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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신입 흑사단원
작성일 : 22-03-10 22:31     조회 : 68     추천 : 0     분량 : 7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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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사는 흑사의 오른편에 앉았다. 그렇게 세 남자는 U자로 자리를 잡았다. 미네민은 청사의 세 걸음 뒤에 섰다. 청사는 자리에 앉으며 리브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리브 씨."

 

 리브는 누가 봐도 억지스럽게 고개를 숙였다. 그래도 이전보다 훨씬 차분해진 표정과 태도였다. 그는 흑사단에 적응하고 있었다. 리브가 인사를 마치자 주방장이 요리를 가져왔다.

 

 "오늘은 특별히 양고기 요리로 준비했습니다."

 

 곧 식탁 위로 청사의 팔뚝만 한 고기가 올라왔다. 그 고기 위에는 향신료가 듬뿍 발려있었다. 그 향신료의 알싸한 냄새가 세 남자의 후각을 자극했다.

 

 "그럼 맛있게 드세요."

 

 이번에도 흑사는 먼저 포크를 들지 않았다. 그는 청사와 리브가 양고기를 뜯을 때까지 기다렸다. 고기라면 사족을 못 쓰는 청사는 양고기를 크게 한 입 물었다.

 

 "육질이 아주 부드럽네요."

 

 리브도 칼로 고기를 잘게 잘라 한입에 넣었다. 흑사는 그들의 목구멍으로 고기가 넘어간 뒤에야 요리에 손을 댔다. 청사 뒤에 서있던 미네민은 흑사를 몰래몰래 훔쳐봤다. 반면 흑사는 미네민의 존재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오히려 리브를 맴돌았다. 흑사는 리브와 눈이 마주치자 대화를 시작했다.

 

 "그동안 나가는 돈이 산더미였어. 흑사단을 위해 바이러스 치료제를 제조하고, 덕분에 신입 단원들도 많이 들어오고, 게다가 이번에 배도 새로 장만하고. 재정비의 시간이었지. 헌데 그 동안 돈벌이 활동을 쉬었더니 재정이 악화되는 건 어쩔 수 없었어. 이제 흑사단도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고 단원들의 응축된 에너지를 배출시킬 겸 마루로 움직여보려고 해. 그래서 말이야. 이번 주말에 마루시의 은행을 털 생각인데. 가장 이득을 챙길 수 있는 은행을 리브가 조사해줘."

 

 리브는 흑사의 말에 식사를 멈췄다. 지금까지 흑사가 리브에게 부탁했던 작업은 고위 인사들의 일정을 빼오는 일 뿐이었다. 고위 인사들의 뒷거래를 혐오하는 리브에게는 거부감이 없는 작업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자리에서 리브에게 새로운 임무가 주어진 것이었다. 은행을 조사하라는 말은 직접적인 범행에 가담하라는 말이기도 했다. 리브에겐 흑사단에 들어와서 참여하게 되는 첫 범행이었다.

 

 "...."

 

 흑사단원에게 있어 첫 범행이란 많은 것을 의미했다. 그 중 가장 큰 의미는 흑사단원으로서의 첫걸음을 뗀다는 뜻이었다. 리브의 대답은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 청사는 의아한 얼굴로 리브를 바라봤다.

 

 "리브 씨, 대답 안 하시나요?"

 

 흑사는 씨익 미소 지었다.

 

 "뭔가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지."

 

 리브는 잠시 망설이다가 포크를 내려놨다.

 

 "의미 없는 도둑질은 해본 적이 없습니다."

 

 흑사도 포크를 손에서 놓았다.

 

 "그렇게 여길 줄 알았어. 리브의 옛날 방식과 흑사단의 방식이 맞지 않나 보군. 의미 없는 도둑질이라니. 명분이 없다는 소리로 이해가 되는데. 맞나?"

