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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차이기만 하는 여자
작가 : 허주영
작품등록일 : 2019.11.8

중학교 때 시작한 풋사랑을 시작으로 사랑을 하는 족족 차이기만 하는 여자 강지영.
그런 지영을 25년간 바라보기만 하다 결국은 파혼까지 당한 지영에게 사랑을 고백해버리는 서민준.
아놔, 지나간 모든 사랑의 디테일한 깊은 부분까지 구석구석 알고 있는 남사친과 결혼할 수 있을까? 아니 연애라도 할 수 있을까?

 
#11. 수경의 뜻밖의 고백
작성일 : 19-11-09 13:36     글쓴이 : 허주영     조회 : 480     추천 : 0     분량 : 5,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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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수경의 뜻밖의 고백

요즘 지영의 관심사는 오로지 정현과의 관계의 다음 스텝 이였다.

정현과 키스를 했고 브라로 철옹성처럼 지켜오던 가슴까지 허락을 했다.

‘그럼 다음 단계는?’이란 질문이 떠오를 때마다 지영은 온몸이 찌릿했다.

아직까지 키스도 못해본 애송이 민준에게 백날 이야기한들 자신의 입만 아플 것 같았다.

수경도 연애 경험이 없긴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민준 보다는 낫지 싶어서 지영은 전철역에서 내려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는 골목 초입에 있는 편의점을 지나면서 수경에게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지 않았다.

맥주캔 하나를 사면서 심심한 마음에 민준에게도 전화를 했다.

민준도 역시 전화를 받지 않았다.

지영은 맥주 한 캔에 짱구 한 봉지를 사들고 터벅터벅 집으로 향했다.

자신도 정현과의 애정행각에 집중하고 있을 때 울리는 민준과 수경의 전화를 받지 않은 적이 많았지만 정작 자신의 전화를 둘 다 받지 않자 기분이 갑자기 우울해졌다.

지영은 답답한 방으로 가는 대신 마당에서 짱구 과자를 펼쳐놓고 하늘에 뜬 초승달을 보며 맥주를 홀짝이고 있었다.

“나,, 몇 년을 고민하다 용기 낸 거야. 민준야, 진짜 난 안 되겠니?”

수경의 떨리는 목소리였다.

지영은 입에서 아삭거리는 짱구를 꿀꺽 삼키고 숨소리도 내지 않고 온 신경을 쫑긋 세우며 수경의 목소리를 훔쳐들었다.

뭐가 안 된다는 건지 지영이 짐작 할 만한 게 전혀 없었다.

“너 좋아하는 사람 있어?”

“아,, 아니.”

민준은 차마 수경에게 지영이를 좋아하고 있다는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센스머리가 없다지만 그 정도까지 바보는 아니었다.

“혹시 지영이 좋아하니?”

민준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지영은 맥주를 들이키다 하마터면 ‘켁켁’대며 인기척을 낼 뻔했다.

지영은 쓴 기운이 올라와 시큰한 코를 틀어막고 더욱 더 귀를 쫑긋했다.

“아니!”

급한 듯 단호한 민준의 대답에 지영은 입모양으로만 ‘미투다!’라며 입을 삐죽거렸다.

그것이 소리의 한계였다.

사람의 표정을 볼 수 없는 것, 그래서 YES or NO로만 쉽게 판단해 버리는 것.

수경이 지영이를 좋아하냐고 물었을 때 민준은 마치 급소를 찔린 사슴처럼 허리를 움찔 거리며 수경을 똑바로 쳐다보고 놀란 눈으로 말했다.

온몸으로 ‘난 지금 딱 걸려서 거짓말을 하고 있소!‘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수경이 민준의 속마음을 알아차린 지는 벌써 수년이 흘렀다.

민준을 바라볼때마다 민준의 시선은 항상 지영에게 고정되어 있었으니 수많은 시간을 함께 하면서 모른다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었다.

정작 딴 데 한 눈 팔고 있는 지영만 몰랐을 뿐...

하지만 수경은 꾹 참았던 사실을 입 밖으로 내서 확인하려 용기를 내 보았다.

짝사랑은 무작정 좋아하는 사람이 스스로 끝을 내던, 아니면 그 상대가 나를 사랑하게 만들던... 이 두가지중에 하나가 되어야지 끝이 나는 법.

수경은 스스로 사랑을 끝내는 것이 아닌 후자를 택했다.

그래서 온몸으로 멈칫하고 있는 민준을 애써 모른척했다.

혹시나 민준이 지영을 좋아한다고 말했으면 세 사람의 우정은 갑자기 삼류막장 드라마가 되어 버렸을 테니까.

“훗,, 하고 나니 우스운 질문 같은데,,, 아니라니 다행이다.”

“.......”
“서민준, 우리 사귈래?”

뭐? 사귀자고?

지영은 방금 자신이 들은 수경의 목소리를 의심했다.

