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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천사는 울지 않는다
작가 : 소설부부
작품등록일 : 2017.7.15

영겁의 세월동안 고독과 마음의 평온만을 추구하던 천사 프라.
그가 복잡한 관계로 뒤얽힌 지구의 삶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

...팽팽한 긴장의 줄을 싹둑 잘라 먹었다.

모두가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세라는 잔뜩 힘주어 숨을 참고 있던 참이었었다.

에이씨. 지지려면 빨리 지질 것이지. 할랑 말랑 하는 게 더 고문인 거 모르나.

키가 보통 명마보다 큰 흑마는 구경꾼들을 당당하게 가르고 장교 앞에까지 왔다. 떠오르는 태양을 등지고 검은 후드망토를 길게 늘어트린 존재가 말 위에 앉아 있었다.

 
죽음을 울리는 연주자
작성일 : 17-07-15 14:31     조회 : 34     추천 : 0     분량 : 7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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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세라가 절벽을 뛰어 내렸다.

 

 그의 심장도 나락으로 떨어졌다.

 

 

 

 너를 구하려고 그 먼 길을 한 숨도 자지 않고 말을 달렸어.

 

 빌어먹을 황제가 고작 7일 남겨두고 서신을 보냈지. 파갈성까지 쉬지 않고 달려도 8일하고 반나절거리인데.

 

 함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선택의 여지 같은 것은 없었지.

 

 당신이 아닌 이상 내가 세상 밖으로 나올 일이 뭐가 있겠어.

 

 근데, 이 추격자들보다 더 위험한 놈이 나를 두렵게 만들어.

 

 이렇게 정신없이 싸우다보면 잡고 있던 마지막 끈을 놓을까봐 나는 스스로 흙바닥에 엎드려 버렸어.

 

 그 놈이 너를 해칠까봐.

 

 밤낮으로 몸을 사리고 있지만 점점 가까워지고 있을 뿐이지.

 

 그런 내 모습을 비참하게 보고 있는 당신에게 도망치라는 말 대신,

 

 

 “제발! 떨어져! 떨어져 보라고!!! 내 눈에서 사라져버려어어어어어!!!!!!!!”

 

 

 당신이 내게서 멀어져야 한다고 판단했어. 녀석이 당신을 잡으러 가기 전에.

 

 하지만 이내 후회하고 말았지. 당신이 내 눈 앞에서 사라진 순간, 바로 알게 되었으니까.

 

 난 죽어서도 당신을 쫓아갈 것을....,

 

 

 

 

 달라붙은 용병들을 내던지다 시피 떼어내고 절벽 아래를 내려 봤다. 다행히 세라는 급류를 타고 간간히 수영을 하며 내려가고 있었다.

 

 물살이 꽤 사나워보였다.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용병 중 하나가 말을 몰고 사라지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녀석은 세라를 따라 하류로 가려는 것이다.

 

 저 용병들을 다 처리하고 따라갈 심적 여유 따위는 없었다.

 

 곧바로 절벽 아래로 몸을 던졌다.

 

 시갈은 알아서 행동할 것이다.

 

 급류는 거칠게 그를 이리저리 내동댕이쳤다. 저항할 수 없는 큰 힘.

 

 약기운이 바닥 난지 오래였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까짓 급류도, 저 용병들도 벌써 쳐냈을 터였다.

 

 검은 늑대가 왔을 때,

 

 

 [네 냄새를 맡고서 안 올 수가 없더군. 그때보다 훨씬 지독해졌어.]

 

 [네 몸에 끔찍한 짓을 하고 있군.]

 

 

 그 말에 약을 먹기가 더 망설여졌다. 약기운에 그녀를 잃게 될 것이 두려웠다.

 

 그는 약병 속에든 검은 독을 불 속에 부어 버렸다.

 

 약을 먹고 감정이 사라지면 그녀를 도와야겠다는 절박함 따위가 사라진다. 그는 지옥을 향해 뛰어드는 그녀를 냉소적으로 지켜만 볼지도 몰랐다.

 

 그런데.

 

 몸의 한계가 예상보다 사나흘정도 빨리 찾아왔다. 약효지속시간이 충분하다 판단했기에, 모조리 버렸는데.

 

 몸은 금단현상으로 경련과 두통 그리고 오한과 고열이 번갈아 찾아들며 그를 괴롭혔다.

 

 또렷이 들리기 시작하는 말발굽 소리에 그는 정신을 차렸다. 강가를 따라 추적해 오는 용병이 앞쪽으로 치고 나갔다.