 

 리브는 침묵을 유지할 뿐 부인하지 않았다. 흑사는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래. 리브의 눈에는 우리가 선량한 마루 시민들을 괴롭히는 것으로 보이겠지. 피땀 흘려 버는 돈을 우리가 함부로 손을 대는 것 같고 말이야. 근데 한 가지 사실을 알려줄까? 우리가 은행에서 150억을 훔치면 그날 바로 뉴스가 나와. 근데 말이야. 뉴스에선 은행이 250억을 도둑맞았다고 보도해. 50억을 올려서 200억이라고 발표하면 과장된 표현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방식일 수도 있어. 하지만 100억을 올려 250억이라고 한다고? 굳이 250억이라고 한 이유가 뭘까? 그 100억은 어디로 갔을까?"

 

 리브가 처음 듣는 사실에 말을 잇지 못하자 흑사는 말을 계속 이어갔다.

 

 "머리 굴릴 필요 없어. 답은 간단하니까. 은행에 상주해있던 '진짜 도둑'들이 그동안 횡령했던 돈을 피해액에 포함시키긴 거지. 아니면 자기들 몫까지 챙긴 다음 피해액을 발표했거나. 그러고선 TV에 나와 뻔뻔하게 피해자 행세를 하지. 지금도 어떤 은행은 오히려 도둑이 들기를 바랄걸? 그들의 추악한 비밀을 모두 덮을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니까. 은행이 생각보다 방범이 탄탄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지."

 

 흑사는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덧붙였다.

 

 "도둑은 달구에만 있는 게 아니야. 우리는 선량한 시민의 돈을 훔치는 게 아니고."

 

 마지막 말을 마친 흑사는 다시 포크를 들었다. 식사는 재개되었지만 이전보다 훨씬 무거운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흑사는 늑대처럼 양고기를 송곳니로 날카롭게 뜯었고 리브는 멍하니 식탁만 내려다봤다. 흑사가 음식을 씹는 소리가 식당을 메울 정도로 고요해지자 청사가 새로운 주제를 꺼냈다.

 

 "오늘도 7개 도적단이 흑사단에 들어왔습니다. 이제 우리 흑사단이 소규모 도적단까지 거의 다 흡수했어요. 아마 달구시에 잔존하는 도적단도 손에 꼽을 정도일 겁니다."

 "그래. 이제 달구는 완전히 정리됐다고 봐도 되겠어."

 

 미네민은 두 남자를 번갈아보며 대화를 지켜봤다. 그녀는 여전히 청사의 뒤편에서 그를 경호하고 있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청사보다 흑사에게 신경이 쏠려있었다.

 

 '3m. 크게 뛰면 닿을 거리다.'

 

 미네민은 치마 속 허벅지에 숨겨 놓은 칼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아직까지도 흑사와의 거리는 너무나 멀게 느껴졌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가까워지면 공격할 수 있을 텐데!'

 

 미네민이 마음속으로 수 백 번 고민하는 동안 그들의 식사는 마무리되었다. 흑사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식탁 주위 사람들도 모두 일어섰다.

 

 "다들 돌아가도록 하지."

 

 그들은 각자 자신의 숙소를 향해 걸음을 옮겼고, 미네민도 청사를 따라 식당을 나왔다. 청사는 복도를 걸으며 미네민에게 물었다.

 

 "미네민, 배고프지?"

 "아닙니다."

 "저녁도 못 먹었잖아."

 "원래 하루에 아침 한 끼만 먹습니다."

 "요즘도 그 식단을 유지하고 있어? 대단하네."

 

 갑자기 청사는 좌측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곤 좁은 복도로 나아갔다. 미네민은 멈칫했다. 청사의 방으로 가기 위해선 직진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청사도 미네민의 움직임을 읽었다.

 

 "미네민, 오늘은 새 임무가 있어. 우선 따라와."

 

 미네민은 살짝 불안했지만 상관의 명령을 거역할 수는 없었다. 청사의 뒤를 따라가니 긴 복도가 이어졌다. 그 복도 끝에 나무 문이 하나 보였다. 청사의 발걸음으로 보아 그곳이 목적지인 듯했다. 그제야 청사는 입을 열었다.

 

 "내가 여자 대하는 게 조금 어려워서 말이야."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청사는 거침없이 목적지로 전진했다.

