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문에 소유 님에게 잘못을 물을 순 없습니다. 그들이 먼저 시작한 일에, 소유 님은 그저 그 결과를 보여주었을 뿐이니까요. 만약 그들이 자신들의 종족을 정말 '신'이 아닌 그저 반물질의 세계에서 살아남은 특이 종족일 뿐이란 걸 인지하고 있다면, 지금 이 상황으로 빚어질 어떤 특정한 '결과'를 말미암아 소유 님에게 간섭을 하지는 않을 겁니다."
신이라는 자각이 있기에, 우주의 바이러스와도 같다 할 수 있는 소유에게 세상의 균형을 이유로 귀찮을 정도의 간섭을 한다.
알파가 죽 늘어놓은 말의 뜻은 이러했다.
그러므로 '신'이라 추앙받는 이들이 자신들을 그저 '반물질이란 세계에 묶여 있을 뿐인 남들보다 조금 더 진화한 존재'로 인지하고 있다면, 이들의 간섭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알파의 말은 이러한 내용 또한 품고 있었다.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기에, 세상의 균형을 유지한다는 이유만으로 소유 님을 배제하기 위한 행동이 결국 자신들만의 착각에서 비롯된, 그러니까 그것이야말로 세상에 진정한 '혼란'을 야기시키는 행동이라는 것을 저들이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면, 더 이상 간섭을 하지는 않을 겁니다. 드래곤이란 중재자 겸 신의 대리인이 끼어들지 않는 한, 신들이 소유 님에게 간섭을 하는 건 저들이 먼저 약속을 깨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콰득!
다시 한 번 귓속을 찌르르 울리는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지고, 소유는 어느새 피범벅이 된 손으로 소년의 머리통을 잘게 다져놓는 베타의 모습을 슬쩍 바라보다, 역시 부서지기 무섭게 재생되기 시작하는 소년의 머리통과 동시에, 거듭 입을 여는 알파에게 재차 고개를 돌렸다.
"그러면 신들은 자신들의 동료가 희생해 얻은 이 두 번째 기회를 순식간에 날려 버리게 될 겁니다. 그리고 원형인 테론이 사라진다면, 그것을 본떠 만들었다고 할 수 있는 '반물질'의 테론은 그저 빈껍데기에 불과하게 될 것입니다. 저들이 가장 꺼려하는 결과이겠지요. 그렇기에 무턱대고 소유 님을 감시하고 억제하려 들지는 않을 겁니다. 자신들의 존재 가치와,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잃는 건 그들이 누구라도, 정말 신이라 할지라도 한 번이며 족할 테니 말입니다."
말을 길었지만, 결국 ''신'들이 소유의 눈치를 보고 있다. 따라서 이 검문소에 있었던 일은 그저 사소한 사고로 넘어갈 것이다.'라는 말로 축소가 되었다.
여차하면 이곳을 날려 버리고 다른 행성으로 여행을 떠나도 소유에겐 아무런 손해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이건 안 그래도 생각이 많은 소유의 '혹시'라는 걱정이, 도리어 이도저도 못하게 만드는 족쇄가 될 수 있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그 직접적인 표현은 없었지만, 소유는 그리 어렵지 않게 알파의 말이 의도하는 또 다른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건 절대 직감이 아니었다. 그보다 좀 더 일차원적 현상, 그러니까 마더에게 직접 알파의 생각을 전달받음으로써 자연스레 알게 된 것 뿐이었다.
콰득!
유렌 카스테야에 비하면 가히 눈을 깜빡이는 것 같다고 할 수 있는 엄청난 속도로 재생된 소년에게서 터지는 고기 특유의 뜯겨지는 소리가 거의 반복적이다 싶을 정도로 되풀이되며, 소년에게서 뻗어 나온 핏방울이 순간 탁! 소유의 발뒤꿈치 바로 뒤에 떨어졌지만, 소유는 그 어떤 특별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