 

 세라의 모습이 저 멀리 보이는 것 같아 그는 맹렬히 헤엄쳐 나갔다.

 

 용병도 그가 빠른 속도로 세라에게 가까워짐을 보고 말에서 내려 강물로 뛰어 들었다.

 

 용병보다 먼저 세라에게 닿아야 했다.

 

 약 따위가 없어도 이 정도는 일도 아니야. 자기체면을 걸었다.

 

 하지만 숨이 벌써부터 차기 시작하는 것이 세라를 구해 물에서 되도록 빨리 나가야했다.

 

 강줄기가 갑자기 넓어지며 물살도 진정되었지만 그의 마음은, 심장은 더욱 빠르게 요동쳤다.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 그의 호흡도 정상이 아니었다.

 

 강 속으로 들어가 그녀를 찾아 헤매이지만 심연의 어둠만 보일뿐이었다.

 

 체력의 한계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 물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면 익사하고 말 것이다. 하지만 그는 계속해서 강 속을 헤매고 있었다.

 

 용병도 세라를 찾아 힘차게 물을 가르는 것이 희미하게 보였다.

 

 용병이 그가 있는 쪽을 보고 있었다.

 

 놈이 먼저 그녀를 찾게 되면 그는 쫓아갈 힘이 남아 있는가?

 

 문득 그 생각을 하니 미세히 남아 있는 힘이 빠져 호흡마저 놓치고 말았다. 그의 몸속에 남은 숨을 잃고 말았다.

 

 모든 동작이 천천히 굳어가며 조용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

 

 

 “아아아아아악!!!”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그의 의식을 깨웠다.

 

 평화로운 하늘을 보며 수면 위에 떠 있던 그는 잠시 그 상태가 죽음 이전인지 이후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비명소리가 다시 들렸을 때 비로소 아직 처절한 삶이 끝나지 않았음을 직시했다.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둘러보았다. 강가에서 용병이 그녀를 헤치려는 장면을 보자마자 그는 미친 듯이 힘을 쥐어짜내어 헤엄쳐 나갔다.

 

 심장이 터져나갈 것 같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아직 그에게 기회가 남아 있으므로. 하늘이 기회를 허락했으니 그녀를 구할 것이다.

 

 저런 부류의 용병들은 잔인한 방법으로 여자를 유린한다. 눈꼽 만큼의 동점심이나 배려 따위도 없다. 마치 약에 취한 후 냉정해지는 그 자신이 그런 것처럼.

 

 그 자신이 냉혹함과 잔인함 그 자체이기에 그것들이 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세라가 그의 눈앞에서 잔혹하게 죽음을 당하기 일보 직전 그의 심장 따위를 걱정할 수 없었다.

 

 물가로 올라 온 그는 사력을 다해 달렸다. 용병이 아랫도리에서 금속흉기를 장착한 물건을 꺼내려했다.

 

 뛰어가 덥석 용병의 목덜미와 허리띠를 움켜잡아 힘껏 날려버렸다. 경계심을 풀고 있던 놈은 세라를 움켜잡지 못한 채 나가 떨어졌다.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없었다. 그저 위험한 저놈을 세라에게서 빨리 떼어 버려야 했다.

 

 제대로 보지도 않고, 누가 기습했는지 알만하다는 듯 용병은 목관절을 이리저리 꺾어가며 여유를 부렸다.

 

 

 “죽은 줄 알았더니.”

 

 “…….”

 

 “재미 좀 보려던 참인데 왜 이래? 선수들끼리. 기다릴 줄도 알아야지 응?”

 

 

 세라에게 괜찮냐고 묻고 싶었지만 숨을 고르느라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겹눈질로 그녀가 움직이는 기척을 느끼고는 안도감이 온 몸에 퍼져나갔다.

 

 내동댕이쳐지면서 입안을 깨물었는지 용병은 피를 뱉고는,

 

 

 “이봐, 기사. 나도 이일 끝나면 카라스로 갈 참이었다고. 거기 가면 희한한 것들이 많다는데 정말이야 응?”

 

 

 용병의 금속치열이 햇빛에 발광했다.

 

 

 “내가 좀 취향이 독특해서 말야.”

 

 

 능글맞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희한한 것? 그 중에 제일이, 바로 네 놈 앞에 있는 나다.

 

 

 “ 정신 나간 영주한테 일자리 좀 얻어 볼 까하고.”

 

 

 넌, 절대 거기서 일자리 못 얻어!

