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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차이기만 하는 여자
작가 : 허주영
작품등록일 : 2019.11.8

중학교 때 시작한 풋사랑을 시작으로 사랑을 하는 족족 차이기만 하는 여자 강지영.
그런 지영을 25년간 바라보기만 하다 결국은 파혼까지 당한 지영에게 사랑을 고백해버리는 서민준.
아놔, 지나간 모든 사랑의 디테일한 깊은 부분까지 구석구석 알고 있는 남사친과 결혼할 수 있을까? 아니 연애라도 할 수 있을까?

 
#3. 파혼이 제일 쉬웠어요.
작성일 : 19-11-08 13:22     글쓴이 : 허주영     조회 : 472     추천 : 0     분량 : 8,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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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파혼이 제일 쉬웠어요.

“민준이는 갑자기 왜 저런다니? 가뜩이나 정신도 사나운데?”

“몰라.”

지영모는 민준을 보내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지영을 보며 기다렸다는 듯 취조를 시작했다.

“아,, 아 됐고. 뭐 파혼을 해야 또 다른 결혼을 하던 말던 할테지.”

“..........”

“이유나 알자. 송서방이 좋아 죽던데, 갑자기 왜?”

“너무 좋아해서 죽어버릴 까봐... 내가 사람 목숨하나 살린 셈 치고 헤어진 거야.”

퍽!

아주 요즘 요가에 맛을 들이시더니 잔근육들이 회춘하시나보다.

지영이 얻어맞은 어깻죽지를 비비며 대꾸했다.

“왜에!”

“헤어진 거 아니라며, 차인 거라며! 파혼 당했다고 했어 안했어?”

“그게 뭐가 중요해! 이렇게든 저렇게든 쫑 났다고 쫑! 디 앤드!”

“그러니까 왜 쫑이냐고!”

“신혼 집 비번을 자기엄마한테 알려달라잖아.”

지영모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지영을 보았다.

그깟 번호 좀 알려주면 어때서? 아니 같이 모시고 사는 사람도 있는데 왜?

지영은 엄마의 속내를 읽었는지 짜증내며 말했다.

“차라리 같이 살면 같이 살지 번호를 왜 알려줘? 몰카라도 달면 어쩔?”

그래, 말 한 번 잘했다.

“그럼 같이 살아! 쫑내지 말고!”

“엄마!”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고 몇 번을 말하니? 아들 딸랑 둘인데 20층 빌딩 중에 10층은 니꺼야, 이 바보야!”

어쩜 저렇게 속물처럼 말씀하실까나...

이번엔 지영모가 지영의 속마음을 읽은 듯 말을 덧붙였다.

“내가 속물처럼 건물만 보고 그래? 송서방이 사람이 좋아서 그러잖아.”

“엄마, 제발 송서방이라고 하지마. 토나와.”

“강지영!”

아이구 깜짝이야! 성가대 활동도 여전히 열심히 하시나 보구나.

지영은 이에 질세라 목청껏 알아듣게 대답했다.

“사람 좋은 줄 알았는데 마마보이라고! 내가 차였긴 했는데, 다시 찾아와도 내가 절대 안 만나.”

지영이 더 이상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는 듯 소리를 팩 질렀다.

저눔의 지지배, 성질머리 하곤.

모전여전이다.

하긴, 생김새도 비슷, 성깔도 비슷, 식성도 비슷, 공부 싫어하는 것도 비슷...

크흑, 이런 유전자를 물려준 어미로서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지영모는 잠시 지영을 노려보다 주섬주섬 코트를 챙겼다.

일단 송서방, 아니 송새끼랑 이야기라도 한 번 해봐야 할 것 같았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불러내고 싶었지만 자신이 주최한 모임이었다.

무겁게 들고 가려던 청첩장 대신 천근만근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을 나섰다.

성질은 있는 대로 부렸지만 지영은 지영모의 나가는 뒷모습을 보며 눈시울이 붉어 졌다.

하아, 나도 진짜 이번엔 잘해보고 싶었다고!

허탈한 걸음으로 2층을 향할 때 지지징, 핸드폰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여봉 진혁]

어익후! 가관이로구나!

