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건너는 느긋한 거대 거북.
그 등껍질 위에는 구겨진 콘크리트빛 건물들이 돋아나 있었다. 마치 수북이 쌓인 담뱃재에 박아 세워놓은 담배들 같았다.
회색 기억들이 등껍질을 흘러내려 에메랄드빛 바다에 떨어지고
규칙적인 네모꼴로 뚫려있는 창의 빈자리에는 작은 사람들이 넘나든다.
구름을 미는 바람소리보다 작은 총성과
잿더미를 가득 안은 도난들이 난무한다.
바다에 찬란히 반사되는 햇빛들을 놔두고서, 빛나지도 않는 잿더미를 훔쳐 어디를 그리 바쁘게 향하는지.
자신의 등딱지 위에서 그 난리를 치는데도, 태평한 표정의 거대거북은 연하늘색 휴양을 만끽하며 시원한 바다를 걷다가, 잠시 쉬려는 듯 바다에 엎드려 목과 다리를 등껍질 안으로 천천히 집어넣었다.
그렇게 조용해진 바다를 쓸어내리는 바람에
해안의 녹음은 산란하고
금빛 모래사장이 투명한 바다 아래로 쓸려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