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강처럼 흘렀다.
탁한 노을에 침전된, 무수히 얽힌 공장들의 굴뚝이며 파이프들.
꿈이랍시고 뱉어대는 구름들은 잿빛이었다.
‘노을의 후광에 타오른 거뭇함이라 대충 치부하자고, 응.’
그렇게 대화하며, 옹기종기 모인 콘크리트들은 얼굴을 맞대고 떠들어댔다.
새소리며 바람소리에 섞인 그 태평한 대화는
차오른 여유에 얹히어 느긋하게 흘렀다.
역시 아무리 봐도 꿈은 아니지 않나, 저거.
나는 무엇이 들어있는지 모를 탱크에 걸터앉아 그렇게 생각했다.
담배를 물고서 꿈을 태운다던 아버지의 말과 무언가 연관이 있는 것일까.
그것이 재생의 의미인지, 아니면 소각의 의미인지 헷갈리는 것은 아마 내가 어리기 때문이겠지. 그걸 몰라야 어린이는 가치가 있는 거라고 하셨으니, 가치 있는 어린이가 되고 싶은 나는 그렇게 믿어야겠다.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희뿌연 조명이나 드문드문 비추며 흐르는 것이, 역시 어른의 여유구나 싶었다.
『음... 저기 꼬마 한 명이 지켜보는 것 같은데?』
『괜찮아. 어쩌피 모르잖아.』
턱이 두껍게 생긴 공장 한 명이 말하자, 그 옆에 있던 콧대가 높은 공장이 그렇게 답했다.
『뭐, 뭘 모른다는 거야?』
『응? 그야 당연히.....아.』
당연하단 듯이 받아치려던 콧대 높은 공장은 말을 멈추더니 이윽고 침묵했다. 반문 또한 돌아오지 않고 왠지 모르게 어색한 침묵이 계속되었다.
『.......』
‘펑’. 새까만 연기가 두 개의 굴뚝에서 토하듯 밀려나왔다. 그리고는 그 둥그런 모양 그대로 다시 잿빛의 연기에 섞여 태연히 미끄러진다. 꼭 닮은 것이 마치 쌍둥이 같았다.
『아 맞다, 나 이제 작동 멈춰야 할 시간이네.』
『나, 나도 그러네.』
『그럼 다음에, 봐.』
『....응.』
소등시간.
공허하게 빛나던 백색 조명들이 모두 꺼지고, 노을이 사라진 달밤 아래.
낮 동안 신물 나게 찍어낸 양산품들을 옆구리에 끼고서
공장들은 까맣게 선 채 잠들어갔다.
그렇게 다닥다닥 붙어있으면서, 누구 하나 기대는 일 없이.
출근길의 지하철 풍경마냥 그렇게 어른스러운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