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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메이드 신부
작가 : 퀸카대행진
작품등록일 : 2016.9.19

국어시간에 누구나 배웠을 고전소설 "시집가는 날"의 현대판! 피아노의 귀공자로 불리우는 "민태훈" 그의 신부가 뒤바뀌었다! 뒤바뀐 신부 "강연우"와의 좌충우돌 신혼일기!

 
1화. 가짜 신부가 된 이유
작성일 : 16-09-19 13:53     글쓴이 : 퀸카대행진     조회 : 545     추천 : 0     분량 : 9,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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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연우가 부잣집 가정부로 들어온지 어느덧 3년째, 그녀는 부잣집 가족의 대화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딱딱한 집안에 가정부로 들어와 청소 같은 잡다한 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기엔 발랄한 성격의 그녀에게 견디지 못할 현실 이였기에, 그녀가 고심 끝에 생각한 방법은 '엿듣기' 였다. 재미가 솔솔 하고 스릴 좋은 그것! 그것 때문에,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고된 이 가정에서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 오늘은 좀 심각한 일이 벌어졌는지 부잣집 공주님과 그녀의 부모가 한창 말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연우는 이 어둡고 형식적인 집안에도 재밌는 일이 생겼다는 생각에 귀를 쫑긋 새우고 입가에 장난스런 미소를 띄었다.

"엄마 지금 제 정신 이세요!?"

치렁치렁한 레이스가 몇겹으로 달린 엔틱풍의 원피스를 입고 있는 이 집의 공주님 소정은 누가 봐도 곱게 자란 부잣집 딸처럼 보였다. 새초롬한 빨간 입술, 눈처럼 뽀얀 얼굴에 짙게 쌍꺼풀진이 진 검은 눈, 탐스럽게 웨이브진 갈색 머리카락을 가지고있는 그녀는 마주 서 있는 부모중 모친을 더 많이 닮아 있었다. 하지만 제 앞에 여태것 상상도 하지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인지 그녀의 목소리는 애처로울정도로 바들바들 떨려 나오고 있었다.

"소정아 소리가 너무 크다. 이건 누구에게도 세어나가선 안될 극비라고!"

"내 나이 스물네살이에요. 결혼이라니 말이 되요? 하고싶은것들이 정말 많은 나이라고요!"

"그런 것은 내가 다 알지만 어쩔 수가 없단다. 내가 저번에 민 회장 내외분들 귀국하셨다고 말했지? 어제 딱 마주치자마자 니들 결혼 예기를 꺼내는데 어쩌니?"

"딱 잘라 거절 하셨어야죠! 엄마 지금 제가 누군지 잊고 계시는 것 같은데 저 엄마 딸이에요. 엄마아빠가 그렇게 호호불며 예뻐하시는 정헌그룹 외동딸 이소정이라고요!"

"예야, 내가 네 딸인건 하늘이 알고 땅이 알지, 하나뿐인 내 딸을 엄마가 몰라 볼리 있겠니?"

"알면서 갑자기 왜 이러세요!"

"옳지, 옳지 이리와 앉으련..."

희정은 소정의 손목을 잡아 끌어 쇼파에 앉힌뒤, 작전을 바꾸어 달래는 어조로 속삭였다.

"예야. 무조건 반대하지말고 내 말좀 들어봐. 그 집 아들이 피아노에 푹 빠져 사는데 실력이 대단하더랜다. 이번달에 열리는 퀸 엘리자베스 대회에서도 우승자로 손꼽힌데, 더군다나 남자가, 그만한 예술성도 갖췄는데, 집안까지 탄탄하더라지 뭐니? 거기다 그집에서 우리딸을 며느리로 얻길 원하시는구나 아이고 이렇게 황송할때가... 그 집에서 너희들 결혼 서두르자고 지금 난리야. 대체 이런 기회가 세상천지에 어딨니?"

"싫어요! 그 녀석이 세계에서 제일가는 억만장자라더래도 싫다고요! 이 나이에 결혼은 절대 싫어요!"