이런 씨봉...

도저히 통화할 기분은 아니었지만 신혼집에 벌써 가득 채운 살림살이며, 주고받은 폐물과 예단들...

참나, 생각해보니 또 많이도 주고받았구나, 귀찮게...

지영은 애써 덤덤한 목소리로 여봉에서 씨봉으로 바뀐 진혁의 전화를 받았다.

“엄마가 함 보자는데...”

하아, 이런 씨씨봉!

조상님이 도우사 너란 마마보이랑 파혼하는구나!

하하하하하!

지영은 호탕하게 웃어버렸다.

***

레스토랑에서 만나자는 걸, 밥이 넘어갈 것 같지가 않아서 호텔 커피숍으로 장소를 바꿨다.

진혁이 앵무새처럼 ‘엄마가 파혼하래.’라고 말을 한 후 처음 만나는 진혁모와의 만남이었다.

훗,, 그렇게 내버려두질 않더니 파혼할 때는 내 의사를 존중해주다니...

지영이 씁쓸한 표정으로 물 잔을 들어 한 모금 했을 때 진혁모가 화사한 얼굴로 걸어와서 마주 앉았다.

베이지색 순모 코드에 뽀인트를 준 빨강 가방.

어쩜, 저렇게 센스가 없으실까... 고추장 단지인줄!

지영은 애써 웃으며 시어머니 될 뻔 했던 진혁모에게 인사를 건넸다.

“잘 지내셨어요?

“응,,, 그럭저럭. 너는 좀 힘들었지? 얼굴이 까칠해졌다. 어쩌니.”

얼굴 까칠해진 건 민준이 놈 때문이니 신경 끄시구요!

지영은 ‘옜다 미소!’ 라는 맘으로 가볍게 미소 지어주었다.

“식구가 되었으면 좋았을 텐데,,, 많이 아쉽구나.”

말이라도 그렇게 해주니 고맙다고 해야 하나?

“.......”

“진혁이가 맘이 많이 상한 모양인데,,, 뭐,, 내가 한 며칠 위로하면 좋아질 거야.”

어련하실려구요.

“네..”

“신혼집에 가전이랑 가구 들여놨지?”

“아, 네. 주말에 이삿짐센터 불러서 짐 빼겠습니다.”

진혁모는 세상 인자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일부러 사람 사서 짐 뺄 거 없다.”

“네?”

짐을 빼지 말라니... 설마, 먹튀하겠다는 건가?

지영이 놀란 얼굴로 진혁모를 쳐다보았다.

“대충 얼마 썼는지 영수증 있으면 좋고, 또 없어도 기억나는 대로 적어 보내라.”

“.......?”

“번거롭게 할 필요 뭐가 있니? 너두 당장 또 결혼 할 거 아니고...”

그래, 아주 결혼은 치가 떨리네요. 특히나 당신 아들 같은 마마보이와는...

“내가 네 계좌로 송금하마. 괜찮지?”

지영은 이 자리에 나오면서 핸드폰으로 이삿짐 센타를 검색하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쿨내 진동하는 진혁모의 모습에 그동안 사람 잘 못 봤나?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배려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고맙긴, 사실 지영이 잘못으로 파혼까지 하게 돼서 처음엔 괘씸했어.”

아주머니? 제가 지금 잘 못 들었나요? 제 잘못이라구요?

지영은 눈이 땡그래져서 진혁모를 빤히 보았다.

진혁모는 어쩜 저렇게 평온한지, 거짓말을 하면서도 교양이 뚝뚝 흘렀다.

“그래도 뭐, 아들이 잠시나마 사랑했던 여자니, 잡음내지 말자,,, 그렇게 결정한 거지.”

“파혼은 진혁씨가,, 아니 어머님깨서 제안하셨잖아요.”

“큼, 제안한 게 중요해? 그런 힘든 결정을 내리게 원인 제공을 한 게 중요하지.”

“제가,,, 어떤,,, 원인을 제공했죠?”

지영은 진심 궁금해서 물었다.

“시어머니 말씀을 리스팩을 안하잖아. 우린 그런 며느리 필요 없거든...”

눼눼,,, 아줌마. 그러셌쎄요?

