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유지하던 균형이 기울어지고 세계가 무너져간다. 균형이 일그러진 세계, 그 속에서 ‘그들’이 영원한 꿈에서 깨어난다.
그것이 이곳에 기록되어진 기억의 시작이었다.
영원한 꿈속에 봉인되어야만 했던 그들의 분노와 허기는 당연하게도 나의 아이들에게 향했고 아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지친 몸으로 또다시 무기를 들어야만 했다.
그것은 전쟁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썩어가는 시체는 산을 이루었고 흘러내린 피는 바다를 물들인다.
결국 마지막 남은 아이들마저 쓰러지자 나의 세계를 유린하는 그들의 시선은 나에게로 향했다. 그것은 분명 먹이를 바라보는 포식자의 눈빛이었다.
아무런 저항조차 할 수 없는 나를 바라보며 그들은 유희를 즐기듯 미소 지었다. 기생충마냥 달라붙은 죄악이 나를 갉아먹는다.
나라는 존재가 먹혀가고 있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가만히 사라져가는 자신을 바라볼 뿐이다.
나는 그렇게 끝을 맞이했다. 나의 죽음으로 인해 시야가 일그러진다. 처참하게 찢어발겨진 아이들의 시체도, 나를 갉아먹던 그들의 모습도, 그 모든 것들이 한 순간의 환상처럼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다.
「 이건... 」
내가 겪은 모든 것들은 자연스레 나의 기억에 덧씌워졌고 나는 모든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 어째서? 」
그것은 내가 경험한 적 없는 나의 기억, 언젠가의 내가 겪어야만 했던 나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 어떻게? 」
갑작스럽게 알아버린 미래의 기억은 생각의 연결을 끊어버렸고 나는 계속해서 같은 물음을 반복한다.
수많은 의문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그리고 그렇게 흩뿌려진 의문들은 곧 하나로 모여들었다.
「 왜 」
나는 그 의문을 풀기 위해 내가 모르는 나의 기억을 더듬는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참혹한 기억에 수많은 감정들이 아우성친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계속해서 기억을 되새겼다.
수없이 반복된 그 날의 기억 속에서 나는 드디어 한 가닥 실마리를 찾아냈다.
나는 간신히 찾아낸 실마리를 통해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보았다.
「 아 」
그곳에서 마주한 진실에 나는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 아아아...! 」
나는 언젠가 일어나게 되는 미래를 알게 되었다.
어째서 그러한 미래가 일어나야 했는지도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모든 것은 나로부터 시작되었기에 나로서는 그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 그래... 」
그렇기에 방법은 존재한다.
「 내가 막을 수 없다면...! 」
나는 나를 포기했고 미래는 뒤틀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