"떽! 모르는 소리! 그 집가면 평생 호강이다 너어~"

그 말에 소정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쓰러질듯 사색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엄마 아빠 설마... 지금 그 말은 당장 식을 올리자는 말씀이에요? 우린 단 한번도 마주친적도 없다고요."

"연애는 결혼하고 차차하면 되잖니."

소정은 기가 막힌 지 손부채질을 하기 시작했고, 소정의 모인 희진은 소정의 부인 영훈을 바라보며 은밀한 눈빛 교환을 했다. 그들에겐 이 결혼이 사업의 최대의 이익 이였고 꼭 이루어야만한 대사 였다. 소정에겐 말은 안했지만 영훈의 회사 재정 상태가 그리 좋지못하였다. 이 결혼은 회사를 살리기 위한 하나의 길이기도 했던 것이다.

"전 유학도 갈꺼에요! 결혼같은 것 생각 없다고요. 이렇게는 저 절대로 시집 안가요! 아니 못가요!

"유학 나왔으니 말인데, 이 결혼 안하면 네 유학도 없다. 네가 하고 싶은 성악? 웃기지마! 다 그만 두려무나."

설득하다 못한 희진은 결국 딸에게 최후통첩을 던졌다.

"엄마!"

소정에겐 정말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리였다. 자신에게 정해져 있는 정혼자 쯤은 있는 것을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그 정혼자와 '결혼'이란걸 하게 될 줄이야. 꿈에도 생각 못했던 일이였다. '그' 와의 만남은 소정이 원하는 바를 다 이루웠을때 그때정도라고 짐작하고 있었던 터였다.

"아빠, 아빠가 뭐라 말 좀 해보세요!"

"아빠도 네가 결혼하고 유학을 갔음 하고 바란단다. 당장 결혼 생활 하라는 것도 아니고, 서로 바쁘니 식만 올리는 거잖니."

믿었던 아빠마저 그리 말하는 것을 보고 머리끝까지 화가 난 소정은 억울한 느낌에 눈물지었고, 너풀거리는 치마자락을 휘날리며 위층 계단으로 뛰어올라갔다.

"엄마 아빠 미워!"

위층에서 분노와 원망을 가득담아 소리치는 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고, 곧이어 그녀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집안을 가득 매웠다. 금지옥엽 같은 딸이 대성통곡 하는 소리를 듣는 그녀의 부모의 표정도 좋지는 못했다.

그 자리에 가만히 서있던 연우도 엿들은 사실에 기가막힌듯, 입을 저억 벌렸다.

"쯧쯧, 그 나이에 결혼이라니 불쌍해도 너무 불쌍해. 좀 싸가지 없긴 하지만 귀여운 여자인데, 아니 어떤 대단한 집안이길레 저 딱딱 부부가 공주 딸을 쉽게 넘길까? 거참 궁금하네."

궁금함에 입맛을 다시던 연우는 조금전에 다 깎아 놓은 과일을 그들의 부모 앞으로 올렸고, 그들 부모는 입맛이 없는 듯, 그녀가 가져온 과일에 손도대지 않았다.

"이거 냉장고에 넣던지 버려, 먹고 싶은 마음이 없구나."

손을 휘휘 내저으며 퇴장하는 그 집안의 사모님을 힘겹게 웃으며 바라보는 연우. 드러내진 않았지만, 과일을 깎아 오랄 때는 언제고 이제와 생각을 바꾸는 희진의 말에 힘이 쭉 빠지는 그녀였다. 희진이 일어서자 영훈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이유는 없었던듯, 방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아니, 이 아까운걸 왜버려! 비싼 건데."

연우는 그 집의 모든 식구들이 방안으로 직행하자 접시에 담겨있는 먹음직스런 사과를 포크로 우악스럽게 찍어 한입에 넣었고, 그 달콤한 맛을 음미하며 소파에 벌러덩 누웠다.

"아, 힘들다."

소파에서 일어서며 앞치마를 푼 연우는 피곤함에 눈을 비비며 과일을 손에 들고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그녀의 방에 있는것은 고작 천으로 되어있는 비키니 옷장, 무늬없는 작은 침실, 낡은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구식 전화, 그것이 다였다. 그녀가 지칭하는 철부지 공주, 소정의 방과 그녀의 방은 그야말로 천지차이 였다.

