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엉겨 붙은 두 팔 속에서 꿈틀거리다 삐져나온 미교의 얼굴이 알람소리보다 먼저, 날 일으킨다.
창가에 쨍하니 내리쬐는 햇볕은 이불 속 뭉툭하게 삐져나온 내 얼굴에 저릿하게 파고든다. 아까 내게서 빠져나간 미교는 벌써 화장실 행이다. 블루투스 스피커에 레게 노래와 밴드 노래를 연이어 틀어 놓는다.
들썩들썩 거리는 엉덩이와 함께 아침밥을 준비한다. 미교의 아침밥부터 준비한다. 준비한다, 기에는 사료를 그릇에 담는 정도이지만.
아침 12시- 햇살이 정점에 다다르는 시각, 밖은 시끌벅적하다. 호캉스를 온 가족부터 집단으로 놀러온 청소년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래사장에 발도장을 찍으로 가고있다. 8평짜리 집에 몇 시간동안 8천 마디가 맴도는 것 같았다. 정작 나는 여태 10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야기들은 점점 빌라 벽을 담쟁이처럼 기어올라 입주민들을 간질간질 한 상태로 만들어 놓는다. 2시가 되면 점심을 먹고 다시 바다로 나갈 준비를 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가만히 있어도 아침의 활기를 한껏 머금게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 활기는 2차선 도로에 끝없이 줄지은 차들의 열기를 더욱 북돋게 하나보다. 여기저기서 차들이 빵빵거리며 아우성이다.
샐러드 소스가 얕게 묻은 흰 접시 위로 내 얼굴이 비친다. 장난스럽게 여러 표정들을 지어본다. 웃음은 터지지는 않았지만 헛웃음만 잠시 내뱉었다.
망고주스를 마실 겸 미교와 산책을 나가야겠다. 집 앞에 바다가 있고, 여름 휴가철이라면 바닷가 주변에는 먹을 것이 넘쳐난다. 싱그러운 여름 과일이 눈앞에 어른 거려 더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갔다. 1층 로비를 나서는 순간 색색의 수영복 사이로 보이는 푸릇한 과일들이 보인다. 정채 되어있는 차들이라 요리조리 틈을 찾아 가본다. 몸집이 작은 미교는 먼저 저 건너편 모래사장에 도착해 있다.
파란 삼각팬티수영복이 아니라 그저 파란빤스임을 눈치 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위에 박스티를 입는다면 말이다. 가끔 눈치 채는 사람은 있지만 흠칫하더라도 기겁하면서 놀라는 사람은 없었다.그리 유명하지 않은 곳인 것 같아도 휴가철에는 사람이 미어터진다. 파도치는 것이 바닷물인지 인간인지, 그래도 얼굴들은 모두 오늘 날씨만큼 쨍하니 밝다. 해수욕장이 아니라서 따로 안전요원이 없을 줄 알았는데 정부 지침이 따라 내려온 안전요원 한 그룹이 있다고 한다.
신선한 망고 6개와 파인애플 한 개를 바구니에 담고 망고주스를 손에 쥐며 걸어간다. 미교가 총.총.총 뒤 따라온다. 뙤약볕에 데워진 모래알들이 쪼리 사이로 들어왔다 나갔다 하며 발을 간질이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6층짜리 빌라는 처음에는 호텔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빌라로 바뀐 것이다.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는 나중에 얘기하도록 하자.
바다가 눈앞에서 일렁이다, 파란 종이에 엎지른 물감 색이 태양빛이라도 되듯 붉게 흐트러지는 하늘과 바다를 매일매일 볼 수 있는 곳이다. 비가오거나 태풍이 칠 때 기이하게 움직이는 파도를 볼 수 있고. 천둥과 벼락이 눈을 찌르듯 쉴 틈 없이 치는 것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지칠 줄 모르던 사람들이 해 질 무렵이 되면 점차 붉게 무르익는 하늘에 취해 그들도 함께 붉게 물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