참,,,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인데 다 끝난 마당에 뭐하니? 대충 끝내고 가자.

지영은 사과할 생각은 없었지만 어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생각으로 상투적인 말투로 말했다.

“아무튼, 불편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그래, 좋은 교훈이 되었길 바래. 그 성격 못 고치면 어느 집이든 환영 받긴 어려울 테니까.”

아이고! 그러든가 말든가요!

지영은 가타부타 대답대신 찡긋, 밝은 승리의 미소를 날리며 진혁모와 헤어졌다.

정작 결혼 상대자인 진혁은 헤어지자는 파혼 통보를 한 이후에 전화 한 통이 없었다.

아마도 엄마가 전화하면 카드를 뺏는다고 했을 테지.

아! 강지영! 넌 참 복이 있는 아이로구나.

조상신께서 도우사 저런 괴팍한 집구석의 일원이 되는 길을 막아주시다니!

지영은 시원섭섭한 마음 보다 후련한 맘으로 커피숍을 빠져 나왔다.

***

기분이 꿀꿀할 땐 친구 미란의 아이들 성호와 은성을 보는 게 좋았다.

미란은 대학 신입생때 만나 십년 동안 파란만장했던 젊은 날의 연애들을 나눈 둘도 없는 베프다.

물론 지영은 차이기만 했고, 미란은 뻥뻥 차기만 했지만,,, 어쨌든,, 뭐...

나중엔 지영의 소개로 중학교 동창 수경과 함께 끈끈한 삼총사가 되었다.

일학년 여름 방학 때 얼굴 전반을 성형하고 퀸카로 거듭난 미란은 취업 대신 취집이라는 확고한 이념 아래 여러 남자를 울렸다.

[살림과 육아가 얼마나 힘들고 또 중요한 일인데, 취집이 욕먹을 일이야?]

결국, 미란은 나이 차이 나는 대기업 과장님과 결혼해서 넘치는 사랑을 받으며 아들딸 낳고 알콩달콩 잘 살고 있다.

지영은 정말이지 프로페셔널한 살림꾼으로 거듭난 미란이 대견스럽기만 했다.

모델 하우스 같은 정갈하고 세련된 집, 맛깔 나는 음식, 항상 긍정적으로 아이를 대하는 모습...

지영과 수경은 미란의 집을 방문할 때마다 자신들도 다음에 결혼하면 꼭 이렇게 살고 싶다고 부러워했다.

“은성이 언제 온다구?”

솔직히 친구 미란 보다 아이들이 더 보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아이들이 없었다.

“2시. 얼집 다닌 지 일주일 됐어. 내가 넘 힘들어서.”

“왜? 직장도 안다니는데,,, 우리 은성이 힘들게..”

미란이 커피한잔을 들고 와서 지영에게 건넸다.

그리고 툭, 테이블에 뭔가를 던졌다.

빨간 두 줄이 쫙~ 선명하게 그어져있는 임신진탄테스트기.

“이게 뭐야? 니꺼야?”

“그래, 안타깝게도 내거다.”

“어머,, 축하한다. 왜 말 안했어? 언제 알았어?”

성호, 은성이 같은 귀여운 아이가 또 생기다니...

지영은 활짝 웃으며 미란을 보았다.

미란은 지영과는 달리 담담한 표정이었다.

“후,, 너도 파혼한다고 정신도 없고,, 낳을지 안 낳을지도 모르겠고,, 해서,.”

지영이 미란의 등짝을 사정없이 때렸다.

“미친년! 애 듣는다.”

갑작스럽게 미란이 엉엉 울어버렸다.

등짝이 저토록 아플리는 없을 텐데...

당황한 지영이 미란에게 화장지를 건네며 토닥였다.

“왜 그래? 남편이 낳지 말제?”

“아니,,, 좋아 죽지...”

“그런데 왜 울어? 이쁜 애기 갖고..”

“은성이 돌 지나면 어린이집 보내고 온몸에 군살 없애러 운동도 하러 다니고 사람들도 만나서 영화도 보고 쇼핑도 하고,,, 인간처럼 살아보나 했는데,,, 또 임신이래...”