 

 

 “그러니까 서로 적당히 하자고. 어차피 우리는 척만 하면 되잖아, 응?”

 

 

 척 만하자고? 그 말처럼 듣기 싫은 말은 없었다.

 

 

 “지껄이지 마.”

 

 

 명령이었다.

 

 살기를 직감한 용병은 너스레 떨던 표정을 지워버렸다.

 

 

 “너, 저 여자 죽든 살든 신경 안 쓰잖아.”

 

 

 기사가 절벽에서 세라에게 떨어져 버리라고 소리친 것을 뜻하는 것이다.

 

 

 “저 여자 버렸잖아!”

 

 

 어떻게 그녀를 버릴 수 있단 말인가?

 

 

 그. 런. 적. 없. 어.

 

 

 가슴속으로 한자 한자 용병에게 박아 넣었다.

 

 지껄이지 말라는 명령을 어긴 벌로 네 혓바닥은 종결이다.

 

 그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용병의 눈빛이 긴장감으로 날렵하게 변했다. 빠르게 물 쪽으로 뛰어갔다.

 

 물속에서 유독 맥을 못 쓰던 기사를 기억한 것이다.

 

 

 “수중전 어때? 물속에선 나도 제법인데.”

 

 

 기사는 숨을 더 고르기 위해 서두르지 않았다.

 

 천천히 용병을 따라 가 다시 물속으로 몸을 담궜다.

 

 

 “그냥 가게 놔둬요!”

 

 

 세라가 외쳤다.

 

 그도 세라를 혼자 두고 싶지 않았지만, 다른 무리의 용병들이, 급류를 타고 내려온 그들을 따라잡으려면 좀 더 시간이 있었다.

 

 세라에게 못 된 짓을 하려던 저놈을 저대로 놔줄 수 없었다.

 

 약을 먹은 상태라면, 냉정하고 이성적인 그는 쫓아가는 일이 불필요한 일이라 판단하겠지만 지금의 그는 지독히도 감정에 지배되고 있었다.

 

 도망치는 놈을 헤엄쳐서 따라잡았다. 움직임을 아껴 심장을 제어하기로 했다.

 

 빠르게 움직여 피하기보다 그가 날리는 주먹을 그냥 맞았다. 약발이 떨어진 신체는 고통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피와 물이 섞여 사방으로 튀었다.

 

 거리를 두려는 용병의 발목을 잡아 당겼다. 폐활량이 좋은 용병은 아직 지치지 않았다.

 

 하지만 곧 이다. 저리 팔딱 거리는데 지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멀리 용병이 도망치지 못하게 붙잡고 있으면 되었다, 덫처럼.

 

 질기게 붙잡고 늘어지는 게 안 되겠는지 용병이 악어처럼 그를 끌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얼른 숨을 크게 삼켰다.

 

 물속에서도 그를 목조르려고 부단히 시도하는 용병은 계속해서 움직였다. 그의 몸통을 가격하여 숨을 빼내려했다.

 

 팔 다리를 꺾어 고통을 주어 숨을 토해내도록 했지만 그는 최대한 적은 동작으로 치명적인 공격만을 막아낼 뿐이었다.

 

 숨이 차기 시작했는지 용병의 표정이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수면으로 오르려는 용병의 발목을 붙잡고 아래로 아래로 내려갔다.

 

 그도 숨이 막혀오지만 그보다 이 용병의 혓바닥을 세라가 볼 수 없는 곳에서 처리하고픈 욕망에 사로잡혀 버렸다.

 

 발버둥치는 용병의 바지 안으로 손을 넣어 금속물건을 잡아 뜯었다. 피가 강물에 퍼져나갔다.

 

 용병이 고통으로 숨을 토해냈다.

 

 재빨리 벌어진 입에 용병의 물건을 밀어 넣어 비틀었다. 그러자 찰칵소리가 났다.

 

 아마도 작은 갈고리나 가시들이 세워지는 소리일 것이다.

 

 그러고는 쑤셔대었다. 입에서도 피가 번져 나왔다.

 

 네 무기를 너한테 직접 사용해 보니 어때? 쓸 만한가?

 

 그는 그 끔찍한 무기를 용병의 입에서 잡아 당겼다. 뭉클한 살점이 따라 나왔다.

 

 시원한 쾌감이 그를 전율하게 만들었다.

 

 그는 약을 먹으면 먹은 대로 잔인했고 먹지 않으면 먹지 않은 대로 잔인했다.