 

 "지금까지 새로 들어온 단원 중에 남자만 있던 건 당연히 아니었어. 미네민 너와 같은 여자들도 많이 입단했지. 하지만 은행을 뚫고 경찰들과 대립하는 역할보다는 뒤에서 지원해주는 쪽이 어울릴 거라고 여겼어."

 

 그들은 곧 나무 문 앞에 도착했다.

 

 "그런데 그 중에선 내 편견을 무시하듯이 월등한 능력을 보여주는 여자들이 있더라고. 미네민 너처럼 말이야."

 

 그는 손잡이를 잡았다.

 

 "앞으로 특별 팀으로 구성할 예정이니까, 이 친구들 좀 네가 지도해줘. 흑사단에서의 생활부터 범행 과정, 그리고 뒤처리까지. 장차 흑사단의 보물이 될 팀이야."

 

 문이 열리고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이 보였다. 총 4명의 여성이 의자에 앉아있었다. 청사의 방문을 예상했다는 듯한 얌전한 자세였다. 그들은 청사와 미네민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청사는 그들을 소개했다.

 

 "왼쪽부터 플라, 엘런, 혜안, 지니. 다들 제각각 다른 곳에서부터 모인 친구들이야. 너처럼 능력이 탁월한 단원이기도 하지. 이제부터 미네민 네가 이 단원들을 잘 지도해줘."

 "알겠습니다."

 

 청사는 새 여성 단원들을 바라봤다.

 

 "그럼 난 이만 돌아가 볼게. 이제부턴 여기 있는 미네민이 가르쳐줄 거야. 너희들의 직속상관이기도 하고."

 

 청사는 여자 5명을 한 방에 두고 떠났다. 청사가 복도로 사라지자 미네민은 시선을 돌려 그들을 차례대로 쳐다봤다.

 

 플라는 긴 머리였지만 얼굴도 길었다. 억센 인상을 가진 여성이었다. 그 옆의 엘런은 볼살이 통통하고 갈색머리를 하고 있었다. 도적단에 왜 있는지 의문일 정도로 순박한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혜안은 검은 머리에 작은 코와 입을 가졌고 다른 이들보다 덩치가 왜소했다. 마지막으로 지니는 혼자 머리를 묶고 있었고 얼굴이 동그랬다. 그녀는 또렷한 눈빛으로 미네민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한겨울의 칼바람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여성이었다.

 

 신입 여성 단원들은 젊긴 했지만 모두 미네민보다는 나이가 들어 보였다. 하지만 미네민은 주눅 들지 않았다.

 

 "다들 신체적인 능력은 뛰어나다고 들었어. 청사님이 인정했을 정도니까 굳이 시험해보진 않아도 될 것 같고. 이전에 도적단에서 범행에 참여해본 사람 있어?"

 

 4명 모두 손을 들었다.

 

 "그러면 내가 설명할 부분이 많이 줄어드네."

 

 미네민은 그들 한 명 한 명과 눈을 마주쳤다. 그들은 각기 다른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미네민은 그들에게 다가갔다.

 

 "가장 왼쪽이 플라고, 그 다음이 엘런이고."

 

 그녀는 천천히 우측으로 걸었다.

 

 "키가 작은 사람이 혜안이고, 마지막 사람이 지니."

 

 미네민은 네 사람의 눈빛을 차례대로 관찰했다.

 

 "그럼."

 

 그때 미네민의 손이 예고 없이 움직였다. 그녀는 허벅지에서 단도를 꺼내 앞으로 질렀다.

 

 쒹-

 

 칼 끝이 지니의 눈동자로 향했고 그녀의 속눈썹을 살짝 건드렸다. 그러나 지니는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심지어 시선을 들어 미네민을 올려다봤다. 미네민은 칼을 다시 집어넣었다.

 

 "좋아. 여러분들은 이제부터 한 팀이 될 거고. 리더는 여기 있는 지니야. 이 팀 그대로 수습기간을 거칠 예정인데, 지니가 잘 통솔해서 문제 일으키지 않았으면 좋겠어."

 "네. 알겠습니다."

 "분위기를 보니 4명이서 모인 게 오늘이 처음인 것 같은데 친해질 시간을 주지. 내일부터 숙소 생활과 범행 준비에 대해 알려줄 테니 오늘은 서로 인사를 나누고 일찍 자도록."

