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식당에 들어가보니 친구가 벌써 음식을 시키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친구에 대한 소개가 많이 늦었지만 어렴풋이 많은 사람들은 이 친구가 누구일지 벌써 예측했으리라고 생각한다.
이 친구는 나의 사랑 너의 사랑 내 소꿉친구인 채정이이다. 초등학교 그 시절 서로를 보며 ‘우리의 우정 영원히’ 를 외쳤던 우리가 그 때 이후로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 왔음에 새삼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솔직히 나는 우리가 이렇게 계속 친한 관계를 유지하며 지낼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했었다.
사실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 쉽게 친해지는데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다. 나는 원래 어울려 다니는 것보다 혼자 다니는 것을 상당히 좋아했다. 단지 귀찮거나 피곤하다는 사소한 이유가 아니어서…설명하자면 꽤나 지루할 수 있으니 나중에 적도록 하겠다.
나는 활짝 웃으며 인사를 하면서 얼른 채정이가 앉아 있는 자리로 갔다.
‘어제도 봤는데 왜 이렇게 반갑지...?’ 내가 말했다.
금세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채정이가 한 마디 했다.
‘너 무슨 일 있어? 고민 있구나!’
평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내가 이렇게 말했으니 채정이는 되려 걱정스럽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별거 아니고, 이상하게 요새는 하루하루를 사는게 너무 지루해서…
평화로운 일상을 싫으니까 맘대로 살아버릴 테다…뭐 그런 건 아닌데…’
잠시 머뭇거리다가 나는 말을 이었다.
‘그저 어제와 같이 반복되는 오늘이, 내일이…. 또, 보이지 않는 미래가…. 그런 미래가 나를 위해 어떠한 모습으로 있을 지…그냥 이제는 조금 지친달까…’
내 말을 묵묵히 듣던 채정이는 내 어깨에 불쑥 손을 얹으며 나를 위로했다. 실컷 수다를 떨며 배를 채운 우리 둘은 시계가 벌써 10시를 가리키는 것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족보다도 더 가족 같은 채정이랑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나여서 지금 시각이 이렇게 늦었는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채정이 역시 나랑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우리는 눈이 마주치자 웃음을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