지영이 정현과의 사랑을 코치 받을 때 입에 거품을 물고 절대 여자가 먼저 사랑을 고백하지 말라던 수경이었다.

지영은 너무 놀란 나머지 맥주를 한 모금 들이키다 그대로 입을 벌리고 줄줄줄 마당에 부었다.

모기가 등을 물었는지 등이 가려웠다.

손이 안 닿는 부분이었지만 지영은 어깨를 실룩거리며 애써 가려움을 참았다.

“...... 미안하다. 수경아. 우리 지금처럼 친구로 지내자.”

민준이 아랫입술을 깨물고 고민의 흔적을 보이며 조심스레 거절했다.

그래, 고민이라도 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고맙다.

수경은 이런 밑그림을 수도 없이 그려봤다는 듯이 쿨하게 말했다.

“괜찮아. 뭐,, 지금 바로 대답 안 해도 돼. 천천히,,,,”

민준의 진한 눈썹이 살짝 찡그려졌다.

“아니,,, 지금 확실히 하자. 내 대답은 이해한 걸로 할게.”

중학교 때부터 민준을 알았지만 이렇게 단호하고 한치의 망설임 없이 굳건한 모습은 처음이었다.

수경은 민준과의 관계에는 ‘다음’이라거나 ‘천천히’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을 거라는 걸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수백 번, 수천 번을 망설이다 용기 내어 한 사랑고백은 5분도 안되어 어색함만 주었다.

더 이상 아무런 대화가 없었다.

지영이 양쪽 귀를 쫑긋쫑긋 세웠음에도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지영은 민준의 단호한 대답이 멋있다는 생각을 잠깐 하면서도 민준 앞에 서있는 수경이 걱정스러웠다.

아마도 여자가 먼저 고백을 하지 말라고 열변을 토한 수경이 걱정한 상황이 바로 이런 모습일거 같아서 발을 동동거렸다.

마음 같아서는 쫒아 나가서 민준을 한 대 쳐버리고 ‘됐다. 됐어. 치사하다. 서민준! 우리 수경이가 어때서!'하고는 수경의 손을 끌고 집으로 들어와 버릴 것만 같았다.

 ’또각또각‘ 구둣발자국 소리가 나더니 점점 멀어졌다.

그리고 민준이 깊은 한숨을 쉬면서 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갔다.

지영은 전화기를 만지작거리며 수경에게 전화를 하려다 남은 맥주를 원샷으로 들이키고 먹다 남은 과자를 비닐 종이에 넣어서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열었다.

민준을 다그쳐서 수경과 사귀게 해야 하는지 아니면 수경을 생각해서 절대적으로 모른 척 해줘야하는지 혼란스러웠다.

***

며칠 뒤 수경이 지영의 집에 놀러 왔다.

여느 때 같았으면 벌써 지영이 민준을 호출해서 이것저것 심부름을 시키며 셋이서 즐거운 수다를 떨었을 텐데 오늘은 지영이 민준을 부르지 않았다.

그리고 수경도 지영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정현이와의 사랑에 대해서 조언만 열심히 했다.

너무나 똑같은 수경의 모습에 오히려 지영이 지난밤에 자신이 ‘맥주 한 캔에 취해서 헛것을 들었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때가 됐다.”

수경이 결의에 찬 목소리로 지영에게 말했다.

“뭐,, 뭐가?”

“뭐긴 뭐야! 사랑의 종착지,,, 서로를 품는거지.”

“힝,, 어떡해!”

“어떡하긴 뭘 어떡해? 일단 속옷부터 깔 맞춤을 해야지.”

“속옷?”

지영이 왠 뚱딴지 같은 소리냐는 듯 되물었다.

“언제 어느 상황에 일이 터질지 모르니.”

“???”

지영이 맹한 얼굴로 쳐다보자 수경이 침착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봐봐. 분위기가 한껏 무르익었어. 정현이 너를 갖고 싶어해. 키스를 하고 침대에 누워서 최종 단계까지 갔어.”

최종 단계란 말에 지영이 마른 침을 꼴깍 삼켰다.

수경의 말만으로도 벌써 온몸의 돌기가 파르르 일어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청바지를 벗었어. 그런데, 몇 년 되었는지 알수도 없는 누리탱탱한 빤쓰야.”

헉, 상상만으로도 애로틱한 분위기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너, 지금 속옷 뭐 입었어?”

지영은 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윗도리를 들어 올리며 브라를 보여줬다.

고등학교 때부터 입던 낡은 베이지색 브라였다.

브라에 일어난 보풀이 세월의 흔적을 고대로 말해주고 있었다.

수경이 고개를 도리도리쳤다.

“그건 아니다.”

“그지? 이건 좀 별로지?”

“별로가 아니라 완전 아니라니까?”

“엄마한테 속옷 산다고 돈 좀 달라고 해야겠다.”

“엄마도 여잔데,,, 결정적 힌트를 제공하지 말고 그냥 옷 좀 산다 그래.”

