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일 필요까지는 없기에 그저 자신을 향한 공격을 멈추게만 해도 된다.
좀비들을 피해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한 우성이 건물로 뛰어 들었다.
다행이 건물 내부에 좀비는 없었다.
입구를 막아 놓은 우성은 빠르게 모든 층의 안전을 확인하고 옥상에 도착했다.
“저곳에서 장비를 끌어 오면 되겠군.”
시골이라서 그런지 번화가에 공구상이 몇 개 모여 있었다.
그리고 그 공구상 외부에 당연하다는 듯 놓여 있는 에어콤프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언제 전기가 끊어질지 모르지만 적어도 그때까진 저것을 이용해 좀비의 공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다시 아래로 내려 온 우성은 좀비들이 사라진 틈을 노려 버려진 버스에 뛰어 올랐다.
티딕. 티딕. 부르릉.
차량 절도범은 아니지만 버려진 차량을 열쇠 없이 시동 거는 것쯤은 알고 있었기에 시동을 걸 수 있었다.
버스에 시동을 건 후 우성은 망설이지 않고 운전을 시작해 그대로 좀비들을 깔아뭉개며 달렸다.
자신이 원하는 곳을 달리는 동안 버려진 차를 일부러 밀어 골목의 통로를 철저하게 막았다.
아직 부족했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형태가 완성되었기에 마지막 통로로 이동해 버스를 멈추고 뛰어 내렸다.
“으…….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네.”
버스를 운행하는 동안 깔아뭉개진 좀비들이 끔찍한 모습이 되었음에도 바닥을 기어 다니고 있는 게 보였다.
말 그대로 끔찍한 상황이 펼쳐졌고 우성은 치밀어 오르는 토악질을 애써 삼키며 다시 건물 내부로 들어섰다.
바쁘게 움직여서인지 아니면 긴장 상태가 오래 지속돼서인지 모르겠지만 우성은 온몸이 뻐근함을 느꼈다.
주변을 살피며 약간의 휴식을 한 후 우성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시각 카페에 모여 있던 친구들은 갑자기 늘어난 주변의 좀비들로 인해 패닉상태에 빠져 버렸다.
“광수야. 어떻게 해?”
중앙 계단을 올라와 카페로 들어오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좀비들.
위태롭게 덜커덩 거리는 문을 보며 친구들은 공포에 빠졌고 광수는 문 앞으로 달려갔다.
“야! 뭐라도 좋으니까 일단 이쪽으로 가져와.”
“무서워. 어떻게 해?”
“그러니까 어서 이것저것 가져오라고.”
덜덜 떨리는 몸으로 힘겹게 물건들을 옮기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광수는 이를 악물었다.
“젠장. 우성이는 대체 어떻게 된 거야?”
그럴 리 없겠다고 믿고 있으면서도 순간 광수는 우성이 자신들을 버리고 혼자 도망친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닐 거야. 아니겠지.”
하지만 한번 들기 시작한 생각은 사라지지 않았고 결국 광수 스스로 현재의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콰드드드득.
힘겹게 버티던 문 앞의 물건들은 힘없이 무너져 버렸고 밖에 모여 있던 좀비들이 한꺼번에 카페 안으로 몰려 들어왔다.
크아아아. 그어어어어.
끔찍한 모습으로 나타난 좀비들은 살아 있는 인간인 네 사람을 향해 무섭게 질주했다.
행동은 느리고 굼뜨지만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공포로 인해 넷은 순간적으로 멈춰 움직일 수가 없었다.
“꺄아아악!”
문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광수에게 달려든 좀비가 그의 어깨를 물으려 하자 겁에 질려 있던 정선이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안 돼!”
“광수야!”
친구인 은정과 선주 역시 곧 일어날 끔찍한 상황에 온 몸을 부르르 떨었다.
와장창. 탕. 탕. 탕. 탕.
그리고 거짓말처럼 가려져 있던 유리창이 산산이 깨지며 뛰어든 사람들.
그들은 창을 깨고 카페 내부로 들어서기 무섭게 좀비들을 향해 총을 발사했다.
퍼퍼퍼퍼퍽!
가장 먼저 총에 맞은 것은 역시 광수의 어깨를 공격하려던 좀비.
그리고 놈의 뒤에서 달려들던 좀비들이 차례로 쓰러지기 시작했다.
“생존자 확인. 안전을 최우선 확보하라!”
가장 늦게 카페로 뛰어든 사내가 명령을 내렸다.
타타타타탕!
명령이 내려지자 먼저 뛰어들었던 이들이 권총을 내리고 기관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크어어억. 크억. 크억.
총알 세례를 받은 좀비들이 모두 쓰러졌고 놈들의 머리에는 어김없이 총알이 날아와 박혔다.
탕. 탕. 탕. 탕. 탕.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모두가 당황하고 있을 때 명령을 내렸던 사내가 얼굴을 가리고 있던 천을 내리며 물었다.
“생존자는 네 분이 전부이십니까?”
“예? 아……. 하 한명이 더 있어요.”
“한분은 어디계십니까?”
“그 그게…….”
겁에 질려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정선을 보며 쓰러졌던 광수가 소리쳤다.
“밖으로 나갔어요.”
“네?”
“여긴 위험하다면서 안전한 곳을 찾겠다고 나갔습니다.”
“어디로 갔습니까?”
“몰라요. 모르겠습니다.”
생존자가 한명 더 있지만 이미 밖으로 나갔다는 광수의 대답에 질문을 했던 사내의 표정이 굳어졌다.
“팀장님. 놈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죽어버린 좀비들 사이를 헤치고 계단의 상황을 확인하던 대원이 소리쳤다.
“젠장! 일단 생존자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킨다. 저격 팀. 주변에 보이는 모든 좀비들을 사살하라.”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총을 들고 카페로 난입한 사람들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지금부터 저희가 모시겠습니다. 안내에 따라 이동하시면 됩니다.”
밖으로 나갈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먼저 뛰어 나간 이들은 좀비들과 사투를 벌이는지 총성이 계속 들렸다.
타타타타탕. 타탕. 타탕. 타타탕.
일반인이라면 소리만으로도 크게 놀랄 상황이었지만 네 명은 그들의 뒤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모두가 다 나간 후 홀로 카페 안에 남았던 팀장이라 불렸던 사내는 흥미로운 것을 발견했다.
“호오. 밖으로 나갔다는 사람이 일반인은 아닌 모양이군.”
특수부대에서도 쉽게 접하지 못할 방법으로 만들어진 장비들.
보기에는 볼품없어 보이지만 주변에 널린 것들을 이용해 살상력을 극대화 시킨 것들이다.
일부러 떨어진 물건 하나를 회수한 팀장이 마지막으로 카페를 확인 한 후 밖으로 나왔다.
퍽. 퍽. 퍽. 퍽.
어딘가에서 날아오는 저격수의 총알이 소음을 듣고 몰려드는 좀비들을 차례로 쓰러트리기 시작했다.
“서둘러라. 곧 놈들이 몰려오게 될 거야.”
“알겠습니다. 따라오시죠.”
TV에서나 봤음직한 육중한 장갑차가 서 있다.
뒤편에 열린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게 된 네 명 중 광수가 소리쳤다.
“이대로 가면 안 됩니다. 친구가! 친구가 위험해요.”
“어쩔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일단 생존자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비시키라는 명령을 하달 받았습니다.”
“그래도 안돼요. 아마 근처에 있을 겁니다. 총성을 들었다면 곧 돌아올 거예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그럴 수 없습니다. 한명 때문에 이곳에 있는 모두가 위험해질 수는 없어요.”
“그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