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인마라니...해명을 해야만 했다
"여러분 잠시만요!!
전 사람을 죽인 적도 없고 그냥 피곤해서 자고 있던 여고생일 ㅃ..."
사람들은 내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역시...누가 살인마의 이야기 따위를 듣고싶어 하겠는가
'하...그냥 경찰에 잡혀가야 하는건가...'
반쯤 포기할 때쯤, 왠 사람이 내 등을 툭툭 두드렸다
"뭐죠?"
"초면에 미안하지만,"
그 사람이 내 눈을 가렸다
"실례 좀 할게"
눈앞이 하얘졌다
내가 다시 앞을 볼 수 있게 된 건,
이 지하철 칸의 모든 사람들이 처참히 살해당한 후였다
지하철이 천천히 종점을 향해가고 있었다
"안녕? 방금전엔 인사를 못했어."
"아....네...."
하나로 묶은 긴 머리에 너무 하얀 피부, 약간 섬뜩하기까지 한 붉은 눈...
누구지...?
"나는 코드네임 19478크로스."
그녀가 내 눈치를 살피더니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싱긋 웃었다
"한서원 이야!"
인사를 마치자마자, 한서원은 나에게 바짝 다가왔다
"근데 너 말이야...
이 칸의 모두가 죽었는데 놀라지 않는다?"
정적이 흘렀다
그러고보니..나는 왜 놀라지 않지?
"뭐, 지금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그 칼 이제 돌려줄래?"
"이 칼이 당신 것이었나요?"
"네 건 아니잖아?"
"그렇긴 해요"
나는 칼을 내밀었다
한서원은 칼을 이리저리 돌려보고는 만족한 듯 웃음을 지었다
"좋아."
"에?"
"방금전에는 꽤나 당황스러웠을 거야,
지금부터 상황설명 들어간다.
한 번만 말할 거니까 놓쳐서 나중에 못 알아들어도 내 책임은 아니야."
한서원이 진지하게 이야기를 꺼냈다
"알아들었을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