“크크크,,, 수경~~! 연애도 안 해봤으면서,,, 완전!! 이론은 만점!!”

수경이 씩 웃으며 손으로 브이를 그렸다.

지영은 아차차,,, 싶었지만 애써 웃으며 수경을 향해 ‘브이 반사~’를 외쳤다.

지영은 사실 수경과 민준의 어색한 대화보다 자신이 앞으로 거쳐야할 사랑의 순서에 더 관심이 많았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재난을 대비하듯 매일매일 이태리 타올로 열심히 때를 밀며 샤워를 하고 털이 더 굵어진다고 한사코 말리는 엄마의 말을 무시하고 매일 제모를 했다.

그리고 아직까지 한 번도 쓰지 않았던 질 세정제도 엄마의 것을 몰래 가져다 쓰기 시작했고 홈쇼핑에서 쭉쭉빵빵한 모델이 입고 있는 속옷 세트를 구매하기 시작했다.

혹시나 자신도 저런 모습이길 고대하면서......

지영이 모든 걸 천천히 준비하는 기간에도 어김없이 정현을 만났다.

그리고 정현은 노래방과 비디오 방을 오가며 지영을 호시탐탐 노렸다.

지영은 수많은 영화를 정현과 보았지만 정작 내용이 기억나는 건 몇 개가 되지 않았다.

극장에서 같이 본 것 빼고 비디오 방에서 본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날도 지영은 정현과 함께 비디오 방을 찾았고 따끈따끈한 신작 ‘범죄의 재구성’이란 영화를 골라서 방으로 들어갔다.

지영은 어영부영 놓친 영화를 이번 기회에 꼭 보고 싶었지만 정현은 처음부터 영화를 볼 생각은 없었던 것 같았다.

지영을 푹 끌어안아서 지영의 가슴에 손을 올려놓았다.

지영이 한 손으로 정현의 나쁜 손을 꼭 쥐었다.

이번엔 다른 한 손으로 정현이 지영의 가슴을 쓰다듬었다.

지영은 정현에게 꽉 끼어서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딱히 선정적인 장면이 아니었음에도 정현의 심장소리가 달리는 기관차처럼 점점 빨라졌다.

지영의 얼굴이 정현의 가슴에 폭 파묻혀 있어서 더더욱 선명하게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정현이 지영의 머리칼을 쓰다듬고 볼을 꼬집었다.

지영은 부끄러운 듯 정현의 가슴에 얼굴을 비볐다.

정현은 지영의 고개를 돌려 부드럽게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지영의 귓불을 지나 하얀 목덜미를 타고 가슴으로 향했다.

정현은 부드러운 손길로 지영의 가슴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탐스럽고 싱그런 가슴을 답답한 브라에서 탈출시켰다.

그리고 달콤한 에피타이져를 시식하듯 지영의 가슴을 이리저리 핥기 시작했다.

“으음,,, 하아,,,”

지영의 입에서 얕은 탄식이 새어나왔다.

벌써 정현의 손은 지영의 치마 아래로 들어가서 팬티를 더듬고 있었다.

도톰한 언덕이 느껴졌다.

지영은 다리를 꼬면서 정현의 손을 제지했다.

“오늘은,,, 못 참겠어.”

정현이 지영의 손을 치우고 다시 한 번 지영의 그곳을 쓰다듬었다.

결국엔 팬티 안으로 정현의 손이 미끄러지듯 들어와서 보드라운 풀숲을 이리저리 휘젓고 다녔다.

이내 축축해졌다.

“하아,,, 아,, 안되겠어.”

지영이 다리를 비틀고 꼬며 정현의 가슴을 잡고 상반신을 조금 일으켰다.

그리고 브라 밖에 수줍게 나와 있는 가슴을 정리하려는데 정현이 지영의 손을 잡아서 정현의 중심에 갖다 대었다.

딱딱했다.

지영의 눈이 땡그랗게 커졌다.

“이런데 어떻게 참아.. 지영아,,, 우리 하자!”

“안 돼. 다음에,,, 여기서 말고.”

정현은 깊은 한숨을 쉬고 지영의 가슴에 가볍게 뽀뽀를 했다.

지영은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머리를 빗었다.

정현이 그런 지영을 뾰로통한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언제 할거야?”

마음같아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정현을 받아들이고 싶었다.

속옷도 깔맞춤이 되어 있었고 어젯밤에도 이테리 타올로 박박 문질러 씻었으니까...

그런데 첫 경험이 비디오방은 아닌 것 같았다.

지영은 차마 호텔에 가서 하고 싶다는 말은 못하고 애교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아잉,,, 몰라. 암튼 다음에.”

“후,,,,”

지영의 앙탈과는 달리 정현은 속이 타는지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지영의 옆에 누워서 팔베개를 해주고 영화를 20분 쯤 보다가 다시 지영에게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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