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이 인생을 살면서 ‘죽이고 싶을 만큼 미운 사람’이 더러 있을 것이다. 소설 <아는 여자>의 모티브는 ‘죽이고 싶을 만큼 미운 사람’이다. ‘죽이고 싶을 만큼 미운 사람’을 실제 죽이는 것으로 설정했다. 사랑에 배신당한 여자, 동생이라 믿었던 사람한테도, 언니라고 생각했던 사람한테도 철저하게 배신당한 여자. 세상의 벼랑 끝에 내 몰린 여자의 파란만장한 삶을 작가의 신선한 감각으로 써내려갔다.
자존감이 강했던 여자는 그 자존감을 되찾는 방법으로 복수를 한다. 결국 자신을 배신했던 사람들을 하나 둘 죽이는 연쇄살인마로 돌변한다. 연쇄살인마를 쫓는 형사, 살인리스트에 올라있던 옛 남자, 두 남자는 동일인이었다.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에서 맞닥트리는 두 사람, 옛 연인을 체포하지 못하는 남자는 여자의 도주를 도우면서 결국 헤어날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든다. 광역수사대의 끈질긴 추적과 도망자를 자처하는 남자, 밀항을 시키려다 막다른 골목에 들어서게 되고...
소설 <아는 여자>의 주인공은 트랜스젠더다. 과거와 달리 우리 주변에 트랜스젠더가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함께 존재한다. 하리수가 세상에 알려지고 난 후 이상한 일도 아니다. ‘죽이고 싶은 만큼 미운 사람’의 모티브에 ‘트랜스젠더’를 플러스시킨 것이다. 이 소설로 인하여 독자들은 트랜스젠더도 여자로 인정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태생이 여자가 아니기에 받는 고통, 당당하게 여자로 살아가고자 하나 세상은 그녀를 여자로 보지 않는다. 부모형제로부터 버림받고, 오랜 친구한테 절교당하고, 살아 온 세상 인연과 등지며 여자로 사는 삶, 그러나 그녀가 사는 세상은 전혀 다른 세계였다. 어쩌면 평범한 여자가 아니었기에 그랬을 것이다. 살고자 몸부림치는 그녀에게 세상은 벼랑 끝으로 몰아간다. 결국 사이코패스(psychopath)가 되어 살인을 저지르게 되고, 복수의 희열을 느끼면서 또 다른 살인을 한다.
저자는 독자들이 모르던 트랜스젠더의 세계를 사실 그대로 진솔하게 그렸다. 또한 여장남자들이 사는 세상도 함께 그렸다. 그래서 더 사실 같은 소설이다. 저자의 소설은 사실적 묘사가 많다. 사실적 묘사는 독자가 읽을 때 마치 실화처럼 느끼게 한다. 그래서 현실감을 배가시킨다. 비록 픽션이라 할지라도 세상에 있음직한 이야기로 구성해야 사실감이 넘친다. 저자의 소설은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가 언제나 모호하다. 저자도 그러한데 하물며 소설을 읽는 독자는 어떨까? 매번 소설을 읽은 독자들의 평이 궁금하다.
<아는 여자>의 결말은 비극이다. 연쇄살인범의 말로를 희극으로 끝낼 수는 없지 않은가? 저자의 소설 중에는 비율로 따지면 희극보다 비극이 훨씬 많다. 네 권을 쓴 소설 중에 비극이 세 권이다. 가히 비극작가라 할만하다. 그러나 비극일수록 여운이 많은 것은 분명하다. 이제 <아는 여자>를 만나러 긴 여행을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