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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11-30 21:24
[응모]_고래뼈 요람_판타지_김유정
  글쓴이 : 후더닛
조회 : 331  
제목 : 차라리, 내게 방독면이라도 좀 줘...



 앗, 위험해. 이러다 지각하겠어. 허겁지겁 달려가 버스에 올랐지.
 하지만 이내 커다란 낭패감을 맛보고 말았어. 그건 내가 타야할 버스가 아니었거든. 맙소사. 때론 세상이 그래. 어떤 땐 꼭 잘못타버린 버스 같다니까. 지금이 특히 그래. 내가 믿었던 윤리, 가졌던 상식대로 전혀 굴러가지 않는 세상에게 연일 뒤통수를 얻어 맞고 넘어지다 보니 아무래도 이 세계란 내가 타지 말았어야 할 버스가 아닌가 싶어지는 거야.
 그럼, 어떻게야 할까? 그냥 내려야 할까? 하지만 내려도 정작 어디로 가는 버스를 타야 할지 알 수 없는 걸. 지금 내게 산다는 건 그런 거야. 매일의 타협이지. 갈 곳 몰라 우왕좌왕 하면서 말이야. 어른들은 늘 말하지. 좋은 면만 보라고. 그러나 세상에 엄연히 존재하는 매연은 생각만으로 없앨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런 충고 말고 차라리 방독면이라도 줘. 내가 보기엔 당신들의 폐도 그리 좋은 것 같지는 않거든.

 김유정의 주인공들이 그래.
 13년만에 나왔다는 그녀의 소설집 '고래뼈 요람'엔 두 편의 소설이 실려 있는데 하나는 '진저와 시나몬'이고 다른 하나는 '고래뼈 요람'이야. 거기 나오는 주인공들이 모두 그와 같아. 하나같이 다들 자신이 속한 세계에 대해 잘못 탄 버스 같다는 느낌을 가지지. 그런 느낌을 가지는 자들은 세상과 섞일 수 없어. 그대로 '진저와 시나몬'의 주인공 진저는 세상의 질서를 실행하는 경찰이지만 전혀 경찰 같지 않고 이름만 해도 남자인데 여자 이름인 '케이트'라고 불리지. 사는 곳도 빛이 잘 들지 않는 지하실. 한 마디로 그 세계에선 철저히 외부자야. '고래뼈 요람'의 주인공인 크리스티안도 다르지 않아. 물론 처음의 그는 순박하고 그가 속한 세계를 사랑하지. 그런데 그 세계가 어떤 덴 줄 알아? 하늘에 고래뼈가 떠 있는 별세계야.

 우리 마을의 하늘에는 뼈만 남은 거대한 고래가 살고 있다.(p. 140)

 아, 미안! 이렇게만 말하면 모르겠구나야. 정확하게 죽은 자들만이 갈 수 있는 세계라고 해야지.(부디 김정은 톤으로 읽어줘.) 크리스티안은 진저보다 더 자기 세계에 대한 이질감을 가질 수밖에 없어. 이미 죽어버린 존재이니까 말이야. 작가는 그 이물감을 강조하려는 그러는지 크리스티안이 자신이 정말 누구인지조차 모르게 만들었지. 그 진실은 나중에 가서야 밝혀져. 그가 제대로 된 버스를 탔을 때.

 그렇게 케이트와 크리스티안 모두 버스를 잘못 탄 사람들이야. 세상과 섞일 수 없는 존재들. 뭔가 다르다, 잘못되었다는 걸 끊임없이 느끼고 되새기게 되는 이들인 거지. 그러면서 나만큼이나 타고 있는 버스에서 쉽게 내릴 수 없는 존재들이기도 해. 그들 역시 나와 똑같이 자신이 정말 어디로 가야 할 지 모르거든. 그걸 드러내기 위해 작가가 케이트에겐 결코 진짜 이름으로 불려지지 않게 하고 크리스티안은 자신의 진정한 정체를 모르게 만들었다고 난 생각해.

 때문에 내가 그러는 것처럼 그들 역시 매일 타협하며 일상을 견뎌 나가는 중이야. 자신들은 잘 모르지만 덜컹덜컹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한없이 위태로운 삶을 간신히 균형을 잡아가며 버티고 있는 거지. 이러니 내가 어찌 공감하지 않을 수 있겠어? 얘들은 내 동료들이야. 그러다 내가 응원을 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 와. 온 몸을 잡고 의지할 손잡이 같은 존재를 만나거든. 진저는 '시나몬'을 만나고 크리스티안은 '크리스티아네'를 만나지. 물론 둘 다 여자야. '어, 뭐야? 그렇다면 이건 로맨스?'라고 물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멀리서 솔로부대가 출격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해.)

