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우는 아직 고민을 하고 있는 듯 심각한 얼굴을 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슬비가 연우를 가볍게 안으며 등을 토닥거리고 있다. 치훈도 답이 없고 그 자리에서 일어나 답답한 듯 이리저리 왔다갔다 한다.
"아무 말이라도 좀 해 봐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
"중요한 건 너의 생각이지만 난 그래도 너를 키워 준 부모님이니까 도리는 다 해야한다고 생각해"
"그래서 나보고 그 결혼식장에 청운그룹 장남으로 서 있으라고"
"어차피 사람들은 너의 속사정을 모르니까 어색하지 않을 거야"
"슬비야 넌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나도 치훈오빠와 같은 생각이야 물론 오빠의 생각이 중요하지만..."
"그래 내가 그 결혼식장에 아들 자격으로 간다고 해도 슬비 넌 내 아내 자격으로 같이 가야하는데 갈 수 있겠어?"
"내가 뭐가 두려워서 오빠의 아내인데 당연히 그런 자리에 참석해야지"
"다른 사람 결혼식도 아니고 건우 결혼식이야"
"우리 도련님 결혼하는데 축하해줘야지 청첩장도 받았는데"
"이슬비 도련님이라는 말이 너무 자연스럽게 나오는 거 아니야"
"왜 이래 나도 한 집안의 맏며느리가 얼마나 되고 싶어 했는데"
그 말에 연우의 얼굴은 슬퍼진다. 왠지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 조차 힘들게 만들어 버린 것 같아서 그것을 눈치챈 슬비가 연우를 보면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환하게 웃어보인다.
카페에서 나온 연우와 슬비가 차를 타고 도로를 달린다. 청담동에 있는 그 많은 건물들 속에 한복 전문점으로 들어간다. 직원의 안내를 받고 안으로 들어가면 수많은 한복들이 진열되어 있다.
"결혼식에서 입을 한복을 찾는데 어떤 것이 좋은지 추천 좀 해주세요"
"예비신부인가요?"
"아니요 남동생이 결혼하는데 제 아내가 입을 한복을 보고 싶습니다."
"그럼 잠시만 기다리세요"
직원이 몇 가지의 한복을 내보이며 슬비에게 어울릴만한 한복들을 들고와 설명을 해준다. 슬비가 그 한복을 만져보며 좋아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 보는 연우는 결혼식을 올려주지 못한 미안함에 제대로 쳐다보지 못한다.
"오빠 난 이게 마음에 드는데 오빠는 어때?"
"입은 모습 보고 싶다 한번 입어봐도 될까요?"
"당연하죠. 자 여기로 오셔서 입어보세요"
슬비가 한복으로 갈아입기 위해 탈의실 안으로 들어가고 몇 분 뒤 커튼이 물러서고 그 뒤로 한복을 입은 슬비가 서 있다. 너무나 아름다워 차마 말을 하지 못하고 그저 바라만보고 있다
"오빠 어때?"
"아름다워 너무 예쁘다"
"저 죄송한데 사진 한장만 찍어주시겠어요?"
"알겠습니다. 남편분 옆에 가서 서 주세요"
연우가 슬비 옆에 서서 슬비를 바라보고 있다. 직원이 사진을 찍어 준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직원쪽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한복을 예약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폰에 찍힌 사진을 보는 두 사람 그 어떤 말도 하지 못하고 조용히 잠자리에 들었다.
드디어 토요일 아침-건우의 결혼식.
##호텔에는 각종 축하화환들이 더이상 놓을 자리를 찾지 못해 방황하고 그 가운데 고급차들이 줄지어 들어서며 사람들이 내린다. 이미 호텔 안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건우부모님과 건우는 모든 준비를 끝내고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예식장 입구에 서서 오는 손님들을 일일이 이야기하며 바쁘다. 그때 깔끔하게 정장을 입고 나타난 연우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팔짱을 끼며 걸어오는 슬비 모습이 보인다. 마주 선 건우가족과 연우는 마치 연기를 하는 듯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며 이야기를 나눈다.
"그동안 몸 건강히 잘 지내셨어요."
"너에게서 그 말을 듣기엔 좀 그런 것 같은데..."
"그런가요."
"왜 그래 이렇게 찾아와 준 것 만으로도 얼마나 고마운데 정말 고맙다"
"슬비 넌 무슨 자격으로 여기에 발을 들여 놔"
"아버지께서 말씀 안 드렸나봐요. 정식으로 인사 올립니다. 저 결혼했어요. 여기는 제 아내 이슬비입니다.
"뭐... 뭐라고 둘이 언제 결혼까지...?"
"쉿! 남들이 듣겠어요. 그만하고 받아들입시다."
"건우야 결혼 축하한다."
"도련님 결혼 축하드려요. 이제껏 본 모습 중에 제일 멋있는 것 같아요"
"고마워 형. 고... 고맙습니다. 형수님"
그렇게 어색한 인사들이 오고가는 가운데 건우의 얼굴이 굳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