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곳에 처음 들어온 이유는 호기심을 넘어선 일 때문이였다.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경찰 시험까지 합격했지만 고작 얻어지는건 '사직'밖에 없었다. 내가 들어간 과는 마약탐지를 하는 과였는데, 나보다 5년 선배인 소마 선배는 아직까지도 약물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했다. 한참 후배. 아니, 거의 신입 수준인 나는 옛날부터 작정했기 때문에 틈틈히 강의와 연구를 많이 했다. 그래서 금방금방 범인을 잡을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인턴에서 형사까지 올라가 꽤 많은 신뢰를 받았다. 하지만 너무 잘하는 것도 죄일까? 소마 선배에게 미운털이 박히기 시작하면서 급기야 사직까지 이르렀다. 사실 소마 선배 뿐 아니라 다른 형사며 다른 후배들까지도 내게 불만을 토로했고, 나는 힘들게 힘들게 취직한 경찰과를 나갈 수 밖에 없었다. 혼자사는 통에 다른 데에서 돈이 들어올리도 없었다. 나는 뭐라도 하기 위해 꽤 만만치 않은 경쟁률을 가진 성우에 도전했다. 학원도 다니고, 마이크도 사서 열심히 노력해 겨우 취직했다. 그렇게 2년동안 꽤 이름난 방송사에서 성우 활동을 하다보니 이름을 떨치기 시작했고, 여러 더빙을 맡기 시작했다.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도 꽤 비중을 차지했다.
그런데.
나는 스스로 성우 자리를 내놓았다.
여러 선후배들이 왜 그러냐며 걱정했지만 나는 전혀 걱정따윈 없었다. 그저 답답했을 뿐이다.
무엇이 그리 답답해 성우 자리까지 내놓았냐 묻는다면 얼마든지 대답해줄 수 있다. 성우란 스케줄이 있을 때마다 녹음하는, 주기적인 출근이 아니라 쉴 때는 얼마든지 쉴 수 있는 직업이다. 그로 인해 돈을 잘 못버는 성우도 있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아무튼 나는 쉬면서 생각했다. 성우는 자유로운 직업일지 모르지만 답답하다. 연습할 때는 언제나 다른 목소리를 연구해야했고, 그로인해 자신의 목소리로 연기하는 경우보단 가성이 더 많았다. 언제나 자신의 목소리에 자신감을 가지라했지만 대부분 가성에 의지하기 일쑤였다. 그게 답답했다.
별거 아니란 생각이 들어도 나는 답답했다.
여기서 질문이 나올 것이다. 앞서 말했듯, 나는 고등학생 2학년이다. 그런데 어떻게 학생이 직업을 가질 수 있을까. 당연하다. 나는 아직 미성년자고, 알바도 할 수 없는 나이다.
이해안되는게 당연하다.
이 모든 이야기는 나의 28살, 옛날이야기이니까.
내가 이 곳에 들어온 이유가 취업 때문이였다면, 이제 내가 누구고, 어떻게 고등학생이 됬는지 궁금할 것이다. 아까 바카디가 말한 RUI-5가 이 사건의 원인이다. 이 약은 일종의 독약 비슷한건데, 청산가리나 보통 독약같이 바로 죽는게 아니라, 계속 복용하게 만드는 독약이다. 마약 중독이라 생각하면 되려나. RUI-5가 불완전. 즉, 미완성작일 때 먹어서 이런 일이 생긴거다. 이 약이 미완성일 때는 여러 복용없이 고통없이 죽거나, 어려지거나 하나다. 눈치빠른 사람은 알아챘을 거다.
그렇다.
나는 모스카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