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온지 2틀 째 날 2019 7.12 (론이 시점
단조로운 1층집 목조주택의 안으로 햇빛이 내리쬐고 있다. 햇빛은 아직 풀어지지 않은 이삿짐들을 가르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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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가구들의 자리배치로 한나절을 보내고 그 사이사이 닦이와 쓸기를 반복하다 하루가 끝났다.
아담하지만 한없이 부드러운 갈색 소파와 단단한 목제 테이블 겸 식탁과 1인용 침대 매트와 크지도 작지도 않은 아이보리 색 냉장고와 다른 가구들의 비해 제일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 책장, 그리고 3년 전 큰 맘 먹고산 중고 통 돌이 세탁기 등 비록 20평 남짓한 집이지만 무리 없이 내 1인용 가구들은 제 몸을 잘 맞춰 넣었다. 나는 침대 주변만 대충 정리를 한 채 잠에 들었다.
자, 이제 먼지부터 좀 쓸어볼까. 슥 쓸었을 뿐인데 한가득 나온 먼지가 코끝에서 뒤엉켜 거미줄을 치는 것 같다. 왜 닦아도 먼지는 계속 나오는지,모은 먼지들을 흰 봉투에 담는다. 달그락 - 어제 깨진 유리 잔 소리가 들린다. 귀여운 토끼 한 마리가 그려져 있는 유리컵은 조그만 한 사연을 가지고 있다. 이삿짐을 옮겨 주시는 분들께 시원한 얼음물을 타주기 위해, 상자 속에서 컵을 허둥지둥 꺼내다 난 참사였다. 다친 곳은 없었지만 깨진 유리 조각을 치우며 몇 년간 함께한 이 유리잔의 추억이 듬성듬성 떠올랐다.
1년 동안 만난 애인에게 차인 날이었다. 그와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버리던 저녁. 이것만은 버리지 않겠다고 생각한 것이 이 유리컵이었다. 내가 귀여워서 사겠다고 한 걸 그 사람이 똑같이 따라 샀다. 어찌 보면 그 사람과 나의 커플 물건이 되어버린 것이지, 하지만 원래는 나의 마음에 들어서 산 것이었다. 정말 큰 결심이었지만 실로 그날에는 그냥 조용히 컵을 선반위에 도로 올려놓았을 뿐이다.
지금은 앳된 시절의 한낱 먼지같이 가벼이 보이는 이야기지만 그때는 그 먼지가 지금처럼 내 사방을 더 이상 아무 것도 할 수 없도록 거미줄을 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처럼 나는 그래도 치워 갔다. 그와 나의 관계를.
때마침 초인종이 울린다. 드디어 왔다 나의 구세주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