 (그들의 진군을 막기 위해서라도) '그건 아마 아닐 걸.'이라고 서둘러 말해두고 싶네. 내 느낌일 뿐이지만, 김유정 작가는 시나몬과 크리스티아네를 연인이 아니라 일종의 숙제로 만든 게 아닐까 싶거든. 그러니까 진저와 크리스티안이 '왜 이 삶을 버티고 살아야 하나?'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찾게 만드는 존재라는 거지. 사랑을 해 본 사람은 알거야. 사랑은 안정감을 주지. 비로소 내가 깃들 둥지를 찾았다는 느낌을 갖게 해. 하지만 오래가지 못해. 감정을 통해 아무 노력 없이 저절로 주어진 감각이기 때문이야. 자신을 얼마나 그를 위해 내던질 수 있느냐가 사랑을 강하게 하듯이 내가 탈 버스를 드디어 찾았다는 안정감도 그런 거야. 공짜 점심이 없듯이, 공짜 안정감도 없는 거지. 내가 정주할 장소는 감처럼 하늘에서 뚝 떨어질 수 없어. 내가 갖은 노력을 통해 찾아내야만 하는 거야. 왜냐하면 나도 '고래뼈 요람'을 통해 깨달은 거지만, 그런 장소는 어디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과 성찰의 과정 속에서 비로소 빚어지는 것이거든. 발견되는 게 아니라 형성되는 거야. 바로 그걸 케이트와 크리스티안이 깨닫는 거지. 사랑이라는 여정을 통해서 말이야.

 이제 숙제라는 말이 납득이 될까? 미안. 이해하지 못했다고 해도 이 이상으로 말하진 못하겠어. 아니, 이런 설명 따위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도 들어. 물론 이 역시 내 생각일 뿐이지만, 이 소설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몇 마디 단정적인 말 보다는 그 과정에 풍덩 뛰어드는게 더 나을 것 같거든. 읽으면 이게 그저 허튼 소리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거야. 아니더라도 돌은 던지지 말구. 연말정산으로 받은 타격도 이만저만한 게 아니거든. 더 이상의 치료비 부담은 정말 사양하고 싶어.

 아무튼 앞서도 말했지만, 나는 이 소설에 깊이 공명했어. 나와 그리 다르지 않았고 내가 일상에서 느끼는 본질적인 감각을 건드리고 있었으니까. 그 여운 속에 천천히 젖어있다보니 절로 광부의 이미지가 떠올랐어. 막장의 세상에서 방독면도 없이 세상이 게워내는 온갖 분진을 마시고 있는 모습을 말이야. 케이트도, 크리스티안도, 나도 그런 광부 같더라구. 눈물을 찔끔거리며 계속 기침을 하고 답답한 가슴을 손으로 계속 망치질 하고 있는 광부. 그러면서 생각하지.

 도대체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할까?
 그 누가 우리가 매일같이 맞이하는 아침과 밤이 다음의 소설 속 인물의 고백과 다르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그래, 나도 그랬어. 몇 번이나 결심했지. 하지만 아무리 마음을 다잡아도 뜻대로 안되더라. 그가 누구인지 저녁이 되면 가물가물 잊어버리고 마음이 평온해졌다가도. 아침이 오면 다시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 거야. 지옥이었지. 그를 다시 죽일 수 있었다면 몇 번이나 그랬을 거다. 그도 아마 꼭 같은 심정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결국은 이것이 내게 내려진 벌이라고 생각했어.(p. 396)"

 매캐한 매연에 휩싸여 우리는 제대로 가는 버스를 찾은 것처럼 애타게 방독면을 찾지. 누가 내 손에 쥐어주길 간절히 바라지. 하지만 이제 그건 틀린 생각이란 걸 잘 알았어. 나 스스로 만들어 써야 한다는 걸. 어디로 가야할 지 목적지 따위에 더이상 신경쓰지 마. 삶은 내가 당도한 목적지에 따라 평가 받는 게 아니라 지금 내가 걸어가는 과정 자체로 평가 받는 것이니까. 그러고 보니 고래는 인간과 같은 포유류이지만 결코 누워서 잠을 자지 않는다고 해. 꼿꼿하게 서서 잠을 잔다더군. 그것이 보다 수면을 가까이 해서 쉽게 호흡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지금의 내겐 달리 보여. 설령 자는 동안에도 움직임을 멈출 수 없다는. 삶은 그렇게 계속되어야 한다는. 그래, 그렇게 멈추지 않고 조금이라도 계속해서 삶을 개선하려는 노력 자체가 방독면인 거야. 버스를 잘못 탔다면 불안에 떨기 보다 내가 버스를 원하는 방향으로 몰 수 있는 운전사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방독면인 거야.

 이제 조금 편안해지는 것 같네. 차오르는 불안과 절망을 차분히 누를 수 있게 되었어. 너도 나와 같은 고민이 있다면 기억해. 방독면은 이미 네 손에 쥐어져 있다는 걸. 필요한 건 존재가 아니라 그걸 스스로 쓰려고 하는 네 의지란 걸.
 그렇게 우리 오늘을 잘 버텨 보자. '고래뼈 요람'을 산소호흡기 삼아서라도...


-인용은 전자책 페이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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