미란의 눈물 댐이 터져 펑펑 쏟아졌다.

“막말로 내가 아들도 있고 딸도 있는데,, 뭐가 아쉬워서 애가 또 필요하니? 허헝,,,,”

지영은 미란의 눈물이 이해가 됐다.

길거리 케스팅을 지겹도록 받던 찬란했던 그녀!

청바지에 하얀 면티만 걸쳐도 시선을 사로잡던 그녀!

그녀가 지금은 열 달 된 은성이를 하루 종일 돌보며 퇴근하는 남편을 위해 맛난 밥상을 준비하지만 정작 본인의 시간은 꿈도 꿀 수 없는 아줌마가 되었다.

물론, 그녀의 모습은 지영에겐 항상 아름다웠지만...

지영은 미란의 등을 쓸어주며 다정하게 말했다.

“그러니까 아들딸 상관없이 좋은 거잖아. 이왕 생겼는데,, 기쁘게 낳아.”

“흐엉,,, 당장 입덧부터 너무 힘들어 죽겠어. 괌으로 겨울휴가도 갈건데,, 모두 켄슬이야.”

“다섯이 되어서 가면 되지.”

“지영아,, 정말 미치겠어. 너한테 갈 애가 나한테 잘 못 왔나봐... 삼신 할매가 치맨가?”

지영은 ‘큭’하고 웃음이 나왔다.

미란도 말해 놓고 보니 웃긴지 큭큭, 웃었다.

지영의 입장에서는 삼신 할매가 치매여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다.

혹시나 진혁과의 사이에서 임신이라도 했으면...?

그렇게 생각하니 아찔했다.

“그런 너는? 민준이랑 어쩔거야?”

수경과 미란 그리고 지영은 비밀이 없었다.

하긴, 미란이가 하루가 지나도록 모른다는 것이 말이 안 되는 일이긴 하지.

“몰라.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오는 바람에 얼결에...”

“얼~! 쭌이 남자다잉!”

미란은 갑자기 잠들어 있던 연애 세포가 깨어나는 듯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훗,,, 아줌마!

미란은 왕년의 연예 고수답게 다양한 밀당의 정석을 강의 했다.

수험료는 미란이 땡긴다는 족발로 대신했다.

25년 남사친과 결혼이, 아니 연애가 가능할 것인가!

미란과 지영은 민준이를 놓고 반짝 대책 회의를 했다.

알싸한 맥주가 입에 착 감겼다.

***

낮술은 애미애비도 몰라보게 한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지영이 대문을 열고 마당에 들어섰을 때 낯익은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결혼 하고 싶습니다. 파혼 안 할거에요.”

결혼까지 생각했어~~! 예!예!예!  바로 송진혁이었다.

지영이 서둘러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진혁이 무릎을 꿇고 지영모에게 결혼하고 싶다며 사정을 하고 있었다.

진혁의 술 냄새에 저녁을 위해 준비한 김치찌개 냄새가 묻힐 지경이었다.

오전에 진혁모를 만나서 깨끗이 끝냈는데, 왜?

한 때는 미래를 설계했던 남자가 저렇게 못난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엄마 보기에 부끄러웠다.

지영모가 지영을 보며 기다렸다는 듯 송서방인지 송새끼인지 좀 어떻게 하라고 눈짓했다.

“진혁씨,, 어머니랑 이야기 다 끝났으니 여기서 이러지 말고 돌아가.”

“나랑 이야기 해야지! 우리 엄마랑 이야기 한 건 무효야!”

진즉에 좀 그럴 것이지. 인간아!

지영은 지영모의 눈치를 보며 애써 침착하게 물었다.

“오늘 평일인데 회사도 안 갔어? 안가고 여기 온 거야?”

진혁은 아이처럼 입을 삐죽 내 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영씨,, 우리 그냥 결혼 하자. 그깟 비번이 뭐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그냥 엄마가 하라는 대로 하고 살면 안 되겠어? 나 지영씨 너무 사랑해..”

진혁은 울먹이며 사정하듯 말했다.

그리고 호주머니에서 사진 몇 장을 꺼내서 바닥에 내던졌다.