 

 미네민은 그녀들에게 강렬한 첫 인상을 남기고 방을 나섰다. 문을 닫기 전, 미네민은 뒤돌아서 그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이제부터 너희 팀명은 '우머라 팀'이라고 할게."

 "알겠습니다."

 

 미네민은 그제야 문을 닫았다. 그녀는 방을 나오자마자 크게 심호흡했다.

 

 "계획에 없던 일이 추가됐네."

 

 미네민은 복도를 따라서 홀로 걷다가 계단으로 올랐다. 미네민의 목적지는 그녀의 방이 아니었다. 그녀는 두 층을 더 올라가 복도로 나왔다. 미네민은 곧장 오른편으로 돌아 첫 번째 방에 노크를 했다.

 

 똑. 똑. 똑.

 

 안에서는 들어와도 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미네민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방에는 한 남자, 리브가 있었다. 그는 책상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리브는 이제 누군가의 방문에도 긴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평온한 표정으로 책상 오른편에 놓인 찻잔을 들었다.

 

 "미네민 씨, 아까 뵙고, 또 뵈네요."

 

 미네민은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복도를 확인하고는 급하게 문을 닫았다.

 

 "원래 청사님만 바래다 드리고 곧장 오려고 했는데 잠시 어디 좀 들르느라 늦었네요."

 "전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리브 씨, 소식은 들으셨죠?"

 

 리브는 미네민이 말한 소식을 바로 눈치 챘다.

 

 "네. 들었습니다. 화재 현장에 있던 시신이 백민관 사장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맞아요. 백민관은 지금 병원에 있고 생명에 지장은 없다고 하네요."

 "그렇군요. 정말 고맙습니다. 모두 미네민 씨 덕분입니다."

 "이제 절 믿으시겠습니까?"

 

 리브는 책을 덮었다.

 

 "근데 도대체 미네민 씨가 저를 도와주시는 이유가 뭐죠?"

 "그거야..."

 

 미네민은 목소리를 낮추었다.

 

 "저도 당신과 같은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더 자세한 얘기는 다음으로 미루죠."

 "그럼 제가 찾았던 정보가 맞군요."

 

 리브에게 자세한 얘기는 필요하지 않은 듯했다. 미네민은 그의 눈빛에 말문이 막혔다. 리브가 먼저 물었다.

 

 "어찌됐든 제가 먼저 신세를 졌으니 미네민 씨에게 뭔가를 해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제가 뭘 하면 되나요?"

 

 미네민의 대답은 바로 나왔다.

 

 "흑사의 약점을 알려주세요."

 

 리브의 대답도 바로 나왔다.

 

 "그, 그건 저도 모릅니다."

 

 그 약점을 알면 리브가 굳이 흑사단에 남아있을 리가 없었다.

 

 "알아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할 거예요. 하지만 앞으로 흑사가 당신에게 점점 더 의지할 거예요. 그럴수록 당신이 가지게 될 정보가 방대해지겠죠. 음, 그럼 이것부터 시작하죠. 흑사의 스케줄을 알려줘요. 매일이요. 그리고 가능하면 각 대장들의 스케줄도 알려주세요."

 

 미네민은 태연하게 말했지만 리브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걸리면 아주 난감해지는 임무군요."

 "힘든 부탁입니까? 고위 인사에게 하던 행위를 흑사단 내부로 방향을 돌리면 되는 거 아닙니까?"

 "일 자체는 어렵진 않지만 걸렸을 때 감당이 안 되니 그렇죠."

 "그러십니까."

 

 미네민도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리브는 그녀를 바라봤다.

 

 "근데, 제 부탁도 들어주셨으니 일단 모아보죠."

 "감사합니다. 적절한 때에 맞춰 제가 찾아오겠습니다. 우리 사이에 있었던 일들은 모두 비밀로 하죠."

 "당연하죠. 근데 혹시,"

 "무슨 일이죠?"

 "책 몇 권만 사다 주실 수 있어요? 지금 읽는 책도 4번째 읽는 중이라서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리브는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네?"

