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아침
새벽 일찍부터 부엌에서 슬비가 무언가를 만드느라 정신이 없다. 그 소리 때문에 부엌으로 온 슬비의 엄마가 슬비의 등짝을 후리치며 소리친다.
"너 뭐하는 거야"
"엄마 콩나물 국 좀 고추가루 팍팍 넣고 끓여 봐"
"또 술 마셨어?"
"아니 내가 아니라 엄마가 좋아하는 건우가"
"그래? 건우가 먹을 거라면 내가 좀 손 볼까?"
슬비가 만든 콩나물 국을 먹고 뭔가 아쉬운 듯 온갖 양념을 다 넣고 뚜껑을 닫는다. 한번 푹 끓기 전 엄마는 슬비를 자리에 앉히고 이야기를 나눈다.
"어제 그 사장이랑 같이 없었으면 건우랑 있었던 거야?"
"응 생일이었거든 축하해주다가 암튼 그럴 일이 좀 있었어"
"그럼 전화를 하지 말 걸 그랬다"
"엄마 언제부터 그렇게 건우한테 빠진 거야"
"야 그 집안 부모님들이 마음에 안 들어서 그렇지 건우는 맘에 들어"
"그 마음 연우오빠한테 주면 되겠네"
"모르겠다 그 사장은 좀 정이 안가 넌 뭐 때문에 그런 사람에게 빠져서"
"엄마 넘친다"
곧장 시선은 끓고 있는 냄비로 향하고 급히 뚜껑을 열었다. 국은 다 됐는데 어떻게 두 사람에게 줄까 고민을 하고 있는 슬비의 마음을 읽었는지
"뭐해 빨리 건우 데려와"
"어디에 있는 줄 알고"
"술이 취했으면 어제 있었던 곳에 있겠지"
"알았어. 가보고 있으면 데려올게"
슬비가 대문을 나서 카페가 있는 곳으로 갔다. 카페 안에 아무도 없었지만 빈 맥주캔이 있는 것을 보고 방안으로 들어가 본다.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두 사람이 나란히 침대에 누워서 잠이 든 모습을 보고 신기해 사진을 찍고 저장한다. 그리고 연우에게 다가가 흔들어 깨웠다.
"슬비야 네가 여기 어떻게 알고 왔어"
"오빠 건우 깨워서 우리 집으로 가요"
"너희 집에?"
"해장해야죠. 엄마가 콩나물 국 시원하게 끓여 놨으니까 먹고 가요"
"정말 알았어"
연우가 눈을 부비며 옆에 있는 건우를 깨웠다. 아직 술이 덜 깬 듯 힘들어 하는 건우를 억지로 일으켜 세워 두 사람이 부축을 하고 데려간다.
슬비 집앞에 도착해 정신을 차린 연우는 옷을 단정히 하고 건우를 데리고 들어간다.
거실에는 이미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음식이 가득 채워져 있었고 그곳에 연우와 슬비 그리고 건우가 앉아있다.
"차린 건 얼마 없지만 먹고 가요"
"잘 먹겠습니다 어머니"
"네... 그럼..."
일부러 자리를 피해주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슬비가 엄지척 한다. 그러자 웃으면서 방으로 들어간다. 연우가 음식을 먹으면서 행복해 한다. 아직도 비몽사몽 건우를 챙기는 연우의 모습을 보고 슬비가 좋아한다.
"이제야 형제같네"
"몰랐어? 우리 형제 맞는데"
"지금 그 소리 나 들으라고 하는 건가?"
"형은 눈치가 빨라"
"그만하고 빨리 해장해서 속풀고 각자의 길로 가세요"
세 사람의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음식을 먹고 자리에 앉아있다. 방에 있던 엄마가 나와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건우학생이 많이 취했나봐"
"어제 생일이라 좀 과음했어요"
"그래 축하해요. 우리 슬비랑 같이 있었다며"
"어... 그게 네... 죄송합니다"
"아니야 그럴 수도 있지 뭐"
"연락을 드렸어야 했는데 제가 이 모양 이 꼴이라"
"앞으로 갈 때 없으면 우리 집에 와서 자고 가 슬주 방에서 자면 되니까"
"네. 어머니 잘 먹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잘 먹어서 내가 더 고맙지 뭐"
그렇게 슬비 엄마는 눈에 보이도록 건우에게 잘 대해주고 슬비는 적응이 잘 되지 않아서 그저 황당하기만 했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연우는 마음이 편하지 않고 결국 먼저 자리에서 일어난다.
"건우야 내가 태워 줄 테니까 같이 일어나자"
"고마워 형"
"나도 출근해야겠다 기다려요 나도 같이 가 오빠"
슬비가 방으로 들어가고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는 연우와 건우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대문을 열고 나오는 슬비가 운전석 옆자리에 앉고 골목길을 나와 도로를 달려 건우를 학교까지 바래다 준다.
건우가 내리고 캠퍼스를 걸어 다니는 학생들 모습을 바라보는 슬비의 눈을 보고 연우가 차를 세운다.
"우리도 잠시 걸을까?"
슬비가 내리고 연우와 함께 대학 캠퍼스를 걸어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