그녀는 사과를 하나 더 찍어 베어 물으며 수화기를 들었다. 밤마다 집에 전화하는 건 그녀의 일상 이기도 했다. 이 집 가정부로 들어와 가족과 만날 일이 거의 없었기에, 전화로 나마 안부를 물으며 소식을 전해야 하는 것이다.

"엄마? 나야, 오늘도 잘 끝냈지 엄마 딸 누구야 천하무적 쇠팔뚝 강연우 아니야. 문제없어 오늘은 아빠 일한 돈 가지고 들어왔어?"

통화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밝고 당차 보이려고 애쓰는 기색이 역력했다. 어려운 집안 형편에 지금도 부업을 하며 애쓰고 있을 엄마를 생각하면 하루에도 가슴이 몇번이고 무너지는 그녀였다.

"안가져 왔다고? 어휴, 빨리 가져와야 빚도 차차 감고 이번 달 생활비 될 탠데. 나도 사모님한테 월급 당겨 달라고 부탁 할 테니까, 엄마 걱정하지 마."

"응, 알았어. 무리하지 않을게 엄마 끊어. 응."

전화를 끊고 한숨을 푹 내쉰 연우는 머리가 복잡해지는 느낌에 자신의 머리를 손으로 헝크러트렸다. 그녀가 살고 있는 집안은 항상 이런 식이였다. 허구한 날 오빠는 나가서 사고를 치고, 아빠는 무능을 이유로 허구한 날 직장에서 잘리고, 그런 일이 이젠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주기적으로 발생하니 집안사정은 자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었고, 그리하여 연우가 나서 집안의 기둥 역할을 톡톡히 해내야 했다.

"이 가족 분위기도 안 좋은데 그런 부탁 받아 줄레나? 그래도 힘내야지, 아자!"

당찬 기합으로 자신에게 용기를 불어 넣는 그녀의 눈시울은 이미 붉어져 있었다.

다음날 아침

딱딱 부부 내외는 식탁에 마주앉아 아침 식사 중이였다. 몇 분뒤, 이 집의 공주 소정이 비틀비틀 내려와 식탁에 앉았다. 그녀의 눈은 밤새 눈물로 지새운 듯 퉁퉁 부어 있었다. 연우는 소정에게 국을 떠주며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 입이 댓발 나와있는것이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폭탄같아, 연우는 그녀에게서 눈길을 돌리며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연우가 이젠 자신의 밥과 국을 떠 쟁반에 내려놓고 있었을 때, 희진이 걱정스러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소정아 괜찮니?"

아무대답이 없는 소정, 된통 화가난 모양이었다.

"휴, 내키지 않겠지만 오늘 네 결혼식 날짜도 정하고 최사모님이랑 만나서 네 결혼식장도 같이 알아보러 갈 거야. 동행하지 않겠다면 구지 청하지 않으마."

"엄마 마음대로 하세요. 뭐 제가 이 일에 결정권이라도 있었나요..."

많이 운 탓인지 소정에게서 허스키한 목소리가 나왔지만, 그 특유의 고음의 목소리는 없어지지 않아 그녀의 말투는 언제나 처럼 버릇없게 들려왔다.

"잘 먹었어요."

소정은 밥을 몇 번 깨작깨작 거리다가 끝내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녀는 연우를 보며 힘겹게 인사한 후 식탁의자를 곱게 집어 놓고 그 자리를 피했다.

'저 밥한 톨이 농부의 한 땀인데 저걸 그냥! 아니 그렇게 깨작깨작 거리다 나둘꺼면 그냥 안 먹겠다! 이말 못해?"

연우는 속마음으로 소정을 보며 외쳤고, 자신의 밥이 담긴 쟁반을 들고 자신의 방으로 향하려다 소정의 모 희정의 부름에 고개를 돌렸다.

"여기서 같이 식사하지?"

"아니에요, 뭐 하실 말씀이라도……."

"아, 오늘 찬거리 사오라고 소정이 좋아하는 걸로 부탁해."

"네."

연우는 방긋 웃으며 사모님의 말에 대답했고, 다시 우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2층 계단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좀 깎아 달라니까요 아줌마!"