 "최소한 10권은 필요할 것 같아요. 제가 글을 빨리 읽어서요."

 "알겠어요."

 

 리브의 간곡한 부탁에 미네민은 가볍게 웃었다.

 

 

 ***

 

 

 "마, 말도 안돼...."

 

 민석은 풀린 다리를 붙잡고 가까스로 장례식장을 나왔다. 그에겐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충분한 시간이 필요했다. 주차장으로 들어가 자신의 승용차에 타서도, 심호흡을 하고도 숨길 수 없는 슬픔은 그의 가슴을 가득 채웠다.

 

 5년 동안 알고 지내온, 자신의 롤 모델로 삼았던, 그리고 친형처럼 따랐던 한환기 팀장의 죽음이 믿기지 않았다. Never-A12가 개발되면 곧 돈방석의 앉을 거라며 의기양양하던 연구 1팀 한 팀장의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국화꽃 앞 온화한 미소만이 그의 마지막 인사를 대신했다.

 

 “환기 형이 이렇게 가다니....”

 

 장례식장에 아는 얼굴들도 몇몇 있었지만 하나 같이 침통한 얼굴들이었다. 민석은 인사만 간단히 나누고 그 자리를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그는 환기가 그동안 얼마나 고생스러운 삶을 살아온 지 알고 있었다. 성공을 눈앞에 두고 세상을 떠난 사내의 앞에서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고 싶진 않았다.

 

 “하아....”

 

 민석은 눈물을 삼키고 시동을 걸었다. 오늘도 백민관 사장의 비서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했다. 따지고 보면 백민관의 비서 일을 시작한 것도 한환기의 영향이 컸다. 그만큼 민석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던 인물이었다.

 

 "근데, 이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너무 이상하잖아."

 

 민석은 도로를 달리면서도 머릿속이 뒤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했다. 환기의 시신이 30층 사장실에서 나온 점도 이상했고, 현장 조사 결과 그의 손에 안경이 쥐어져 있었다는 점도 수상쩍었다.

 

 "환기 형도 백 사장님도 안경을 착용하지 않아. 그런데 왜 사장실에서 돌아가실 때 안경을 들고 계셨던 거지?"

 

 경찰도 타살이 확실하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그 범인은 오리무중이었다.

 

 "환기 형 이마에 총상을 입히고 사장실엔 화재를 일으켰어. 피도 눈물도 없는 아주 잔인한 놈임에는 틀림없어."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는 한환기에게 총을 쏘고 그의 몸에 불까지 질렀다. 환기를 두 번 죽인 셈이었다. 운전대를 잡은 민석의 손에 힘줄이 도드라졌다.

 

 “나쁜 새끼. 내가 가만히 두지 않을 거야.”

 

 민석은 속도를 서서히 줄였다. 명장제약은 벌써 지났고, 그의 목적지가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명장제약에서 200m 정도 떨어진 아성 호텔에 도착했다. 현재 명장제약의 사장실과 사장의 숙소는 화재로 소실된 상태였다. 게다가 지금은 경찰조사가 이어지고 있었고, 조사가 끝나면 바로 복구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다시 사장실과 숙소를 쓸 때까지는 최소 2주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 연유로 명장제약의 사장과 몇몇 사원들은 아성 호텔에서 업무와 생활을 하고 있었다. 민석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엘리베이터로 다가갔다. 그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도 끊임없이 의문을 품었다.

 

 "그 안경이 너무 마음에 걸려. 혹시 손에 쥔 안경이 선배가 남긴 다잉 메시지인가 그런 건 아니었을까?"

 

 하지만 경찰들은 그 안경에서 아무런 특이사항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민석은 승강기에 올라탔다.

 

 "어쩌면 백민관 사장님은 뭔가 알고 계실지도 몰라. 최소한 그 안경이 사장실에 있었던 거라면 말이야."

 

 민석의 승강기는 곧 7층으로 올라갔다. 승강기의 문이 열리자 민석의 시야로 양복을 입은 사내들이 들어왔다. 그들은 복도를 일정한 간격으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모두 백민관의 경호원이었다. 하나 같이 엄청난 덩치를 자랑하는 장정들이었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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