 

 감정이 느껴지지 않은 상태에는 아무렇지 않게 냉정함에 피를 보고,

 

 지금 같은 이런 순간에는 피에 환장하여 고통을 보는 것에 희열을 느꼈다.

 

 용병을 붙잡은 손에 힘이 풀렸다.

 

 용병은 버둥거리며 올라갔지만 그는 그대로 물속에 남아있었다.

 

 용병에게서 번져 나오는 다량의 피가 연기처럼 퍼졌다.

 

 붉은 피를 아득히 보면서 잊고 있던 환각이 그를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

 

 

 붉은 선들과 검은 선들. 마치 거대한 하프의 선들처럼.

 

 검은 선들이 움직였다. 선들을 좇아 그도 움직였다.

 

 연주를 시작해야지.

 

 현을 울려라.

 

 그 선들을 움켜쥐고 잡아 뜯을 때마다 듣기 좋은 날카로운 소리들이 들렸다. 그 자극적인 소리는 전율을 일으켰다.

 

 그는 연주자가 된 듯 현을 찾아 소리를 확인했다.

 

 비명소리가 아름답게 울렸다.

 

 아악!

 

 

 *

 

 

 머릿속에서 울려대는 비명소리에 눈을 떴다.

 

 괴물 같은 자신을 그녀가 어찌 볼지…….

 

 그녀! 세라!

 

 큰 반동에 정신을 차렸다. 숨이 막혀왔다. 물속에서 용병은 보이지 않았다.

 

 수면으로 올라와 숨을 몰아쉰 후 강가 쪽을 보니 용병이 세라 쪽으로 헤엄을 멈추고 걸어가고 있었다.

 

 그녀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그가 만든 잔혹함이었다.

 

 세라가 받을 충격을 걱정하며 서둘러 뒤쫓아 갔다. 용병의 뒤에 바짝 붙는 찰라, 용병이 앞으로 통나무처럼 꼬꾸라졌다. 큰 물보라가 잠시 세라와 그사이에 쳐졌다.

 

 하얀 포말의 커튼이 거둬지고 둘은 마주했다.

 

 그녀의 얼굴이 기쁨으로 번져가는 것을 보니 그의 온 몸이 녹아내려 강물이 되는 것 같았다.

 

 자신을 향해 참방 참방 뛰어오는 그녀를, 녹아내리는 몸으로 받아낼 자신이 없었다.

 

 그저 그녀와 자신을 가로막고 있는 시체를 치워주는 것 말고는.

 

 방해물이 없는 둘 사이에 그녀가 먼저 그를 안았다.

 

 그녀의 흐느끼는 소리가 약해진 심장을 쥐어짜듯 아프게 들렸다.

 

 너와 나. 우리는 어쩌면 좋을지.

 

 그로서는 아직 답이 없었다.

 

 다만, 자신이 그녀를 버리진 못하리라는 것만 확실히 알뿐이었다. 그녀는 그를 버려도.

 

 

 

 *

 

 

 

 

 그는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를 뒤졌다.

 

 한 방울이라도 털어 넣을 수 있지 않을까.

 

 헛된 기대였다. 약병이 사라지고 말았다.

 

 금속이빨하고 물속에서 뒤엉킨 동안 잃어버리고 만 것이다.

 

 신체에서 일어나는 반응들이 곧 위험한 상태가 도래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었다.

 

 

 

 “그 약……계속 안 먹으면 어떻게 돼요?”

 

 

 그녀의 질문이 비수처럼 아팠다.

 

 어떻게 되냐고?

 

 죽어도 너한테만은 보이고 싶지 않아.

 

 약에 대해 질문하다니, 약 먹는 걸 본 걸까?

 

 

 “그렇게 쓴 약초냄새를 달고 다니는데 모를 리가 있나요?”

 

 “그만 출발하지.”

 

 

 그녀에게 이런저런 핑계 댈 시간이 없었다. 추격자들이 계속 나타날 것이다.

 

 길게 휘파람을 불어 시갈을 불렀다. 근처에 있는 녀석은 그의 냄새를 찾아 금새 나타났다.

 

 

 “타.”

 

 

 그녀만 태웠다.

 

 키가 큰 시갈을 타는 게 버거워 보였지만 그녀의 몸에 손을 댈 수가 없었다. 와락 끌어안고 싶은 충동을 지금도 주체하기 힘들었다.

 

 시갈에게 눈짓을 하니 자세를 낮춰 주웠다.

 

 시갈의 고개를 숙여 녀석에 귀에 대고 그녀가 들리지 않게 지시를 내렸다.