새벽같이 장사를 준비하는 재래시장 길목에는 오늘도 연우의 목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절대 포기할수 없다는듯 마늘다발을 양손으로 꼭 잡고 낮은 가격을 요구하는 그녀의 눈빛이 애교스럽게 반짝반짝 빛났다.

그녀와 오래전부터 친분이 있는 채소가게 주인은 껌을 짝짝 씹으며 연우를 밉지 않은 표정으로 대치하고 있었다.

"연우 아가씨 이것도 많이 깎은 거야."

"더 깎을 수 있잖아요. 아줌마 제가 아줌마 싸랑하는거 아시죠? 더 깎아요! 네?"

"안돼는데."

"아줌마 싸랑해요~"

연우는 최고도의 애교비술 4단계를 시행시켰다. 애교스런 몸짓으로 여심(?)을 녹인후, 두볼에 바람을 빵빵하게 넣어 베시시 웃었다.

"어휴, 내가 연우 아가씨 애교엔 못 이겨."

연우가 말했던 데로 값을 내리자 그녀는 만족스러운 듯 돈을 지불하며 방긋 웃었다.

"이렇게 모아서 언제 모으냐. 휴, 내 돈이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깎은 거잖아!"

연우는 시장아줌마에게 거스른 동전 몇 개를 자신의 주머니에 집어 놓았다.

그녀가 가게 바로 옆 건물의 수조 속에서 기차게 헤엄치는 새우를 신기한 눈으로 지켜 보고 있을 때, 장보러 나온듯한 두명의 아줌마가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가 그녀의 귀에 들려왔다.

"이거 요 앞 수선가게에서 들었는데, 그 피아노 치는 사람 중에 민태훈이라고 이상한 사람 있잖아, 개가 글쎄 정헌그룹 부잣집 딸내미하고 결혼 한다네."

"오메, 정말?"

"근데, 그 피아노 치는 아들이 좀 문제가 있나봐. 머리를 엄청 길러서 여자라는 소문도 있고, 다리병신이라는 소문도 있고, 정신이상자라는 소문도 있다네."

"오메오메! 그거 진짜면 큰일 아닌감."

여인내 둘은 곧 죽이 맞아 그 소문에 대해 신나게 떠들기 시작했다. 사기결혼 아니냐는둥, 여자가 불쌍하다는 둥, 여자도 문제가 있는거 아니냐는둥 의 추측성 발언까지 모두 들어버린 연우는 옆에서 입을 쩍 벌렸다. 정헌 그룹의 딸이라면 자신이 일하는 부잣집의 공주님, 그의 정혼자를 두고 그런 소문이 돌다니 특보가 아닐수 없었다.



연우가 장을 보고 난뒤 집안에 들어와 청소를 하고 있을 때, 소정 아버지의 수행비서인 남자가 아침부터 급한걸음으로 집을 방문했다. 연우는 비서가 무슨 소식을 전하려 왔는지 미루어 짐작할수 있었다. 자신이 시장 통에서 들은 소식을 전하겠지. 연우는 일부러 그녀의 입으로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괜히 그런 기분 나쁜 소식을 섣불리 전했다간 자신에게 불똥이 튈것을 염려한 것이었다.

"이건 정말 말도 안돼!! 그게 사실이란 말이에요? 예물 다 맞췄고 결혼식장도 다 예약했는데 이걸 어째!"

그녀의 앞에 서서 조금은 머뭇거리며 사실을 알리는 비서, 희진은 자신의 귀로 들은 사실들을 믿을 수가 없는 듯 충격에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윤비서, 정말이야 확실해?"

"네, 어딜 조사 해봐도 인하그룹 외동아들 민태훈에 대해 정신이상자다. 뭐, 그런 예기들뿐입니다."

"오, 정말 너무 쉽게 혼사가 진행된다 했어."

희진은 충격에 다리를 비틀거렸고 윤비서는 그런 그녀를 받쳤다. 희진은 윤비서의 손길로 인해 소파에 앉혀 졌고, 화병에 물을주고있던 연우에게 냉수한잔을 부탁했다.

