의 대화를 듣고 있는 슬비와 눈이 마주친다. 이야기를 이쯤에서 마무리 하고 둘은 사무실 안으로 들어와 각자의 책상으로 들어가 앉는다. 연우는 아까 슬비의 눈빛이 계속 신경쓰였다. 슬비는 아무렇지 않은 척 일을 하지만 그 모습이 더 마음이 아프다.
퇴근시간이 다가오고 연우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치훈이 연우 어깨 위로 손을 올리고 한번 꾹 눌러준다.
"이야기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야지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 봐야지 뭐"
치훈이 나가고 슬비가 책상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고 다가가는 연우 머리를 쓰담쓰담 해주며 웃어 보인다. 고개 들어 연우를 바라보는 슬비의 눈에 걱정이 가득하고 얼굴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리려는 모습이다.
"걱정하지마 잘하고 올 테니까"
"오빠 같이 갈까요"
"아니 내가 해결해야 할 일이니까 나 혼자 갈게"
"그래도..."
"먼저 퇴근해 연락할게"
연우가 뒷모습을 보이며 사무실 문을 열기 위해 서 있는 건우에게 다가가 안아주는 슬비 말하지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힘이 되었다.
연우를 놓아주고 사무실에 남아 나머지 업무를 정리하고 사무실을 나와서 거리를 걷고 있는 슬비 뒤로 언제부터 기다렸는지 건우가 따라 걷고 있다.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슬비 옆에 건우가 앉는다. 하지만 눈치 못 챈 슬비가 고개를 숙이며 슬픈 얼굴로 앉아있다.
버스가 서고 슬비가 버스에 오르자 같이 버스를 탄다. 슬비 뒷자리에 앉아 슬비를 보고있는 건우 손으로 어깨를 꾹 찔렀다. 그러자 고개를 돌려 뒤에 앉아있는 건우를 보고 놀란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느라 내가 따라 오는 것도 몰라"
"언제부터 따라 온 거야"
"사무실 밖에서 쭉 따라왔는데 몰랐어?"
"응"
"지금 말하지 않았으면 집에 갈 때까지 몰랐을 거야"
"그런데 무슨 일로 찾아왔어?"
"보고 싶어서"
슬비가 내려야 하는 버스 정류장이 보이고 벨을 누른다. 버스가 서고 뒷문 앞에 서서 문이 열리자 내린다. 건우도 따라 내려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 두 사람 말이 없다. 서로 눈치를 보며 서 있는데
"그만 가"
"여기까지 왔는데 커피나 한잔 마시고 가자"
치훈의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치훈이 두 사람의 모습을 보게 되고 눈이 마주친 슬비가 가볍게 인사를 하고 건우가 다가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다음 테이블에 앉는다. 치훈이 두 사람 앞에 평소에 즐겨마시는 커피들을 놓고 서 있다.
"연우 없다고 건우와 데이트 하는 거야"
"아니에요. 그게 건우가..."
"네. 맞아요."
"연우에게 다 말해야겠다. 질투 좀하게"
"네? 사장님..."
"연우가 요즘 일에 푹 빠져 우리 슬비를 혼자 외롭게 두니까 건우가 자꾸 다가오는 거 아냐?"
"어떻게 알았지? ㅋㅋㅋ"
그렇게 가벼운 농담을 하면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건우와 슬비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