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훈이의 일기
2012년 5월 5일 토요일 날씨 흐림
오늘은 상희랑 처음으로 싸웠다. 별 거 아닌 일이었는데 이상하게 상희가 오늘 짜증이 심했다.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평소 먹고 싶다고 그렇게 노래를 불렀던 크림 파스타도 사줬고, 힘들게 예매한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연극도 보았다. 모든 게 나쁘지 않았다. 평소와 다름없었다.
유난히 예민해 보였다. 왜 그러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연극을 보면서도 내내 핸드폰만 붙잡고 있길래 무슨 일이 있나 싶어서 물어봤는데 그거가지고 불같이 화를 냈다.
자기를 계속 가두려고 하지 말라고 했다. 자기는 나의 소유물이 아니라고 했다. 집착좀 그만하라고 했다. 왜?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휘몰아쳤다. 나는 내 여자를 구속해두지 않는다고 생각해왔는데 상희가 그렇게 느낄 줄은 몰랐다. 연락하지 말란 말과 함께 저녁에 예약해둔 고급 레스토랑도 들리지 않고 상희 혼자 가버렸다. 이상한 건 평소에 상희가 타던 버스가 아니었다. 그냥 혼자 바람이나 쐬려나 싶었다.
지금 이걸 쓰고 있는 와중에도 머릿속이 복잡하다. 사귄지 40일밖에 안 됐는데 왜 벌써 이렇게 티격태격한 걸까 내가 그렇게 상희를 구속했나 싶다. 그럴 리가 없다. 며칠 전에 다른 남자랑 술마신다고 했을 때도 쿨하게 넘어 갔고, 갑작스럽게 약속을 깰 때도 상희 쪽이었지 난 아니었다. 내가 상희 때문에 끊은 게 몇 개인데... 지은이랑 연락하는 거 싫다고 해서 보는 앞에서 연락 잘 안하지 자기 앞에선 자기한테 집중하라 그러기에 상희한테 집중한다고 핸드폰도 안하고 음식같은 거 나왔을 때만 SNS에 올릴 용으로 꺼내고...이제와서 적는거지만 상희랑 사귀느라 팔로워가 많이 줄어들었다. 처음에 SNS스타라는걸 알고선 되게 기뻐했으면서 같이 사진도 찍고 했으면서 요즘엔 사진도 안 찍으려고 하고 왜 그러는 지 모르겠다.
답답하다. 내일 점심 쯤에 미안하다고 하면서 같이 밥이나 먹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