"그 집안에 결혼하자는 집안들이 줄을 섰는데, 왜 쓰러져가는 우리 회사까지 도맡으면서 우리 소정이를 원하는지 의심을 못했다고!"

"사모님..."

"...아이고 내가 못살아. 아무리 회사가 중요하기로 서니 우리 소정이를 그런놈에게 어떻게 보내.."

연우가 가져온 냉수한잔을 마시며 손부채질을 하던 희진은 곧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남편에게 급히 전화를 걸었다.

"오늘 당신 일찍 들어와요. 알았죠?"

그 날 저녁, 희진은 얼음주머니를 이마에 올린 체 연우의 부축을 받으며 거실로 나올 수 있었다. 온 가족이 모두 모인 자리. 소정은 자신의 결혼이 성사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을 찾았기 때문인지 싱글 벙글 이였고, 그와 반대로 그들 부모의 표정은 몹시 어둡기만 했다.

"이걸 어찌하면 좋아요 여보, 아무리 회사가 중요하다지만 우리 귀한 딸 소정 이를 그런 집에 어찌 보네요. 흐흑."

희진은 걱정스러움에 눈물을 흘렸고, 영훈도 이렇다 할만한 해결방안을 찾아내지 못했는지 입에 담배를 꼿고 있었다. 소정은 자신의 부모의 눈치를 살살 살피며 손가락을 물고 있었고, 연우는 화분의 물을 일부로 늦게 주며 그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

"사실 여부는 확인해야지. 섣불리 믿을 수 없어. 내일 중으로 소정이 남편 될 사람을 우리 집으로 부르지?"

"그 애 엄청 바쁘다던데, 정신 이상자라면 그거 언제 돌변하거나 미칠지 모르는거 아녜요?"

"그래도 확인은 해야겠어. 내일 어떡해서든 자리 마련해."

"네, 그럴게요."

그 말을 옆에서 들은 소정의 얼굴은 심술로 심하게 부풀어 올랐고, 또다시 치마자락을 움켜잡고 계단으로 뛰쳐 올라가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리고 역시나 우렁찬 울음소리가 집안을 울렸다.

'저놈의 지지배는 왜 울고 그래! 오늘은 저 듣기 싫은 울음소리. 오늘은 한 옥타브 더 올라갔어. 아우 시끄러워!'

연우는 짜증스러운 눈으로 계단을 바라보며 생각했고, 희진과 소정의 부 영훈은 어디서 났는지 귀마개를 들어 착용했다. 이제 소정의 울음소리에 대비까지 하는것이였다. 소정은 성악을해 우는소리마저 고음 이였기에 외소한 체격의 희진과, 신경성 두통을 가지고 있는 영훈 에겐 심각한 소음이 아닐수 없었다.

'내 것도 준비하시지 무심한 사람들.'

연우는 귀마개를 끼고 신문을 뒤적뒤적 거리는 그들 부부를 보며 생각했고 귀를 두손으로 틀어막으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단단히 걸어 잠궜다.

다음날, 음식을 차려놓고 그 의문의 주인공인 소정의 정혼자를 기다리는 희진과 영훈. 소정은 긴장했는지 2층 계단에서 이리저리 왔다갔다 오르내렸고, 연우는 음식을 접시에 차리고 남은 음식을 몰래 집어 먹고 있었다.

"몇 개 가져가서 밤에 먹어야지. 호호."

연우는 접시에 새우를 몇 개 담았고, 랩에 싸 찬장에 몰래 집어넣었다 연우에겐 주인집 딸 소정의 운명보단 눈앞에 보이는 먹을 것이 더 중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정혼자란 사람은 연우가 배가 부르도록 남은 음식을 해치울 때까지 오지 않았다. 정각을 넘겨도, 세시가 넘어가도 나타날 줄을 몰랐다. 소정은 계단에 앉아 풀죽은 듯 앉아 있었고, 희진과 영훈은 몹시 고심하는 듯한 얼굴로 서로 눈길 교환을 하고 있었다.

"안 오는거 보면 뭔가가 있어요!"

"그런 것 같군, 이걸 어찌한담."