 

 

 “시갈, 내가 널 따라 잡지 못할 정도로 쉬지 않고 달리는 게 좋을 거야. 내가 이 여자를 다치게 하면, 다 네 놈이 느려 터져서 그런 걸로. 다리몽둥이를 가만 안 놔둬.”

 

 

 협박이었다. 시갈이 뜨거운 콧김을 뿜어댔다.

 

 

 “윈터포인트에서 기사들한테 약을 받아놔. 내가 도착했을 때, 아무도 거기 없어야해.”

 

 

 영리한 시갈은 주인의 상태를 이미 간파하고 있었다.

 

 그의 눈에 휘도는 광기와 공기를 진동시키는 살기를.

 

 그는 시갈을 출발시키기 전에 그녀의 모습을 담고 싶었지만,

 

 잔혹한 욕망으로 들끓는 눈으로 볼 수가 없었다.

 

 흉물스런 금속장치를 달고 다니는 용병의 눈빛과 다를 게 뭐가 있을까.

 

 그런 자신을 숨기고만 싶을 뿐이다.

 

 난 늘 그늘 속에 숨곤 하지. 없는 척. 죽은 척. 사라진 척. 잊은 척. 척. 척.

 

 

 ‘어차피 우리는 척만 하면 되잖아!’

 

 ‘어차피 우리는 척만 하면 되잖아!’

 

 ‘어차피 우리는 척만 하면 되잖아!’

 

 

 죽은 용병의 음흉한 소리가 바람처럼 불어왔다.

 

 더 늦기 전에 그녀와 떨어져야 했다.

 

 

 “여기서 이틀 정도 더 가면 윈터포인트다. 거기서 카라스 기사들이 기다릴 거고.”

 

 

 그의 목소리가 불안정하게 흔들렸다. 그녀를 볼 수가 없어 시갈을 응시했다.

 

 

 “같이 가는 거 아녜요?”

 

 “…….”

 

 “같이 가요.”

 

 

 혼자 보내고 싶지 않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편이 서로에게 더 안전해.”

 

 

 시선을 피한 채 고삐를 세라에게 건네주었다.

 

 

 “그럼 거기서 다시 만나는 건가요?”

 

 

 내가 네게 안전한 존재일까?

 

 세라는 다급한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다시 만날 수 있냐고요?”

 

 “…….”

 

 “대답해 주지 않으니 내려야겠어요.”

 

 

 세라가 허리를 비틀어 내리려고 할 때,

 

 

 “일정이 너무 늦어지고 있어. 곧 또 다른 추격자들이 올 거야.”

 

 

 세라가 동작을 멈추고 그를 내려 보았다. 여전히 그는 시갈의 얼굴을 마주한 채였다.

 

 

 “뒤처리 할 테니…… 가서 기사들 만나 지체 말고 카라스로 가.”

 

 

 카라스 성에 도착할 때까지 추격자들이 계속 따라붙을 것이다. 지금 상태로 가면 여정이 험난할 때로 험난하면서 수시로 지체 되었다. 황제가 노리는 것이 이거 아닌가?

 

 그가 없는 동안 말코족이 카라스 성을 함락시키는 것 말이다.

 

 서둘러야 한다. 약도 잃어버린 마당에 더 지체했다간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말 것이다.

 

 

 “카라스성에 가면 당신을 만날 수 있나요?”

 

 

 세라 파갈! 네가 최우선적으로 피해야 할 대상이 나야!

 

 세라는 완곡히 대답을 기다렸다.

 

 그의 입술이 다시 열리기까지 잠시 시간이 걸렸다.

 

 

 “……살아남아!”

 

 

 최대한 무심히 내뱉었다.

 

 카라스성에서의 하루하루가 그녀에게 버거운 일이 될 지도 몰랐기에 그렇게 말했다.

 

 그녀를 대놓고 무시하고 학대할 것이다.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험한 대우를 받아야 할 것이다.

 

 무거운 침묵을 통해 그녀의 좌절이 전해졌다.

 

 자존심 강한 그녀가 저리 쉽게 약한 모습을 보이다니.

 

 견딜 수 없이 거슬렸다.

 

 내내 피해 온 시선을 직시했다.

 

 이제 너도 봤겠지.

 

 내 안에 도사리고 있는 게 뭔지.

 

 

 “……살아남아……내가 갈 때까지.”

 

 

 그래. 그들을 견뎌봐.

 

 그럼, 나라는 괴물도 견뎌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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