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게 늘어진 휘장과 사치스럽게 꾸민 궁전 같아 보이는 성 안, 어디를 둘러봐도 온통 금빛으로 치장된 곳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수십 개의 계단 위에 앉은 금빛 여인이 의자에 몸을 기댄 채, 아래에서 자신을 노려보는 녹빛 소녀를 시야에 담았다.
"넌 신이 돼야 해."
묵직하고 답답하게 내려앉은 공기. 두 명의 신은 서로를 응시하며 야속한 시간을 허비해 갔다.
"싫습니다."
소녀는 단호히 거절했다. 녹빛 눈이 갈팡질팡하는 마음을 그대로 드러낸다. 말투는 제법 단호했지만, 마음속은 뒤죽박죽 얽혀 있었다.
앙다문 입술을 떼고 겨우 내뱉은 말에 여인은 가소롭다는 듯이 한쪽 입꼬리를 올려 비웃었다.
"너에게......
선택권은 없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