"어휴, 분명히 최 사모님이 보내겠다고 했는데 이제 어찌하면 좋아요. 결혼이 3일 뒤인데."

"어휴, 속 답답해서 원."

영훈이 더 기다리지 못하고 소파에서 박차고 일어섰다. 그때 희진이 뭔가 대단한 것을 생각해낸 표정으로,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잠깐 여보! 그 집에 우리 소정이 얼굴 아직 모르죠?"

"그래, 신부될 우리아이 얼굴도 모르는 눈치였어. 당신도 알다시피 소정이는 어릴때부터 외국에 사는 당신 언니 집에 살다시피해서 그 집안하고 공적으로도 마주친적이 없잖아."

"그런 집에서 이유가 있었던 거에요.. 자기 아들이 부족하니까, 우리 회사가 만만하니까.. 이보다 맞는 조건이 어딨겠어요. 흐흑.."

"여보..."

"우리 딴 애를 소정이라고 속여서 보내는건 어때요? 아니면 다른 집안 딸 하고 엮어줘 봐요.."

"뭐? 그런 방법도 있겠지만 이런 소문이 파다한 마당에 누가 그 집의 며느리로 들어가겠어."

"흑 하긴, 그러네요."

"엄마 아빠 사업 포기해요 제발요?"

보다 못한 소정이 끼어들어 애원했고, 그녀의 부모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소정이 자꾸 떼를 쓰자, 영훈은 딸의 어깨를 잡으며 편안한 목소리로 타일렀다.

"소정아 그 결혼은 절대 우리가 깨서는 안 된단다. 그 집안을 우습게 봤다간 우리가 당해요. 이 나라에 그 집안의 손길이 안미친게 어디 있니?"

거의 하루 종일 소정의 투정 섞인 말투와 한숨소리 밖에 들려오지 않았다. 연우는 그들 내외가 별말이 없자 자신의 방에 들어가 자신이 챙긴 돈을 저금통에 넣고 자신 이 뺀 돈과 이집의 돈을 따로 계산하여 가계부를 쓰고 있었다. 새벽이 다되어 정리를 거의 끝마친 연우가 침대위로 스멀스멀 기어 올라가려 할 때, 그녀의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연우야 자니?"

곧 간드러지는 목소리의 주인공인 희진 임을 알아차린 연우는 머리를 손으로 잘 정돈하며 문을 열었다.

"아녜요. 아직, 들어오세요."

희진의 손엔 웬일인지 보석함이 들려있었고, 그것을 본 연우는 의아한 표정이었다.

"우리 시중드느라 힘들지? 그래서 내가 선물 준비했는데 연우야 일단 의자에 앉아봐."

"아? 네."

희진은 연우의 어깨를 잡고 의자에 앉혔고, 방을 싸악 둘러보았다 침대와 책상 그뿐인 방, 희진의 안색이 못볼것을 봤다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것을 포착한 연우의 표정이 좋을리 없었고, 희진은 다시 웃음을 지으며 연우의 어깨를 쓰다듬었다.

"연우 방에 화장대 하나 놔야겠다. 인테리어도 다시하고."

희진은 벽에 걸려있는 거울을 의자 앞의 책상에 세웠고 보석함을 열어 장신구들을 몇게 집은 희진은 그것은 연우의 머리에 꼽았다.

"저, 이런 것 안 해주셔도!"

뭔가 불길함을 느낀 연우는 희진의 손을 잡았고, 희진은 웃으며 연우의 치장에만 신경 썼다. 머리 삔과 귀걸이 목걸이 팔지까지 모두 한 그녀는 더욱 빛나는 모습 이였고, 희진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어때? 맘에 들어."

"네."

"저에게 원하는 게 있으시죠? 말하세요."

"아, 연우가 내 마음을 아는구나."

희진은 연우의 침대에 앉았고, 한숨을 내쉬더니 다시 연우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게 말이야 내가 연우한테 이런 부탁을 하는 것도 정말 염치없는데. 네가 소정이 대신 민 회장 아들의 정혼 자가 되줬으면 해서, 소정 이는 예정대로 유학 보내고 네가 우리 딸의 역할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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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야 16-10-20 22:07
 
* 비밀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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