“이것 봐... 나 이번 주에 선봐야 돼. 이 여자들 보다 지영씨가 훨씬 좋다구..”

헉,, 요즘 세상 속도전이라더니,, 빠르긴 하네.

지영은 바닥에 놓인 사진들을 보았다.

사실 객관적인 눈으로 봐도 자신 보다 훨씬 아름다운 여자들이었다.

“지영씨,.. 우리 그냥 결혼하자. 예정대로 하면 되잖아. 지영씨도 나 좋아하잖아. 우리 엄마 때문에 이러는 거잖아... 결혼 하자...응?”

에흐,, 지영모는 내맘이 니맘이라는듯 아쉬운 표정을 짓다가 안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회식이 있어서 늦는 다는 지영부가 이렇게 기특할 때가 없었다.

지영이 울고 있는 진혁을 보며 다짐하듯 물었다.

“그럼 진혁씨 엄마랑 연락 안하고 살 수 있어? 아니 엄마가 사사건건 간섭하는데 날 막아줄 수 있어?”

“.......”

진혁은 술기운에도 용기 있게 그렇다고 대답하지 못했다.

“없잖아.. 집 비밀 번호부터, 살림살이, 그리고 아기라도 태어나면 그 간섭이 얼마나 심해지겠어?”

진혁은 억울한 듯이 따져 되물었다.

“간섭하는 게 뭐 어때서? 그거 다 우리 생각해서 좋은 쪽으로 말해주는데 뭐!”

“뭐?”

“출퇴근 편한데 집도 마련해주고, 인테리어도 싹 바꿨잖아. 애기 태어나면 좋은 것만 사 줄 텐데,, 그게 불만이야?”

“허,, 내 포인트를 못 찾고 있잖아? 다 됐고, 네,, 어머님,, 하고 ‘네네’거릴 여자 만나서 행복하게 살길 바랄게.”

“지영씨! 엄마 말만 잘 들으면 편할 텐데 왜 고집이야!”

“고집이 아니라 결정이야. 난 끝났어.”

“난 끝내고 싶지 않아. 결혼 해주라. 응?”

“후, 이젠 가줘. 더 소란 떨면 울 엄마도 마음 아프니까.”

지영이 나가라고 문을 열어도 막무가내였다.

거실 한 복판에서 초딩처럼 떼를 쓰듯 바둥거리는 꼴이란.

진혁은 답도 없는 소릴 끊이지 않는 도돌이표처럼 무한 반복하며 집안을 소란스럽게 했다.

그때였다. 현관문을 열고 민준이 들어왔다.

병원에서 교대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에 열려있는 대문이 이상해서 들어온 것이었다.

“민준아!”

민우를 보자마자 지영은 창피함이 몰려왔다.

그래도 결혼까지 생각했던 남자의 이런 추잡스런 모습까지 보여주다니.

흑...진심 쪽팔리구나,...

민준은 벌써 사태 파악이 끝난 듯 했다.

“송진혁씨! 정신 차려 봐요! 집에 갈 수 있겠어요?”

민준이 부축하듯 진혁의 옆구리를 끌어안으며 물었다.

“너 이 새끼, 그냥 친구라며? 지영이 건드리면 죽여 버려!”

헉, 지금까지 저런 모습은 없었다.

지영은 놀란 표정으로 민준과 진혁을 번갈아 보았다.

초점 잃은 희번덕거리는 눈동자의 진혁과 의외로 덤덤한 민준을 보니 더 부끄러워 죽겠다.

후, 까짓것 뭐 어때? 민준이한테 언제부터 자존심 찾았다고.

지영은 정말 경찰 뜨기 전에 얼굴에 철판을 깔고 민준의 도움을 받아 진혁을 겨우 마당까지 끌고 가서 택시를 불렀다.

“강지영! 너 양다리 걸치는 추잡하고 더러운 년이었어?”

민준을 보며 돌변한 진혁은 이성의 끈을 놓아버리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화분을 걷어찼다.

“남사친은 개뿔! 그래, 이놈이랑 바람피우다 괜히 울 엄마 핑계 대는 거지? 이 개자식!”

그리고 누가 말릴 새도 없이 진혁이 민준의 멱살을 비틀어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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